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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ㅣ 카르페디엠 1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윤정주 그림 / 양철북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의 책은 처음 접했다. 뒤늦게 알게 된 아쉬움이 큰 만큼 소중한 책을 알게 된 기쁨도 함께 느낀 책이었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책을 손에 들고 학부모로서 아이들의 선생님이 아닌 나의 선생님을 가만히 떠올려 보았다. 그것도 까마득한 어릴 적(국민학교^^) 선생님들을......
나랑 이름 한 글자 다르다며 유독 귀여워해주시고 칭찬 아끼지 않은 선생님부터 네가 숙제 안 해 와서 더 실망했다며 다른 아이들보다 두 배로 더 혼내신 선생님, 1950년 6월 25일이 생신이셨던 그래서 고아의 아픔을 고스란히 갖고 계셨던 하지만 아이들에게 너무나 다정하셨던 선생님은 나에게 미술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셔서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셨었다. 후에 그 선생님은 장애아들을 위한 특수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훌륭하다고는 못해도 실망스럽지 않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그리운 선생님들을 떠올려보며 선생님의 삶과 가르침을 되새겨보게 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
책에서도 그립고 따뜻한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먼저 여리고 여린 고다니 선생님을 만났다. 그 선생님을 울게 한 데쓰조는 쓰레기 처리장의 대책 없는 아이이다. 그깟 파리 때문에 선생님을 때리고 개구리를 죽이는 잔인한 짓을 서슴치 않는...... 하지만 그렇게 보는 시선은 얼마나 비뚤어진 것이었는지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된다. 그랬다! 바쿠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데쓰조는 어엿한 사람의 자식이다. 우리가 그동안보려 하지 않았을 뿐.....
지금도 임대아파트니 비닐촌이니 달동네니 하며 삶의 경계선을 긋듯 한쪽으로 비켜버리고 보는 우리네 삐딱한 선입견이 있기에 먼 과거이야기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산으로 데려가면 곤충을 강으로 데려가면 물고기를 길렀을 거라는 데쓰조 할아버지의 말씀은 데쓰조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쉬파리는 알을 낳지 않고 몸 안에서 부화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낸 데쓰조
그리고 햄 공장의 파리 미스터리를 마치 형사 콜롬보처럼 멋지게 해결한 데쓰조
데쓰조의 연구는 아이나 어른이나 열정을 가지고 집중하면 무엇이든 못해낼게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고다니 선생님 말대로 인간이 열정을 쏟은 것에는 사람의 지능이 한없이 뻗어나간다는 생각에 공감하면서......
고다니 선생님이 처음에 아다치 선생님에게 아이들의 글쓰기를 보여주었을 때 데쓰조한테 보물이 잔뜩 쌓여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는데 과연 데쓰조는 숨겨진 보석이였다.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고다니 선생님의 눈에 마치 감추어진 보석이 드러나듯 환하게 빛을 발하는 처리장의 아이들 또 진심으로 데쓰조의 친구가 된 반 아이들
아이들이 한 달간 마니코의 진정한 친구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아이들 스스로 그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은 결국 우리 어른이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자만심을 산산이 깨뜨린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배우고 있음을......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낸 정답 “마니코가 좋아지니까 귀찮게 해도 귀엽기만 하다.” 는 준이치의 귀여운 말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짓게 한다.
어디에서고 자기 자식의 조금의 불편함을 참아내지 못하는 부모는 일본에서건 우리나라에서건 여지없이 존재한다. 마니코 때문에 수업방해를 받는다며 우르르 교장실로 몰려온 이기적인 학부모들 나는 엄마로서 이기적이지 않은 부모님 편에 설 수 있었을까 반성해본다.
‘어제는 웃었지만 오늘은 웃는다’ 학부모들의 격려에 힘을 내는 고다니 선생님의 혼잣말처럼 이 책은 정말 나를 울고 웃긴다.
고다니 선생님 집이 도둑맞았을 때 오밀조밀 들고 온 저금통을 내밀며 “선생님, 밥은 먹을 수 있어? 힘들면 이 돈으로 쌀 사.” 하는 아이들의 다정한 위로에 나까지도 울컥해진다.
단식하는 아다치 선생님에게 주먹밥을 내미는 이사오 “이런 거 먹으면 단식 투쟁이 안 돼.” 라는 말에 “잠자코 있음 모르잖아.” 너무나 순수한 아이들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들의 몇 마디가 아름다운 미사여구보다 더 가슴을 적신다.
천방지축 마니코를 따라다니며 엉덩이가 너덜너덜해진 아이들과 칭찬을 받고 흐물흐물해진 아이들의 표정을 떠올리며 내 표정도 함께 흐물거린다. 고물장사 나갔을 때 마냥 당당할 것 같던 남자선생님들의 한없는 소심함에 장난스런 웃음도 지으면서.......
책을 읽기시작하면서 약간의 난감함을 느낀 게 사실이다. 파리 키우는 아이라니 게다가 선생님께 반말하는 아이들
우리 어릴 적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너무 오래된 책 아냐 하는 걱정이 스물스물 들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책을 들고 울고 웃는 나를 보며 “왜요? 왜요?” 묻는 아이들에게 “이 책 꼭 읽어봐.”하고 열렬히 권하고 있다.
책을 덮고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의 교실을 그려본다. 고다니 선생님처럼 아침 일찍 아이들의 일기에 답글을 정성스레 달아주시고 글쓰는 비법을 알려주겠다며 아이들을 단박에 사로잡는 아다치 선생님처럼 장난끼 듬뿍 묻은 아이들의 친구 같은 모습이 그려진다.
아이들은 정말 유리처럼 투명하다. 자기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대해주면 기꺼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준다. “으”라는 거의 신음에 가까운 소리밖에 낼 줄 모르던 데쓰조
고다니 선생님이 닮고 싶어 하던 사이다이 절의 선재동자의 부드러움과 바쿠 할아버지의 따뜻함을 어느새 갖춘 고다니 선생님
그 선생님과 다정스레 손을 잡고 걸어가는 데쓰조를 보며 아이들의 희망과 미래를 엿본다.
데쓰조의 무심함을 말할 때 고다니 선생님은 살아있는 건 분명한데 학교에서의 데쓰조는 식물인간 같다고.....학원으로 전전하는 요즘 아이들의 삶이 무감각한 데쓰조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읽으며 [나는 이런 선생님이 좋아요] 라고 아이들이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6학년이 된 후 유독 밝아진 아이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처음 담임선생님이 발표되고 나서 아이는 난감한 얼굴이었다. 첨으로 남자선생님이야 하면서.....그것도 아주 괴짜 선생님! 확실히 그 선생님은 괴짜 선생님이셨다. 시골에서만 9년을 근무하셨다는 선생님은 첫날 학부모에게 보낸 글에서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고 쪽지를 보내셨다. 그 바람처럼 요즘 그 반 아이들은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 놀토에는 기꺼이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박물관으로 함께 가주시고 사회시간이면 빠지지 않고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학원과 학교를 오가면 숨 돌릴 틈 없이 힘든 요즘 아이들 답답하겠다며 운동장에 수시로 데리고 가서 축구하고 철봉하며 함께 땀에 흠뻑 절어계시는......토요일에 아이들과 함께 양푼비빔밥에 쓱쓱 비벼 먹는 맛난 점심시간까지......
그래서 아이 교실을 3無교실이라고 한단다. 공부하라는 잔소리 없고 숙제 전혀 없고 짜증나는 일 없는.....
초등학교 마지막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해 주실 선생님을 만난 아이는 행운아임에 틀림없다. 읽으면서 책 속 아다치 선생님과 아주 닮았네~하는 생각을 문득해본다.
아이들은 이런 선생님을 좋아한다. 분명히!
아이 선생님의 당부처럼 아이들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 다른 어느 곳도 아닌 학교에서 집에서 이 대한민국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맘껏 할 수 있도록 “공부해” 라는 3음절로 된 감옥에 갇히지 않도록 주변의 자연 속 조그만 생물의 소중함도 알아가는 그런 넉넉한 아이들로 자랐으면 싶다. 그런 아이들의 손에 건네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