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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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16대 왕 인조
역사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해도 인조를 떠올릴 때 삼전도의 굴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괄의 난, 정묘호란, 병자호란을 겪은, 높은 단 위의 청황제에게 삼배를 한 굴욕의 왕,
조선의 끝없는 수난과 함께 한 왕으로.....
얼마 전에 이괄의 난 때 인조가 피신했었던 공주산성을 답사간 적이 있다.
공주로 강화도로 남한산성으로 백성들만 아비규환의 전쟁터에 남겨두고 참 많이도 피난을 갔구나 싶다.
그 다음 왕위에 오른 효종
내가 기억하는 국사 시간 속 효종은 조선의 기상을 곧추세워 끊임없이 북벌을 주장한 왕으로,
인조의 삼전도의 굴욕보다 효종의 북벌론을 더 중요하게 또 조금은 자랑스럽게 배웠던 것 같다.
소현세자는 우리가 배웠던 역사 속 어디에도 없었다. 병사하거나 죽은 왕자 중의 한 명일 뿐......
이제 480여년이 지나 책 한 권으로 오롯이 그러나 너무도 쓸쓸히 나타난 소현세자
메마르고 앙상한 조선이 느껴지던 김훈의 남한산성
그 연장선에 있는 인조의 아들 소현의 이야기
적국에 인질로 있는 세자의 위치가 얼마나 위태롭고 삭막한지.....
고독과 위태로움이 세자 뿐 아니라 그 시대의 조선백성들과 함께 했기에 더욱 마음 아프게 읽었다.
볼모인 세자가 조선으로 와 있는 동안 어리디 어린 원손이 청나라에 인질로 있어야 한다는 건
처음 알았다. 나라의 힘없음이 이 지경까지, 백성의 핏줄을 떼어놓는 아픔 뿐 아니라 왕실의 핏줄도
갈라놓을 수 있음을,...... 알면 알수록 가슴이 아프다.
여태 우리의 아픈 역사, 삼전도의 치욕만 생각하며, 그 당시의 청나라, 또 청의 황제에 대해서
막연한 분노를 느끼는, 한 단면만 보았다면 이 책을 통해서는 가까이서 바로 그 옆에서 지켜보는
청나라의 일거수 일투족을 손에 잡힐 듯 볼 수 있었다. 청에 끌려간 소현세자와 조선인질들,
얇은 종이 한장을 두고 전해오는 미세한 떨림처럼 황제의 계승을 두고 타국의 인질로서
느껴지는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과 두려움이 생생히 전달된다.

소현세자!
우리 조선의 한을 가득 안고 있는 분이었다.
소현세자를 조선으로 보내기 전
청의 섭정왕이 소현세자의 뜻을 짐작하기 위한 여러 질문에 오직 한 대답
"제가 다만 조선의 백성을 생각할 따름입니다."
백성들의 고통을, 설움을, 비루함을 이토록 절절하게 함께 느낀 세자가 있었을까....
조선의 인질들을 팔아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교활한 만상이나 조선의 명문가 여식으로
청의 대학사의 여인이 된 흔, 그 여인을 사랑하는 석경, 볼모로 잡혀온 세자를 위해
부역을 하고 농사를 지었던 조선인들,........
모두가 역사 속의 눈물이자 아픔이 아닐 수없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누구보다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의 고통을 알기에 왕이 되었더라면,
살아 왕이 되셨더라면 조선이 좀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역사 시간 속에서 되살리고픈 아쉬움 가득한 인물들 중의 한 분이시다.
'무엇이든지 살리는 것이 언제나 저하의 뜻이었습니다." 최래가 죽으며 한 마지막 말처럼
백성들을 살리고자 한 것이 소현이 죽을 수 밖에 없는 이유였을까!
'나는 조선의 세자, 임금의 아들이다.' 이 말이 왜 그렇게 공허하게 들리는지.....
소설을 쓰는 내내 소현의 고독이 내 몸 속에 들어와 늘 어딘가가 아팠다고 한 작가
그 절절한 고독이 책을 읽는 나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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