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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죽고싶은 나 1
케르스틴 기어 지음, 전은경 옮김 / 책들의도시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식탁 위의 책 제목을 보던 남편 깜짝 놀란다.
"오늘 죽고 싶은 나, 뭔 일 있어? 왜 이런 책을......"
제목만 보고도 과잉반응을 보이는 남편이 재밌으면서도 심각한 제목과는 달리
읽는 내내 웃음이 삐질삐질 나온다.
이름 없는 작가, 별 볼일 없는 서른 살 노처녀, 세 자매의 매력적인 금발을 전혀 닮지 않은
미운 오리새끼 같은 갈색머리 게다가 아들을 바란 부모의 넷째 딸,
아직 제대로 연애 한번 못해 본 그녀 게리가 이 책의 화자이자 주인공이다.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이지 않은가!
친구들이 모두 결혼하고 대화의 주체가 아이로 넘어갈 때 자연스레 소외되는 싱글 친구의 외로움,
가장 친한 친구의 가장 기쁜 소식-샤를르의 임신소식-에 우울해 할 수 있는 솔직한 마음도
충분히 공감되는 이야기이다.
나도 예전에 6명의 친한 친구 중 두 명만 취업 하지 못하고 남아서 서로 의지하다
그 친구가 먼저 취직했을 때 함께 진심으로 기뻐해주기 전에 우울해했으니.......
머피의 법칙이 작용하듯 내가 떠나 보낸 남자는 멋지게 변해있고 마음에 들어 하는 남자는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유일한 생계수단인 작가의 직업마저 위기에 처했으니
게다가 맞춤인 듯 우연히 손에 쥐어진 수면제는 그녀의 자살결심을 부추긴다.
처녀자리라 절대 충동적이지 않다는(?) 그녀는 자살에 앞서 주변 사람들에게 통쾌한 유언을 날린다.
우표를 사는데 한 재산을 투자할 만큼 많은 지인들에게……
통쾌한 유언은 다음 날 아침 빌어먹을 유언이 되고 말았다.
자살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한결 너그로워지고 또 자신만만해진다.
스트레스에 항상 시달리는 샐러리맨들이 안주머니에 '사직서'를 넣어 다니기만 해도
'더러워서 그만 둔다' 그 호기로움에 뿌듯해 하듯이~
밤의 정취에 젖어 쓴 편지를 아침 햇살 아래 읽어도 쑥스러운데
하물며 유언을 겸한 편지임에야 그것도 말짱한 모습으로 만나야 하다니......
고해성사하듯 옛날에 저질렀던 고의적인 장난과 상대방의 단점을 낱낱이 말한 다음에야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하지만 죽음을 앞에 두고서 만이 정말 중요한 일에 대해서 상대방에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진심으로 날 걱정해주는 가족과 친구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살아줘서 고맙다는 짧은 말 속에 얼마나 깊은 사랑이 담겨있는지……
독일의 가족모습이 약간 의외라는 느낌을 받았다.
독일하면 합리적이고 독립적일 것 같았는데 마치 우리나라의 대가족 같은 시끌법적과 분주함 속에서
끈끈한 가족간의 사랑도 느껴진다.
새옹지마라는 사자성어와 죽을 용기라면 뭐든 못하겠냐는 어른들의 덕담이 생각나는 책이다.
약간 생소한 독일작가라 뒷장의 작가와의 인터뷰를 먼저 읽었다.
소개되는 다른 작품들의 제목- [남자 아이들은 껌 같아]나[ 아, 그냥 집에 있을 걸 그랬다!]
도 역시 통통 튀는 작가 특유의 생동감이 느껴져 기대되는 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