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한나의 뮤지엄 데이트 - 한가한 주말, 훌쩍 떠나기 좋은 박물관 16
송한나 지음 / 미래의창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너무 많지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16개의 박물관과 데이트를 했다.
책을 읽기 전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추억이 가득한 박물관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책 속 박물관이 처음 보는 곳들이 많았음에도 이미 다녀온 듯 무척 정감있고 반가웠다.
학습목표가 뚜렷하게 보이는 주제 'O학년이 가보아야 할 박물관 목록' 이나 교과과정과 연계한
필수박물관 코스를 보여주는 딱딱한 박물관 가이드가 아니다. 이 책은......
작가가 마음 가는데로 찾아갔던, 또 그곳에서의 추억과 느낌을 고스란히 들려주는 수줍은 데이트에
초대해주는 책이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울산 앞바다의 고래들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장생포고래박물관]
우리나라 최초의 우체국이자 옛친구들과의 편지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숨겨진 박물관인 [체신기념관]
첫사랑, 첫만남의 설레임을 전해주는 작가의 첫 박물관인 [독립기념관],......
그동안 다녀본 박물관 중에 어느 곳이 가장 좋았어요? 라는 물음에 망설임없이 대답한다는 제주도의 [해녀박물관]
우리 가족도 제주도를 갔었지만 듣도보도 못한 해녀박물관
빠듯한 제주일정에 장소도 기억나지 않는 해안의 해녀동상 앞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왔을 뿐이었다.
작가의 책에서 본 밀가루 포대로 만든 잠수복 '소중기'는 사진으로도 얇디 얇은 질감이 느껴져 마음이 아려온다.
다대포 바다마을에서 태어난 친정엄마는 해녀는 아니지만 물질을 곧잘 하시곤 하셨다.
물 속 해삼물을 따러 자맥질하러 들어가시면 기다리던 나는 엄마가 혹시 파도에 쓸려갈까
굴이나 미역따기 위해 올라간 바위에서 미끄러지지 않을까 조바심내며 기다리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바다로 둘러싸인 부산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수영을 못하는 맥주병이다.
미역을 광주리 가득 담아오시던 엄마의 모습과 겹쳐지며 이곳은 나에게도 뜻깊은 박물관이 될 듯 싶다.
위험한 물질에 농사일에 부엌일까지 한시도 몸을 편히 쉴 수 없었던 제주바다의 풍랑과 함께 하는
해녀의 모습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이기도 하기에.....

힘들고 지칠 때 늘상 찾는, 작가에게는 마치 비타민 같고 보약같은 박물관에 대한 사랑과 열정에
감탄하기도 하고 아이를 동반한 관람객이 몰리는 주말에 일부러 눈총받는 체험에 억지로 끼여 아이처럼
장난끼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박물관에 서 있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져 웃음짓기도 했다.
작가의 카메라에 살짝 담긴 [삶속의 박물관]도 살가운 일상 이야기가 담겨있다.
부록으로 보여주는 테마로 만나는 박물관도 고마운 박물관 데이트 코스이다.

전에는 무조건 많이 보여주고 많이 데리고 가는 게 체험이자 공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박물관에 가기 전에 홈페이지에서 체험학습지를 프린터해가고 하다못해 수첩에다가 본 것을 그리게 하는
욕심을 부려 아이로 하여금 박물관을 미처 알기도 전에 지겨운 곳이라는 생각을 지우게 한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작가의 박물관 사랑이 어릴 때 자신의 끊임없는 질문에 어린 손을 잡고 말없이 박물관으로 이끌었던
부모님의 자상함과 배려에서 시작되었음을 보며 나의 조급함을 반성했다.
아이들과 함께 작가가 들려준 박물관을 다 가보고 싶은 마음에 엉덩이가 들썩이고 마음이 급해지는
엄마의 욕심이 불끈 솟아나려 하지만 가르치고자 하는 욕심이 아닌
마음을 나누는 박물관 여행을 해보아야겠다고 마음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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