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램프 제1권 - 비밀지하요새
천하패창 지음, 곰비임비 옮김 / 엠빈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얼마 전부터 선보이기 시작하는 중국의 소설 중에서 새로운 장르를 만나게 되어서
반갑게 읽었습니다.
지은이의 이름(천하패창)에서도 느껴지는 방대한 스케일
짐작한 대로 무궁무진 모험의 세계로 책을 읽으면서 점점 더 빠져들게 되네요.
좀 낯선 이름과 지명, 잘 모르는 중국역사가 시대배경으로 나와도
넉넉히 덮어지는 재미와 스릴이 있습니다.

넓고 넓은 중국 땅에 비해 작은 우리나라에도 구석구석 숨어있는 이야기(전설의 고향 같은~)가
많고 많은데 드넓은 땅 중국이고 보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지......
특히 사후 영혼이 있다고 믿는 공통된 동양적 사상을 공유하는
중국의 이야기인지라 귀신의 이야기가 마치 우리나라 전설의 고향을 보는 것 같은 재미를 주네요

짤막하고 괴기스러운 할아버지의 이야기부터 펼쳐집니다.
아편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고 종이인형이 여인으로 살아나는 이야기, 쥐와 우정을 나누고
함께 아편을 피우는 황당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신나게 펼쳐지는 모험이야기가 아니라
다소 황당한 야사나 귀신이야기가 아닐까 오해를 했습니다.
하지만 호팔일의 군대생활과 그 이후 도굴을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인 모험의 세계가 펼쳐지는군요.
파도처럼 계속계속 거듭되는 호팔일의 고난
불무당벌레로 동료 대부분을 잃고 산사태와 패왕도룡뇽과의 사투, 지진으로 이어지는 군대에서의
믿어지지 않는 모험을 시작으로
처음 시작하는 도굴탐험에서도 호팔일의 고난은 계속됩니다.
관 속 시체를 뒤져 옥기를 가져 나오는데 전해져오는 이야기처럼 귀취등의 불빛이 꺼집니다.
고대로부터 내려온 묵계대로 죽은자의 물건을 모두 두고 나왔어야 했으나
욕심을 부리며 흥정하다 무시무시한 붉은털야수가 나타납니다.
출구는 막히고 야수와의 싸움중에 나타난 구멍으로 탈출하는데  의외로
일본 관동군의 거대 비밀지하요새를 발견하고
그 곳에서 어린아이 귀신을 만나며 공포에 떨고 오랜세월 어둠속에 살고있던
흡혈박쥐와 거대늘보의 연이은 공격을 받게 됩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숨막히는 와중에도 순장된 아이들의 시체를 거두어오는 팔일일행

끝없이 이어지는 걷잡을 수 없는 고난에 숨쉴틈도 없이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책 속에서 가장 선명하게 그려지는 공포는 투명한 불무당벌레였습니다.
다른 대원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 지도원이나 분대장을 보면서
단지 흥미있는 모험소설이 아닌 가슴 묵직한 감동도 선사해주네요.
또한 그럭저럭 살아가는 인생에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던 철부지 호팔일이
남아있는 전우의 가족을 위해서 뭔가 해야겠다는 의무감의 진정한 사나이로
거듭나는 모습이 있어 훈훈합니다.

도굴을 결심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갈등이 공감되면서도 웃음을 자아냅니다.
‘양심은 무슨 얼어죽을 놈의 양심, 그 놈의 양심 개나 먹으라지, 아니지,
다 줘 버리면 그러니까 반만 개한테 줄까? 음….’
양심을 살짝 뒤로 미룬 채 도굴의 길을 선택한 호팔일과 친구
죽은자의 평안함을 깨뜨리는 것도 모자라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훔쳐가는 도굴을 싫어하지만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는 호팔일 일행이 아니기에 도굴꾼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네요.
찾아 낸 비밀요새의 물자들을 빈곤한 강강마을 사람들에게 모두 내어주고 그들은 천신만고 끝에
건진 옥기 두 개만을 갖고 오는 그 순박함때문에......

2권에서 이어질 그들의 본격적인 대모험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고스트램프를 읽으면서 중국에 대해 또 다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어요.
책에 등장하는 수은미라에 대한 궁금증으로 자료를 찾아보다 이집트 뿐만 아니라
세계 각처의 미라도 알게 되었고
책에 곧잘 등장하는 홍위병을 통해 문화대혁명의 역사적인 사건과
도굴에 관련된 이야기에 이끌려 중국역사도 다시금 뒤적이게 되네요.

물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흥미진진한 호팔일 일행의 모험이야말로 이 책의 참 매력이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