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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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나만을 위한 책을 받아 든 게 언제인지 까무룩하다.
마흔 살 생일선물로 아이들이 엄마에게 선물한 책이라 더욱 남다른 느낌이다.
용돈을 모아 엄마가 좋아할 책을 고르고 골라 엄마에게 들키지 않으려 옷 속에 숨겨와
정성스럽게 쓴 카드와 함께 선물한 책에 담겨있는 아이들의 예쁜 마음이 더없이 따뜻하기에
더 기쁘게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세밀화로 그려진 물고기와 소박한 꽃은 우리의 마음속 자잘한 걱정을 낱낱이 어루만져 줄 것 같고
책에 남겨진 넓은 여백은 마흔 살 아줌마의 끝없는 잔소리나 넋두리도 마음껏 품어줄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질문 하나가 나를 반긴다.
'자기가 마음대로 돈을 그려서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그대가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솔직히 단순한 아줌마인 나는 먼저 넓고 멋진 집을 떠올려보았다.
하지만 오늘 아이들을 위한 특이한 판타지 책을 읽으며 또 다른 대답이 떠올랐다.
시공간을 뛰어넘으며 보물을 찾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선
귀하디 귀한 다이아몬드나 보석이 다른 세계에선 흔하디 흔한 돌과 똑같이 취급 한다는 내용을 읽으며
문득 인간이 정한 보물이나 돈의 가치는
또 언젠가는 바뀔 수 있으며 무제한으로 그려내고 쓸 수 있다면 지천으로 흔해져
희소성에 의해 대접받는 돈이 아무 의미가 없어질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약간 철이 든(?) 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요즘처럼 온 가족이 둘러앉아 우리나라 선수들을 목이 쉬도록 힘껏 응원하기도 하고
돗자리를 깔고 밤하늘을 보며 도시불빛에 가려 몇 개 보이진 않지만 별자리를 이리저리 찾아보기도 하고
달밤의 체조 한답시고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선선한 저녁 공원에 나가 불빛 나는 야광 셔틀콕으로
배드민턴을 치며 땀에 흠뻑 젖기도 하고......
이렇게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
이런 행복은 절대 돈으로 살 수 없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며칠은 '아 맞아' 퇴근길의 남편을 좀 더 따스하게 반겨주려
노력을 시도해보리라 결심한다.
비록 여느 때처럼 일상의 무뚝뚝함으로 돌아가게 되더라도......
그 전의 나와는 조금은 달라져있지 않을까!

눈길 끄는 제목과 충분한 여백과 그림의 끌림 덕분인지
넌지시 책을 보던 6학년 딸아이가 책을 내게 건네며
"엄마, 책에서 비누 냄새가 나요" 라고 말한다.
매일 글로 자신의 영혼을 씻어낸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문득 떠오르며
이 책으로 분주하게 앞으로만 달려온 내 조바심을 씻어내고 싶어진다.
이런저런 욕심 ‘털썩’ 내려놓고 ‘인간반성’ 에 찔끔하고 글에 담겨있는 작가의 외로움에
나의 외로움을 보태보기도 하고 거침없는 욕에 ‘대략난감’ 하기도 하고
난데없는 곳에서 큭큭 웃음을 짓게 해 ‘즐!’ 몸 속에 숨어있던 짜증과 우울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솔직담백 종횡무진 최신 인터넷 짤막 언어의 묘미를 마음껏 살려 시원하게
쏟아내는 글을 읽으며 ‘하악하악’ 숨차하는 건조하고 삭막한 우리에게
산소호흡기처럼 맑고 시원한 마음의 여유를 선물한다.
차례가 있다 해도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는
내 마음 가는 곳 어디를 펼쳐도 이 책 한 권 아이들의 선물이라는 뜻 깊은 의미와 함께
나의 영혼에 따뜻한 선물로 다가온다.
사랑의 절대법칙-사랑한다는 말 뒤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영원히’ 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는 말이 무엇보다 가슴에 와 닿는다.
이제부턴 ‘우리 가족을 너무도 사랑합니다.’ 라는 말 아낌없이 쏟아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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