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찻상 - 차의 템포로 자신의 마음과 천천히 걷기
연희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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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사람의 육체에 주는 음식이라면,

차茶는 사람의 마음에게 주는 음식이다. -김소연의 <마음사전>중


단순히 차 한 잔이 아닌 차를 통해 만난 사람과 공간, 그리고

그 순간의 시간들, 무엇보다 차에 대한 오롯한 설렘과 애정이

고스란히 담긴 작가의 잔잔한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스며들듯

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기는 책이었다.

"좋아하는 게 있으면 삶이 빛난다." 누군가의 말처럼 차를 사랑하는 

작가의 차이야기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 이야기할 때의 반짝임과 

다정함이 담겨있다.


p.136 "혼자 마실 때는 자신과의 소통이며 둘이 마실 때는 상대방과의 

소통이고 그 이상은 흥겨움의 소통이 되는 것이 아닐까."


파리로 첫 유학 갔을 때 배려깊은 수녀님 덕분에 머물렀던 기숙사,

그 곳에서 만난 친구와의 인연, 작은 방에서 오뎅탕을 나눠먹고

방바닥에 철버덕 앉아 함께 했던 녹차 티타임, 비록 다시 만나지는 

못해도 내내 따스한 그리움으로 기억되는 만남! 

기숙사방 한 켠이 한국유학생들의 소박한 티테이블로 변신한 영국 

유학시절의 추억, 조직검사의 두려움과 이방인의 무력감에 힘들어했던 

작가의 무사함을 기뻐해주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 친구들과 함께 

한 뉴욕의 따스한 호텔 티룸, 살롱문화의 자취를 품고 있는 통영,

정갈한 밥상과 함께 한 일본의 반차까지 작가의 시간이 차곡차곡 

은은한 차향과 함께 건네진다.

차에 대해 무지했던 나는 얼그레이와 에프트눈티의 유래나 책 속 

낯선 차에 대한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홍차와 함께 내놓는 티푸드로 

가장 한국적인 파전을 올리며 일상속 가장 친숙한 재료를 차려내는 게 

최고의 찻상이라고 말하는 작가를 보며 나도 이 계절 가장 흔하고 

친숙한 귤로 티푸드를 만들어 오롯이 나 스스로를 위한 찻상을

차려보았다. 정성스럽게 차를 우려내고 천천히 음미하며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오랜만에 누렸다.

p.185 "가득 채워진 찻잔을 비워내야만 다시 차를 부을 수 있듯이 

맑게 비워낸 마음의 공간에는 또 다른 윤택한 감정들이 쌓인다. 

비우면 저절로 채워지는 것이 삶이라는 사실을 나는 차를 우리며 

배우고 있다."


독초에 감염된 몸을 치료한 이후 그 이로움을 인간에게 전하고자 

차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는 유래처럼 차는 인간의 마음과 몸을 

치유하는 선물이 아닐까! 돌봄의 찻상은 그 선물을 즐겁게 

펼쳐보게 하는 다정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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