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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벳 토끼 인형
마저리 윌리엄즈 지음, 겐나디 스피린 그림, 김완균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11년 8월
평점 :
책 표지의 벨벳토끼인형을 꼭 끌어안고 자는 사랑스런 소년의 모습에서 인형을 꼭 끌어안고 다녔던 어릴 적 아이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는 인형이 아니라 토끼인형이 바라보는 시선으로 만나는 그림책이라 아이들에겐 더 특별한 느낌으로 만날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복슬복슬 예쁜 토끼인형을 받은 소년, 하지만 다른 많은 선물들에 묻혀 한참을 잊고 지내는 동안 장난감 벽장 속 으스대는 장난감들 사이에서 벨벳토끼는 점점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장난감 방에서 살아온 낡았지만 경험많고 지혜로운 가죽말에게 묻습니다.
"진짜가 뭐예요?"
"진짜라는 건 어떻게 생겼는가를 말하는 게 아니란다. 그건 너한테 일어나게 될 어떤 일을 뜻하는 거야. 어떤 아이가 너를 오래오래 사랑해 준다면, 그것도 그냥 가지고 놀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해 준다면, 그러면 넌 진짜가 되는 거야." 하지만 진짜가 되기 위해선 아주 오랜 시간 사랑받아 거의 다 닳아버릴지도 모른다는 말에 토끼는 진짜가 되고 싶으면서도 슬퍼졌답니다. 유모에 의해 소년의 품에 다시 안긴 벨벳 토끼...소년과 행복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잠들며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는 사이 토끼는 점점 닳아 해지고 소년 말고는 누구도 토끼를 거들떠 보지도 않지만 소년은 여전히 토끼를 사랑합니다. 소년이 병에 걸려 헤어지게 된 벨벳 토끼, 소년과의 행복한 시간들을 기억하며 진짜 눈물 한 방울을 흘리는 순간 토끼는 진짜 토끼가 됩니다. 소년에게뿐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언젠가 숲속에서 만났던 진짜 토끼처럼 뒷다리로 뛰어다닐 수 있는 진짜 토끼가 된 벨벳 토끼와 소년과의 숲 속 만남은 따스한 감동을 줍니다. 토끼의 촉감이 그대로 만져질 것 같은 섬세한 그림이 이 책을 더 따뜻하게 하네요.

쉽게 사고 쉽게 싫증내고 쉽게 버리는 요즘 아이들이 인형이 진짜 토끼가 되는 동화 속 따스함을 읽으며 진짜 토끼가 되게 한 소년의 마음을 닮아가지 않을까요. 벨벳 토끼에게 생명과 사랑을 준 건 바로 소년이었으니까요.
할머니가 생일 선물로 사 준 인형을 이름까지 붙여가며 절대 못 버리게 했던 딸아이처럼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인형이지만 점점 자라면서 잊혀져가는.....어느새 사춘기가 되어 어릴 적 진짜라고 믿었던 것들에 대한 실망감을 하나씩 알아가는 아이에게 따스함을 선물해 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