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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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작가의 손길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가제본 책을 만나게 되어 더욱 살가웠습니다.
영화의 대본같기도 한 색다른 느낌이 기존 책과는 또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쉽게 읽을 책이 아닌 건 알았지만 담은 내용이 무겁고 가슴아파 녹록치 않게 읽고 또 읽었네요.

청천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살림엔 수심도 많네
--진도아리랑
작가의 머리말도 없이 시작되는 진도아리랑의 서글픈 구절
저도 조그맣게 따라 불러보며 '정말 그렇지' 마음속으로 되내어봅니다.
바리데기속에는 참으로 많고많은 근심이 있습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걱정들이 정말 별것 아니라는 위안을 줄 만큼....

바리가 식구들이랑 헤어졌을 때의 나이가 열두살이라는 독백에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
똑같은 나이의 딸의 얼굴이 겹쳐지면서 바리의 험난한 여정이 더욱 가슴아프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애써 모른 척 했던 북한의 기나긴 굶주림의 헐벗은 삶이 그대로 보여집니다.
바리가 외삼촌이 강을 건넌 게 94년 겨울이라고 하기 전에는
책에서 보여지는 세상이 60년대쯤 되는 옛이야기려니 했습니다.
내가 이럴진데 우리 아이들은 그 십분의 일이라도 피부로 느낄 수 있을까요?
북한 아니 지척에 나랑 말이 조금 다른 같은 민족이 살고 있다는 걸 실감할까요?
하물며 그 궁핍함까지야...

현실을 다루고 있는데도 자꾸 현실의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데에는
할머니와 바리, 칠성이의 몽환적인 토속신앙이 펼쳐지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죽은 사람을 만나고 오는 데도 전혀 무섭지 않고 바리를 향해
답을 찾는 지옥의 많은 사람들이 던지는 물음은 바로 우리가 묻고 싶은 물음이기도 하지요.

북한의 참혹한 굶주림과 두만강을 건너 중국땅에서도 이어지는 공포와 절망,
숨조차 쉬기 힘든 항해끝에 도착한 영국에서의 불안한 난민생활,
우리에게도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 911테러를 뉴스를 통해 보는 바리,
영국의 폭탄테러를 직접 목격할 뿐 아니라
아직도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에 남편은 실종되고 아이의 어쩌구니없는 죽음까지....
바로 우리가 발딛고 사는 현실 속에서 바리는 무거운 고통을 떠안고 있는 듯합니다.
작가는 왜 이리 많은 짐을 바리에게 지게 했을까요?
소설속 소설
우리가 익히 여기저기서 들어 온 바리공주의 설화
공주로 태어났지만 버림받아 온갖 고통과 수난을 당하고도 부모를 위하여
생명수를 구해 온다는 이야기
바리공주가 그렇게 찾아 헤맸던 생명수가 우리 늘 밥해먹구 빨래허구 하던 그 물이라니
헛고생한거 아니냐는 바리의 물음에
"생명수를 알아보는 마음을 얻었지비"
할머니의 대답
파랑새에서 희망의 파랑새를 찾아 멀고 먼 여행을 떠났던 남매가 결국은 집에서 키우는 새가 파랑새였음을 알게 되는 것처럼....

가족과의 생이별, 소중한 아이의 죽음, 믿었던 샹언니의 배신, 그리고 남편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까지...
힘겨운 삶을 거쳐 온 바리는 우리에게 마음 속 큰 희망의 생명수를 부어 줍니다.

약간 엉뚱한 상상을 해 보기도 했습니다.
마리가 열흘이상 계속되는 배안에서의 고통속에서 영혼을 분리해서 배 안의 참혹함을 유리너머로 보는 듯한
장면이 묘사됩니다.
우리 인간도 견딜 수 없는 힘든 상황에서는 잠깐이라도 그 육신을 떼어 놓을 수만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고...

황석영 작가님의 묵직하고 깊은 생각을 다 읽어내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옆에 두고 힘들고 지칠때 마음 속 바리를 찾으며  펼쳐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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