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갭의 샘물 ㅣ 눈높이 어린이 문고 5
나탈리 배비트 지음, 최순희 옮김 / 대교출판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샘물' 이라는 제목에서 숲 속을 헤매다 지친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반가움과
사람들은 모르는 숲 속 동물들의 소중한 생명수를 의미하는 비밀스런 느낌을 받는다.
왕자와의 결혼이나 할머니의 요정이 나오는 동화를 믿지 않는 위니 처럼
공부에 지친 아이들도 현실에 찌 들린 어른들도 이제는 동화를 믿지 않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딘가 있을 샘물을 그려보게 된다.
진시황이 그토록 구하고자 했던 불로장생의 약초나 영원한 삶을 믿었던 고대 이집트인의
믿음에서도 느껴지는 인간의 원초적 욕심-늙지 않고 영원히 사는 것
'영원' 이라는 단어와 함께 '불멸' 그 단어가 주는 양면성을 곰곰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다.
죽는 것 없이는 사는 것도 없다는 터크 아저씨의 그 말처럼......
선택의 기회 없이 터크 가족은 영원한 생명을 주는 샘물을 마시게 되지만
만약 우리에게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우리의 전래동화에도 먹으면 젊어지는 샘물이 나온다.
산골마을의 착한 할아버지가 파랑새가 알려준 샘물을 먹고 젊어지고
욕심 많은 이웃 할아버지는 그만 아기가 되어버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생을 연장하거나 계속해나가는 우리의 전래동화와는 달리
어쩔 수 없이 불멸의 삶을 살게 된 터크 가족은 더 이상의 재앙을 막기 위해 숨어산다.
그 샘물의 존재를 알고 자신의 욕심만을 챙기는 노란 옷의 남자의 존재 때문에
그들의 선한 배려가 더욱 고맙게 느껴진다.
마음을 사로잡는 문장들이 책을 넘기는 속도를 늦추게 할 만큼 많다.
책 뒤의 인터뷰에서도 작가는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음에 꼭 들 때까지 고친다고 했는데
작가의 정성과 여운이 책 한 줄 한 줄에 짙게 남아있어
잔잔한 끌림을 오랫동안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호기심 많은 열살 소녀 위니는 음악소리를 찾아 집 옆의 숲 속에 들어가게 되고
그 곳에서 백네 살이기도 하고 열일곱 살이기도 한 제시를 만난다,
시간이 정지한 집에 찾아온 작고 귀여운 아이 위니
80여년동안 손님이라곤 위니가 처음이었으니 온 가족의 들뜬 기분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제시가 건네 준 생명수를 손에 쥐고 선택을 하게 된 위니
열살 아이의 선택을 지켜보며 어쩔 수 없는 긴장감에 책을 넘기게 된다.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때의 초조감과 긴장과는 달리
무한의 시간을 가진 터크 가족의 똑같은 지루한 일상을 지켜보며
내게 얼만큼 남아있는지 모르지만 유한의 시간을 가지고 있음을 감사하게 된다.
화살처럼 빠른 시간을 아껴 쓰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그런 열 마디 충고보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시간의 소중함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기억도 토막토막 잘리는
나이 듦과 변화가 고마워지는 책이다.
바쁘다 바빠를 연발하며 우리가 흘려 보내는 시간을 무심하게 쳐다보는 터크 가족이
세계 어느 곳엔가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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