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입었으나 갈 곳이 없다 (Jewel Edition) 연시리즈 에세이 1
이제 지음 / 행복우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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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입었으나 갈 곳이 없다' 왠지 이 문장 뒤에는 '덩그러니'라는 단어가 외롭게 남아있는 듯합니다.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쓸쓸한 영혼에 대한 잔상이 이제 작가의 글에서, 같은 얼굴을 한 나의 자화상이
겹쳐지는 것 같아 마치 시집처럼 두께가 얇은 책이지만 오래 두고 읽은 것 같습니다.

 

p.26 "몸을 움직이는 것은 별 뜻 없이 할 수 있었지만 마음을 다루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먼 마음이 있었다." -드러낸 살갗

 

"마음이란게 보이지가 않아서 안타깝다가 보일까봐 겁이 났다가..."
SNS에서 누군가 쓴 글처럼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누군가에게
내 속마음을 들킬까봐 두렵기도 한, 외롭고 힘든 시간들....
아픈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아파 본 사람이라는 말이 있듯이
홀로 오롯이 견디어 낸 아픔과 슬픔, 외로움의 시간들을 묵묵히 써내려간 작가의 글은
아파 본 사람의 깊은 공감이 담겨있었어요.
마음이 넘쳐 쓴, 일기가 글이 되고 책이 된 작가, 자신을 착즙하여 쏟아낸 글들은
때로는 시 같고 때로는 편지같기도 한, 따뜻한 위로이자 함께 이겨내보자는 격려였어요.

 

p.16 "모든 게 불안하던 계절, 혼자서 자주 바다를 찾았다.....
바다를 찾아 다니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의외의 수확이 안겨졌다.
일몰 시간을 기다리며 서 있으면 시간이 느리다. 느린 시간의 빈틈에 나의 불안을 끼워 넣었다.
운이 좋으면 다시 일주일을 보낼 만큼의 용기가 주어지기도 했다." -시간은 파스스 꺼져가고

 

 

 

나 역시도 힘겨웠던 회사 생활을 접고 홀로 속초의 바닷가를 거닐던 시간이 있었어요.
눈이 나빠서인지 착시였는지 멀리 해변가 모래위에 버려져있던 플라스틱 조각이
알라딘 램프처럼 보여서 혼자서 빙긋 웃었다지요. 내 맘대로 해 본 착각이 허탈하기도 하고
내게 또 다른 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기대감에....작가가 혼자 찾은 바다에서
발견한 의외의 수확이 물건은 아니겠지만 가까이 다가갈 때까지도 내게 행운의 램프처럼
보였던 파란 플라스틱 조각이 나에게는 바다가 건네는 작은 위로 같았습니다.
동해바다의 일출과 파도의 생생함을 보며 재도전의 용기를 조금은 얻었고
지금은 또다른 일을 시작했답니다.
 "울고 싶어도 못 우는 너를 위해 내가 대신 울어줄게" 이해인 시인의 '파도의 말'처럼
우리가 막막하고 힘들 때 바다나 숲, 그 어떤 대상에서든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일주일, 아니 단 하루만큼의 용기라도 보태어질 수 있을테니까요.

 

p.120 "과거의 나를 존중하는 방식이 있다. 전에 했던 선택을 믿는 것이다.
현재로선 미련해 보일지라도 그때 그런 선택을 한 데엔 합당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 믿는다.
당시의 나는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지금 불안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땐 반대로 미래의 나를 다독인다.
시간이 지나면 이 결정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믿어달라고, 현재로서의 최선이라고.
그렇게 나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여 신뢰의 고리를 만든다." -선

 

나 역시 작가처럼 '편안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네요.
작가의 다짐처럼 나라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나만이 가진 특별함이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봅니다. 옷을 입었으나 갈 곳을 몰라 방황하는 애처로운 우리들,
스스로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기를...작가의 말대로 모두 태어나고 살아보는 게 처음이니까.

 

p.93 "자고 나면 괜찮아"라는 말을 하도 해서 그게 나의 만병통치약이냐는
농담을 듣기도 했다. -현실의 저 반대편

 

힘들고 고단했던 2020년도 어느새 80여일밖에 남지않은 시기,
선별진료소 근무로 힘들어하는 간호사친구에게 작은 선물과 함께 보내고픈 책이네요.



가을...
서로에게 건네는 위로같은 책, 함께 나누고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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