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풍경과 함께 한 스케치 여행
이장희 글.그림 / 지식노마드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애니메이션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딸을 위해 전에 펜을 사 준적이 있습니다. 날렵하게 생긴 펜으로 그려보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에 담긴 작가의 스케치의 부드러움에 더욱 감탄하게 됩니다. 스케치 뿐 아니라 작가의 섬세한 펜끝처럼 사람들이 수박겉핥기식으로 보고 지나치는 서울이 아니라 마음이 담긴 정성스런 시선으로 담은 서울에 흠뻑 취해 읽은 책입니다. 

 



누구나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걸 맨 앞에 놓는다는 말처럼 서울이라는 제목하에 가장 먼저 만나는 광화문을 시작으로 정동, 명동, 인사동은 물론 이름도 낯선 수진궁, 딜쿠샤,...까지 서울의 이곳저곳을 책과 함께 다녔습니다. 아이들과 체험학습을 다니더라도 책자 하나 들고 이름과 쓰임새 등을 외우게 하기 급급했는데 이 책으로 인해 느리게 그리고 마음을 담아 보는 법도 함께 배우게 됩니다. 


p.34 근정전 답도를 그리며...."다른편과 같다고 생각해주세요" 작가의 귀여운 게으름^^이 묻어나는 센스도 이 책에서 읽는 덤이랍니다. 


번화한 명동에서 유심히 보지 않으면 찾을 수도 없는 비석(바로 의인 이근석의 비-젊고 반듯한 젊은이가 소매치기가휘두른 칼에 사라져간 것....)이나 수많은 서울의 표지석들을 보며....우리는 이런 비 하나 달랑 세워놓고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서울을 몰랐었구나....싶습니다.

p.76 서울의 풍경을 담으러 돌아다니면서 내가 머물렀던 장소들에 역사를 살포시 포개놓으니, 많은 의미들이 새롭게 생겨났다.

작가의 말처럼 이름도 낯선 딜쿠샤, 3일 천하의 역사를 안고 있는 우정총국, 가슴 아픈 숭례문, 귀신 이야기와 함께 들려준 수진궁, 서촌 어딘가 가려져 있을 것 같은 석함집 이야기.....흥미로운 이야기, 사람들의 눈길도 끌지 못하는 표지석에 얽힌 사연과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를 들으며 만난 서울은 예전의 서울과 다르게 더욱 살갑게 느껴집니다. 발품팔아 많은 사진과 이야기를 담은 서울의 풍경과 역사를 보여주는 책은 많지만 눈품, 손품, 마음품 팔아 한 자리서 그토록 오랫동안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풍경을 담아 들려주는 책은 드물겠지요. 다시 찾아 사라진, 또 바뀐 풍경을 더불어 이야기해줄 때도 많아 그 옆을 지키는 나무 하나, 허투루 보지 않고 쓰다듬고 스케치북에 담고 이야기도 건네는....자신의 차에 '하얀 풍경'이라는 시적인 이름을 지어 부르는 작가의 마음결이 그대로 보이는 책입니다. 초시계가 째각째각 빠르게 흐르는 서울이 아니라 왠지 느릿느릿한 서울의 시간 속으로, 말끔한 서울의 정면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서울의 뒷모습을 본 듯한 책입니다.
그 뒷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봤으면 좋겠다는.....바램과 함께....저 또한 손으로 쓴 편지의 체온을 그리워하는 비슷한 아날로그 시대의 사람인지라 더 공감가는 글과 그림이었습니다.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더불어....
이 책에서 만난 65년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고서점, 대오서점. 종로에 가면 꼭 가보고 싶었는데 신문에서 보니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서점을 할머니가 내놓으셨다고 합니다. 사라지는 속도가 생각보다 더 빠른 것 같아 더욱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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