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ㅣ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3
서머싯 몸 지음, 송무 옮김, 나현정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청소년 징검다리 클래식을 접하면서 고전명작을 다시 음미하는 기회가 되었다.
아이에게 청소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필요한 풍부한 정서로 채워진 책일 뿐 아니라
엄마인 나에게도 메마른 문학적 감성의 빈틈을 메꾸어주는 것 같다.
또한 책 뒷부분의 [제대로 읽기]를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역시 선생님은 다르시구나 였다.
똑같은 책을 읽어도 끄집어내는 내용이 훨씬 깊이가 있고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는 방법도
책 속의 책을 발견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달과 흔한 돈이었던 6펜스에 대한 비유를 이상과 현실적인 인물에 빗대어 말하고
인물들에 대한 다양한 분석까지 내가 읽으면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을 꼼꼼이 들여다보게 한다.
옆에서 챙겨주는 첨삭 논술선생님같다.

책을 읽으면서 엉뚱하게도 문득 드는 생각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나쁜남자' 였다.
자신의 그림 오로지 하나만을 쳐다보며 곁눈질 한 번 하지 않는 외곬수 화가 스트릭랜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애와 살짝 견주어지는......
서슬퍼런 그의 독설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처럼
스트릭랜드의 냉소적인(작품외에는 어떠한 관심도 애정도 주지 않는) 태도에 스트로브의 아내도
타히티의 원주민 아내 아타에게도 상처를 남기는 것 같은데 하지만 정작 그녀들은 그와의 인연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마치 모든 걸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스트릭랜드의 열정에 끌리는 것 같다.
어떤 한 곳에 올인하는 경지에 도달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여인들의 삶이고
예술가의 삶이 아닐 수 없다.
물질의 넉넉함이 행복의 기준이 되고 있는 요즈음에
누가 봐도 안정적인 직업과 안락한 가정을 버리고 마흔의 나이에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 훌쩍 떠나는 스트릭랜드
그의 열정과 용기가 새삼 부러워지기도 한다.
불우한 삶을 살았던 천재화가들이 그렇듯 한순간에 휘몰아친 그의 열정적인 재능이 남아있는 그림들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후대에 와서야 그 진정성과 가치를 인정받는 예술의 아름다움
'아름다움이란 예술가의 영혼이 온갖 괴로움을 다 겪으면서 만들어내는 경이롭고 신비한 것' 이라는
스트로브의 말에서 예술의 힘겨운 완성을 짐작하게 된다.
마흔살의 삶을 송두리째 버릴 수 있는 스트릭랜드의 광적인 열정
그 열정을 쏟아낸 작품 특히 신의 세계에 온 듯한 그러면서도
그림에서 뿜어져나오는 묘한 분위기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스트릭랜드의 마지막 작품인
벽에 그려졌지만 불타서 흔적조차 없는 그래서 다시는 볼 수 없는 그림에 대한 묘사를 읽으면서
책을 읽는 아이들이나 나나 모두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림을 머리속에 그려보려 애쓰게 된다.
추리소설을 읽는 듯 런던과 파리를 넘나들며 십오년의 세월이 지난 뒤 우연처럼 찾은
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타히티까지 흘러간 천재화가의 독특한 삶을 역추적해가며
읽어가는 책 내용은 한 위대한 화가의 삶을 추적해보는 타큐멘터리 같기도 하다.

타히티에서 만난 브뤼노 선장이 섬생활을 회상하며 들려주는 소박하고 순수한 일상의 행복~
'자부심을 느낀다면 그건 오로지 우리 손으로 해낸 일을 보면서 느끼는 자부심' 이라는 말에서
자기 손으로, 자신의 땀방울로 결실을 맺는 농부의 평화로움처럼
성실하게 사는 삶의 소중함을 배워본다.
선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두 의사의 삶을 반추해보며 다수가 인정하는 유능한 의사로서의 화려한 삶과
누추해보이지만 내면의 행복감으로 충만한 박봉의 의사로서의 삶
너무나 다른 길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하는 것-인생의 의미를 이디에 두는 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 반문하는 화자의 말처럼 진정한 삶의 의미를 곱씹어보는 기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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