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진 2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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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시대라고 하는 현재에도
비행기타고 10여 시간이 걸리지만 나에게는 멀게 느껴지는데
60일의 배를 타고 가야하는 리진에게는
그 거리가 얼마나 막막했을까?
책을 다 읽어보기도 전에 작가 선생님과 함께하는 귀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여운을 안고 책을 읽으니 리진이 더욱 가깝게 마치 손에 잡힐 듯
그녀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선생님이 명성황후 생가 소박한 대청마루 끝에서 조심스럽게 낭독해 주시던 부분
명성황후가 프랑스에서 돌아 온 리진과 함께 친정엄마가 딸을 품듯
같이 하룻밤을 보내며 잠못드는 리진곁에서
-고립무원이로구나
.......
한번 타고 나니 내릴 길이 없구나-
왕비의 고단한 혼잣말.....
집에 와서 읽어보니 그 부분에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귀에 울리는 듯~
왜 이부분을 선생님의 음성으로 되짚어 주셨을까?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A4용지 한 장 반 정도의 분량 그것도 이방인의 눈에 보인 조선무희 리진
그녀의 남아있는 흔적을 찾으려고 파리 콜랭의 고향 시골부터 한국의 구석구석까지 찾아다니다
티끌만큼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아 너무나 허망하여 실존인물인가를 의심하셨다고 합니다.
그 날아가버릴듯 가벼운 그녀의 존재를 이리도 입김이 생생하게 우리 앞에
내보이신 작가님의 생명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처음 리진을 태어나게 한 것은 자신이었으나 글을 쓰면서는 리진으로 인해 행복하고 기뻤다는...
다시 잊혀지는 일없이 현재형으로 존재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희망은 벌써 실현된 듯 합니다.

우리가 한국여성의 선구자로 익히 알고 있는 윤심덕이나 서양화가 나혜석보다 30여년을 앞서
살았던 리진
명성황후처럼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아 더욱 아련합니다.
조선이 쇄국과 개국의 혼란속에서 어지러울때 아름답고 재능있는 조선무희
왕의 여자였으나 프랑스 대사를 단번에 사로잡아 그의 나라 프랑스에 가서
그녀의 매력과 재능으로 그 당시 프랑스 귀족사회를 사로잡았던 그녀
결국 신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그녀를 프랑스와 연결시켜줬던 유일한 통로인
불한사전을 먹고 자살하는 여인 리진

궁 친구 소아가 건네 준 꽃씨와 난 화분이 프랑스 낯선 땅에서 시들어 죽어 가는 것처럼
조선의 아리따운 무희 리진도 서서히 생기를 잃어가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들어갔지만 명성황후에 대한 느낌도 새롭게 가졌습니다.
권력 욕심에 사로잡힌 노련한 정치가로서만 아니라
길 잃은 리진을 데려다 입에 배즙을 떠 먹여 주는 따스한 어머니로서의 모습도
참으로 어울렸습니다.
리진을 둘러싼 남성들의 이야기,
명성황후의 자상한 어머니 같은 모습,
이런 자잘한 이야기들이 이 소설을 역사소설이 아니라고 하게 하나 봅니다.
그러니 책을 읽는 우리도 리진의 사뿐한 발걸음을 따라가듯 힘을 빼고
읽어 나가면 될 듯합니다.
시대를 너무 앞서 태어난 여인
그녀가 진정으로 살고 싶어했던 삶
가장 좋은 날 조선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는 그녀의 소박한 꿈을 이루지 못하게 한
그 시대가 다시금 원망스러워집니다.

여자도 사람이외다 라고 외친 강인한 여성화가 나혜석의 시
왠지 리진도 고개를 끄덕일 것 같아 담아봤습니다.                                  


 

                     가자! 파리로. 
                       살러 가지 말고 죽으러 가자.
                       나를 죽인 곳은 파리다.
                       나를 정말 여성으로 만들어준 곳도 파리다.
                       나는 파리 가 죽으련다.
                       찾을 것도, 만날 것도, 얻을 것도 없다.
                       돌아올 것도 없다. 영구히 가자.
                       과거와 현재 공(空)인 나는 미래로 나가자.              
  
                         四남매 아해들아!
                       에미를 원망치 말고 사회제도와 도덕과 법률과 인습을 원망하라.
                       네 에미는 과도기에 선각자로 그 운명의 줄에 희생된 자였더니라.
                       후일, 외교관이 되어 파리 오거든
                       네 에미의 묘를 찾아 꽃 한 송이 꽂아다오
                      
                      - 1935년 나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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