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철학'이라는 차원높은 단어를 미처 알지 못할 때에도 왠지 수준 높아보이는 책 제목에 슬며시 언니의 책장 속에 먼지 뽀얗게 꽂혀있던 책[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꺼내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난해한 제목에 비해 어렸던 나에게도 어렵지 않게 읽혀졌던, 그래서 그 후로도 몇번 읽었고 한 때 톨스토이책을 다 섭렵했었던 동기를 준 책이었기에 새삼 다시 읽게 되니 반가움이 먼저 앞선다. 철학의 시작이 이 물음으로 시작됐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100여년전의 문학작품 속에서 우리는 이 난해한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을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 답을 찾기 위해 인간세상에 남겨진 천사 미하일 천사의 눈에 비친 인간들의 모습은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심을 발할 때는 얼굴에 짙은 죽음의 그림자가 비추었지만 내가 아닌 타인을 생각하며 배려할 때에는 천사가 미소를 지을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 되었다. 자신이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죽을 운명인 줄도 모른 채 비싼 양가죽으로 10년을 끄덕 없을 장화를 주문하는 한치앞도 못보는 인간의 무지, 고아로 남겨진 아이들을 진정한 사랑으로 키워낸 여인의 사랑을 보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의문에 모든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것 역시, 자기 자신을 살피고 염려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 속에 진정한 사랑이 들어있기 때문이었다는 대답이 공감된다. 삶을 살아가는 두 노인의 대조적인 삶의 방식을 보여주며 또다른 깨달음을 주는 [두 노인] [사람에게 많은 땅이 필요한가]에서 농부 파홈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욕심 '해가 뜰 때 출발해서 해가 지기 전까지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면 그가 밟은 땅이 전부 그의 차지가 된다.' 인간이기에 어쩜 우리도 그와같은 상황이 된다면 죽음이 코앞에 올 때까지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고 장담 못하겠다. 죽을 때까지 땅욕심을 부리며 달려왔지만 주검이 된 파홈, 그에게 필요한 땅은 겨우 2m가 조금 넘을 뿐이었다.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지옥의 붕괴와 부흥] 악마의 두목에게 지옥의 부흥을 신나게 보고하는 악마들의 즐거운 외침을 들으며 어쩜 현대인들도 악마들의 부추킴에 넘어가 현대의 살벌함을 겪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자기들이 알 필요가 없는 것을 알면 알수록 오히려 자기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점점 더 늘어나는데 놀라 정신을 못차린다며 인간들을 비웃는 악마 인간은 자신은 비록 나쁜 생활을 하더라도 그 자식들에게 좋은 생활을 가르칠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바람을 넣은 교육담당자 악마에 현혹되어 우리 부모들은 오늘도 헉헉거리며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를 포함해 총 8편의 단편을 만났다. 각각의 짧은 단편속에 결코 짧지 않은 길고 깊은 여운과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이었다. 신의 존재에 대해 거듭 나오고 책의 밑바탕에 신에 대한 믿음이 짙게 깔렸지만 종교의 색채감보다는 안간 본연의 선을 찾고자 하는 의미가 더 깊이 전달되는 책이다. 현대인에게 문득 이 책 제목의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대답들을 할까? 100년전의 작품들 속에서 비틀어지고 곪어터진 현대를 재조명해보아도 하나도 엇갈림없이 인간의 욕심이 딱 들어맞는, 시대의 간극을 뛰어넘어 공감되는 이야기들 어쩜 우리들은 100년전과 똑같은 고민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 돈으로 대표되는 물질에 대한 욕심을 앞세워 지나쳤던 정작 중요한 삶의 기준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100년전 톨스토이라는 대작가의 작품속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부록같은 책 속의 책-교사가 들려주는 이야기[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제대로 읽기]를 통해 러시아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전통옷과 러시아술, 페치카를 사진으로 보여준다. 동양사상에 취했던 톨스토이의 독특한 이력도 확인할 수 있었고, 선생님의 작가소개를 통해 1890년대말 대기근이 러시아를 덮쳤을 때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던 톨스토이 자신의 삶이 투영된 이야기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책 속에 소개된 톨스토이의 일생을 다룬 영화[마지막 정거장(Yhe Last Station)]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