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비단보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열여섯 소년이 어머님의 품에서 떠나 여행을 하는동안
어머니에 대한 설레임과 그리움으로 조심스레 시작한 이 소설
어머니를 상봉하는 반가움 대신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는 울음소리가 들리는데.....
책을 읽는내내 궁금증을 마구 일으키는
아들이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슬픔과 함께 떠올리는 붉은 비단보
붉은 비단보에 감추어진 어머니의 삶을 한꺼풀씩 따라가면서 보여준다.
하지만 끝내 그  情恨을 다 풀어내지 못한 애잔함이 두고두고 남는 책이다.
절묘하게 그네들의 심정을 묘사한 한시는 글로 풀어낸 것보다 더 많은 걸 들려준다.
딸인 묘진에게 남겨 준 푸른 비단보와
태워 없애려 했던 붉은 비단보의 선명한 색 대비만큼 선명한 대조를 보이는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면
아들을 원하는 양반가의 둘째로 개남이라 불렸던 아이
하지만 항상 항(恒)자와 나 아(我)자를 가져와서 항아라 불러달라 당당히 말하던 아이의 모습과
'대장부도 아닌 아녀자의 그림이 어찌 세상을 바꾸겠느냐." 며 자조하는 항아의 모습
일곱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며느리로 그 시대 여인네의 삶을 고스란히 살아내는 모습까지
당찬 어린아이에서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장성한 아이들을 훌륭히 키워낸 장년의 여인네까지.....
조선시대 여인네들의 모든 삶이 비추어지는 듯하다.
욕심많고 당찬 아이는 조선시대 유교사상의 억눌림 속에서 얼마나 많은 좌절과
안타까움을 느꼈을까
항아뿐만이 아니다.
명문가의 손녀딸로 시문에 뛰어난 하지만 항시 외로웠던 가연,
양반가의 서얼출신이라 멸시받는 그 모멸감을 몸으로 춤으로 그려낼 줄 알았던 초롱,
넉넉치 못한 양반가의 딸로 뭔지 모를 갈증을 그림으로 쏟아냈던 항아
세 동무의 삶을 따라가보며 조선시대 여인네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시대는 달라도 나의 열네살 친구들과의 풋풋한 우정을 겹쳐보기도 하면서......
하지만 붉은 비단보에 겹겹이 쌓여 좀체 얼굴을 내보이지 않았던 것은 바로 간절한
항아의 사랑이었다.
어머니가 또 한 명의 여동생을 낳는 날 운명처럼 만나 평생의 아픔으로 간직하게 될 사내애 준수
책 속에서 서로의 가시로 아픔을 고스란히 나누면서도 한 몸으로
붙잡고 있는 연리지는 그들의 운명을 말해주는 듯하다.
첩의 자식 그 신분의 벽을 넘보기도 힘든데 역적의 자식으로 몰려 쫓기는 신세가 된 후에야
그 둘의 사랑이 못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리 될 줄 알면서도
읽는내내 불안한 응원을 보내고 만다.
초롱이의 넋두리처럼 그게 그렇게 태어난 게  누구의 잘못도 아니기에
감추어둔 항아의 붉은 보자기를 풀어주고 싶다.
감추었던 그녀의 마음이 자유롭게 흘러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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