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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장난 -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8 ㅣ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8
이경화 지음 / 대교출판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미움보다 더 무서운 게 무관심
그리고 누군가에게 잊혀지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누군가 한 사람 다가와 주기만 한다면 두들겨 맞아도 좋다는
준서의 말은 더욱 가슴 시리게 다가온다.
아이가 클수록 학교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친구가 아이의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사춘기가 되면 부모들은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린다.
혹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지나 않는지 말 못할 고민을 하고 있지나 않은지……
모든 것은 사소한 장난에서 시작했다.
사소한 장난 사소한 오해가 얼마나 치명적인 일을 초래했는지......
항상 1등을 하는 혜진이를 살짝 곯려줌으로써 아이들로부터 약간의 이목을 집중하고자 했던 강민,
학교 짱인 강민과 어울리고 싶던 체구도 작고 여린 준서는 자신의 마음과는 별개로 같은 반
혜진을 괴롭히는데 앞장서는데 다수의 무언의 지지자가 동참하면서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끝간 데 없이 질주하는 혜진에 대한 반 아이들의 괴롭힘
사랑하는 사람들은 쉽게 공통점을 찾고, 미워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건 차이점만 찾는다는 말처럼
‘재는 우리랑 달라’ ‘왕따 당하는 얘들은 다 이유가 있어.’
이렇게 우리랑 달라서 왕따 당한다고 다수의 동참자들은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왕따 당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게 유령이다. 마치 투명인간처럼…...
왕따의 가해자였던 준서가 또 다른 왕따가 되면서 왕따의 치명적인 아픔이 그대로 느껴지는 말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철저한 외로움,
‘내가 뭐 잘못한 게 있나? 왜? 대체 왜?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소리 없는 항변에서
‘맞서 봤자 변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사실을 밝혀 봤자 변하는 건 아무 것도 없어’ 라고 체념하고
‘내일은 또 달라지겠지’ 가느다란 희망을 품어보는 준서
왕따는 주모하는 한 사람이 있어서 발단이 됐을지 몰라도 많은 다수가 무언의 동의를
했기 때문에 이루어진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강민의 한마디는 소심하게 다수에 묻혀있는 비겁한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폭력은 무의식 중에 교육된다고 한다. 어린 시절 괴롭힘을 당했던 강민이가 자신이 받은 고통을
그대로 다른 아이에게 전가시키는 모습이 무섭게 느껴진다.
가면을 쓰고 그 폭력성을 맘껏 발휘하는 레슬링 시합에서 눈속임과 반칙을 일삼는 케리가
정정당당한 경기를 하는 빅 마운틴을 짓밟는 장면에서 비뚤어진 우리 사회상의 단면을 엿보는 듯하다.
다른 레슬러들이 침묵할 때 용감하게 반칙에 대항하지만 결과는…..
왕따를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왕따를 강요하는 강민을 향해 죽을 힘을 다해 “싫어”라고 말하는 준서는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빅 마운틴의 길을 선택했다.
시끄러울 정도로 조잘대며 수다 보따리를 풀어내던 아이들이 점점 묻는 말만 시큰둥 대답하는
변화된 모습에 부모들은 답답함과 단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도 바쁜 생활을 핑계로 아이들의 고민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있지나 않는지……
왕따를 당하는 혜진이도 준서도 선생님께도 부모님께도 말 못하고 혼자서만 아파하는 걸 보니
정작 옆에 있으면서도 힘이 되고 도움이 되어주는 어른이 되지 못할까 걱정스러워진다.
책을 읽고 아이와 조심스레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너희 반에 만약 왕따를 당하는 혜진이 같은 친구가 있다면 넌 어떡할 것 같아?” 아이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멀찍이 거리를 두는 성원이처럼 가해자, 피해자 어느 쪽에도 서지 않고 싶단다.
‘만약 네가 왕따를 당한다면……’
어른도 대답 못하는 어려운 질문을 던지니 아이는 대답을 못한다.
만약이라는 단서를 붙였는데도 사뭇 가슴이 답답하고 아파온다.
왕따에 대한 해답이 어렴풋하게 책에 씌여져 있다. 담임이 말한 올림픽 제전의 정신을 언급하면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자를 패배시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이미 이겼기 때문이다.’
내면의 분노를 남 탓으로 돌리지 말고 그 해답을 스스로 자신에게서 찾아보라는 작가의 말도
다시금 새겨두어야겠다.
설마 이럴까 싶은 학교의 모습이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생생해서 무서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