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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설 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퇴계 이황
우리의 지갑 속 천원짜리 지폐 안에서 만나는 할아버지^^
인자하고 청렴한 청백리의 표본이셨고 한참 나이가 어린 율곡 이이선생과도 학문의 벗을 논하셨던 큰 어른
그분의 공부법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펼쳐 든 책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너무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요즘 오히려 옛날 선인들의 글에서 길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었기에
이 책이 더욱 반가웠다.
공부방법에 관한 책이 너무 흔하게 된 요즘 더 이상 공부법에 대한 책을 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즈음
옛 선인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학문을 했을까 싶은 호기심에 책을 펼쳐들었다.
죽음을 앞 둔 이황 선생이 불현듯 제자 이함형과 돌석만을 대동한 채 산중으로 들어가는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일흔의 고령에 산세가 험한 '오가산당'이라 부르는 청량산 산행을 결심하고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착한 이후 공부에 관한 가르침을 베풀 예정이며
공부에 목말라 하는 자가 올거라는 뜬구름같은 말만 남겨 궁금증에 잔뜩 기다리고 있는 제자와 하인
그 때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게다가 그 가르침을 일개 노비 돌석에게 기록으로 남기라는 말을 남겨 돌석과 제자 이함형 뿐 아니라
책을 읽는 나까지도 당황하게한다.
신분의 벽 때문에 누구보다도 배움에 목말랐을 돌석에게 배움의 마음가짐을 하나하나 적게 함으로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어 공부방법을 몰라 허둥대는 우리에게도 공부자세를 가다듬게 한다.
선생을 찾아 온 그들, 배움에 사무친 이들에 대한 가르침은
목마른 사람에게 건네주는 시원한 생명수가 아니고 무엇이랴
후세에 퇴계의 제자라고 자청하는 이가 많았으나 당대에 제자를 모아 스승으로 자처하지 않으셨다고 전해진다.
배움에 목말라하는 책 속의 이들처럼 공부방법을 몰라 왜 공부해야하는지를 모르는 우리도
똑같이 어리석은 제자가 되어 책 속의 가르침을 듣게 된다.
마음만 먹으면 공부환경이 주어진 지금은 신분의 벽 때문에 꼼짝도 못했던 돌석이 살았던
시대에 비하면 얼마나 복많은 환경인가! 좀 늦게 태어난 데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낀다.
호탕하고 육중한 대장장이 배순을 새색시처럼 수줍게 하는 것도 배움에 대한 갈증, 무식에 대한 깊은 원망이었으리라.
너무 늦은 게 아닐까 쭈볏거리는 그에게 스스로 공부하고 싶어 안달하는 이야말로 공부할 자격이 있다 격려해준다.
공부을 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부터 배움의 지난한 과정을 차근차근 말해준다.
'진정으로 안다는 것은 문장의 의미를 아는 걸 넘어서 내 일상 자체가 배운대로 행해질 때 가능하다' 고
'공부를 하고도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른다면 그건 공부를 제대로 한 것이 아니네.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도 세워주고, 자기가 알고 싶으면 남도 깨우쳐주는 것, 그것이 바로 인의 마음, 사랑의 마음,
공부한 자의 마음 일세' 내 아이만 앞서가야 한다는 엄마들의 욕심에 이기적인 공부를 하고 있는
메마른 우리 아이들이 꼭 새겼으면 하는 말이다.
오백여년 전의 큰 어른 퇴계 이황
혼례를 올리기도 전에 청상이 된 며느리를 재가시키고 손자가 어미의 젖이 부족하다고 했을 때도
젖어미의 아기를 희생시키지 않고 귀양살이하던 이의 딸을, 그것도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부인 권씨를 지극히 돌본, 책 곳곳에 보여주는 그의 마음씀이 진정한 학자이자 큰 인물임을 짐작케 한다.
따로 말씀이 없다하더라도 우리는 어른의 몸가짐과 마음을 보고 이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학문에 대한 성실함을 보여주신 퇴계이황의 이야기이기에
규방규수, 하찮은 대장장이, 심지어 천출인 노비에게도 학문의 길을 알려주는 퇴계이황의 모습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하는 허구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늘린 공부방법을 알려주는 얄팍한 책이 아니라 공부방법 뿐 아니라 사람이 되라는 선인들의
묵직한 仁의 가르침도 함께 배울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