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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 동물병원의 하루 - 숲 속 수의사 선생님이 전해 주는 야생동물 이야기 ㅣ 쪽빛문고 14
다케타쓰 미노루 지음,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얼마전 고양이 은비사건으로 인터넷이 떠들썩했다.
아이들에게 차마 보여줄 수없는 동영상이었다. 아무 죄없는, 순하디 순한 고양이를 발로 차고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죽이기까지 하다니.....
생명이 있는 동물을 아무렇지 않게 괴롭히는 잔인한 행동에 분노할 수 밖에 없었는데
[아기여우 헬렌]의 이야기로 아이들과도 친숙한 숲 속 수의사 다케타쓰 미노루 선생님의
숲 속 병원이야기는 이런 분노를 희석시켜주는 따뜻한 이야기였다.
많이 오면 올수록 의사선생님을 가난하게 만드는 동물환자들을 기꺼이 받아주는
의사부부의 숲 속 병원 이야기는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책이다.
점박이물범과 철새들을 보며 환경운동가를 꿈꾸던, 동물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아이는
수의사선생님의 험난한 시끌벅적 동물병원이야기를 읽고는 동물수의사가 되고 싶다고 은근슬쩍 꿈을 바꾼다.
작년 겨울 버려진 햄스터를 데려와 애지중지 키우던 아이, 키우던 토끼가 점점 커져서 어쩔 수 없이 마당 있는
아빠 친구집에 데려다주던 날 눈물을 한바가지나 쏟아내던 아이를 보면 대책없는 수의사가 될 소질이 다분한 것 같기도.....
손 안에 쏙 들어오던 작고 귀여운, 눈도 채 뜨지 못하던 작고 여린 새끼너구리 하나가 어느새 듬직한
어른 너구리가 된 모습은 책 속 사진으로 확인하면서도 신기하기 그지없다.
너구리 하나가 수의사 사모님의 무릎 위에서 재롱을 피우고 있고 사슴이 어깨를 간지럽히고
여우가 한 발을 다리에 턱 올려놓은, 그림같은 사진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너구리 하나의 어미를 피해 책상위로 대피한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수의사 선생님의 모습에는
웃음이 자꾸 나온다. 집주인이 오히려 눈치를 보게 되는 주객전도에
치료해준 의사를 물고 괴롭히는 배은망덕한 환자들이 밉지않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숲 속 병원이다.
"사지 멀쩡한 당신이 가끔 받아주면 좀 좋아요."라며 항상 환자편을 드는 못말리는 사모님과
야생동물이 가져다 주는 반갑지 않은 선물, 벼룩에게 온 몸이 간지러워도
끊임없이 먹어대는 덕에 점점 살림이 힘들어도 병원문을 노크하는 환자들, 다친 동물들을 거절하지 못하는 선생님
덕분에 숲속 동물들은 인간에 대한 점수를 후하게 줄지도 모를일이다.
2년전 [아기여우 헬렌]책을 읽으며 숲 속 수의사 선생님의 일이 좀 더 덜어졌으면.... 했는데
이 책을 보니 그 바람이 이루어진 것 같진 않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몸무게 겨우 1.0kg의 연약한 여우 헬렌
또 의사선생님을 닮아서인지 대책없이 인정많은 여우 멘코는 자신의 새끼처럼 헬렌을 돌보던,
정많은 숲 속 병원은 여전히 환자들로 시끌벅적하니 말이다.
얼마전 뉴스를 보니 휴가철을 맞아 병들고 귀찮아진 애완동물을 집에서 멀리 떨어진
휴게소 등지에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평소보다 무려 10배나 많은 동물들이 버려진다고......필요하면 사고 필요없으면 버려지는 물건이 아닌데....
야생동물도 우리가 직접 키우진 않지만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자연의 동반자이다.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들쥐라도 차마 새끼는 죽이지 못하고 데려온 농부아저씨를 보며
수의사선생님의 정성으로 힘들게 살아난 동물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며 또한번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흰빰검둥오리알을 부화시키는 당닭처럼 헬렌을 돌봐준 여우 멘코처럼
숲 속 병원 환자들은 서로가 어느새 종을 떠나 친구가 되고 도우미가 되고 의지가 되는 이상한 동물병원이다.
들고양이에게 잡혀온 다람쥐 환자에게 들고양이의 먹이로 주라고 했다가 "무슨 말이예요! 그게 수의사가 할 말이예요."
아내의 거침없는 비판에 꼼짝 달싹 못하고, "아직 살아있어요." 그 한마디에 어떤 절망적인 환자라도 포기하지 못하는,
대책없는, 수의사부부의 진심어린 걱정을 알기에 환자?들은 쉽게 퇴원을 못하고 주변을 서성거리는 건지도 모른다.
입원환자와 더부살이 녀석들로 넘쳐나는 그 곳에서는 야생동물들의 진심 가득한 감사인사가
숲 속 메아리처럼 들여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