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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멋 흥 한국에 취하다
정목일 지음 / 청조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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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그림이나 사진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의 묘사나 감상을 보면 궁금해지기도 하고, 문화재같은 경우에는 익숙지 않아 어떤것인지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이런점에서 이 책은 독자의 적극성을 요한다. 다만 저자 스스로가 밝혔듯이 전문적 해설이 아닌 개인점 감상위주이기때문에 그에 교감할수 있는(궁금해하거나 직접 찾아보기도 하는) 감수성이 있는 독자라면 더욱 즐겁게 읽을수 있지않을까 싶기도하다.

 

 

 

다구를 준비한다는 것은 만남과 대화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혼자 차를 마실 때도 마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몇 천 년 전 책 속의 인물과도 만날 수 있다. 시공을 초월한 대화와 교감의 순간이다. (본문 중 19p)

 

시공을 초월한 만남과 교감. 위의 이 구절은 다구(茶具)에 대한 수필 중의 문장이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궁극적으로 찾고자 한것이 아닐까. 한국의 맛과 멋과 흥에서 찾고자한 것, 그것들과의 대화와 교감을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저자는 수필가이자 골동품애호가의 면모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선친부터 이어져온 고미술품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글에서 느껴진다. 저자는 수필을 쓰며 주변의 익숙하고 친근한 것들을 세세히 살피고, 우리가 그냥 지나쳐가기 쉬운 소소한 부분들을 찾아내 관찰하고 사색한다. 관찰과 사색이 짙어질수록 그 대상에 대한 애정이 커져서 그가 쓴 글은 마치 무언가에 대한 예찬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만 그가 감탄하는 부분은 단지 외적인 미에 제한된 것이 아니라는게 중요하다. 깊은 고찰과 상상을 거쳐 알아낸(혹은 눈치챈) 내적인 미에 관한 것들 또한 예찬의 대상이 된다. 같은 것을 보고 내가 그와 같은 것을 포착하거나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얼마 전 안동여행을 다녀왔다. 그래서 문화재에 대한 부분이 유독 마음에 와닿았다. 얼마전 내가 보았던 문화재나 전통 한옥, 그 뒤의 산의 능선과 과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많은 것들을 보며 나는 무얼 느끼고 무얼 상상했는지 이 책을 계기로 다시한번 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싫어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많을수록 인생이 즐겁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들이 내 삶에 가까이 있다면 더더욱 좋겠다. 이 책은 위에서 한번 언급한 것처럼 저자가 좋아하고 예찬하는 것들에 대해 쓴 감성수필들을 모은 책이다. 저자가 좋아하는 것이 무언가 하면, 한국인으로서 혹은 한국인인이기에 더욱 깊이 취해 즐길 수 있는 한국적인 맛과 멋과 흥이다.

 

'한국적이다라'는 표현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아주 오래전부터 간직해온 특유의 문화와 역사에 관한 것이 있기에 가능한 표현이다. 저자는 한국의 문화재부터 농작물인 벼, 우리의 말투(사투리), 음식, 전통 춤, 사계절 등등 곳곳에서 그러한 것을 찾아낸다. 또한 우리 선조들은 물론 아마도 전 인류가 느껴왔을 달에 대한 서정 또한 그가 좋아하는 것으로 한데 묶어 여러가지 글을 썼다.

 

 

어쩌면 수필을 쓰는 법도 꽃을 꽂는 법과 비슷하지 않을까. 수필이라는 문학 형식이 꽃을 꽂는 그릇이라면 어떤 꽃을 꽂느냐에 따라 글이 품은 느낌이 달라진다. (본문 중 29p)

 

 

수필은 개인적인 글이지만 동시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니는 특유의 감정과 서정을 이야기하기에 읽기가 참 편했다. 글의 길이도 짧아 한편한편이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리고 이런 일기라면 나도 남에게 자랑하고 싶겠다는 마음 역시 들었다. 이미 알고 있고 익숙하게 접한 경험이 있는 '한국적인 것'에 대해 차근히 살펴보고 생각해보기에 좋은 책이다. 그래서 한국에 대해 홍보하기 위해 한국 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기 보다는 보다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의 역사를 알고 있는 한국인들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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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52주 - 2015 다이어리 & 컬러링북 52주 다이어리 & 컬러링북 시리즈
Marica Zotino 지음 / 비타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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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다이어리는 생일선물로 받았는데 운이 좋았는지 새로운 다이어리를 또 받게되었다. 은근히 기대했던 컬러링북 다이어리! 사실 먼저 받은 다이어리는 프리노트식이라 monthly와 daily를 활용하기 좋은 다이어리인데, 이 책은 한페이지에 하나의 그림과 함께 일주일의 일정을 정리하기 좋게끔 weekly위주의 다이어리로 쓰기에 적당했다. 각 줄에 시간이 체크되어있어 핸드폰의 스케줄을 기록할때처럼 적기에도 좋고, 원한다면 시간상관없이 그날그날 할 사소한 일정을 한줄씩 적어 체크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색칠놀이에 한눈팔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공부나 운동스케줄러로 사용하기에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은 다이어리&컬러링북이라는것인데, 컬러링북은 올해 유독 인기를 끌었던 트랜드 중 하나로, 쉽게 말하자면 색칠놀이를 떠올리면된다. 비밀의 정원이라는 책이 베스트 셀러에 오르며 컬러링북이라는 키워드가 출판업계와 독자를 한꺼번에 사로잡은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 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워낙에 사소한 그림을 그리거나 색칠하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새삼 유행하는 컬러링북이라는 키워드는 참 반가웠다.

 

 

 

 

 

 

 

 

 

 

『나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52주』에서는 제목처럼 날개를 가진 다양한 생물들이 그려진 그림을 만나 볼수 있다. 표지와 함께 2015년 첫주의 그림에도 등장하는 (다양한 종류의)새를 포함해서, 잠자리, 나비, 꿀벌, 무당벌레까지 다양한 생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자연(식물)의 모습이 조화롭게 나타나서 그저 그림을 구경하는데도 참 즐거웠다. 기본적인 그림에 마치 모자이크처럼 무늬를 새길수 있도록 자잘한 세부경계가 참 많은 그림이라 색칠하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만큼 다 칠하고 나니 뿌듯하기도하다. 매주 하나씩 그림을 채워나가기엔 색칠놀이에 욕심이 조금 앞설지도 모르지만, 색연필 싸인펜 등등을 총동원해서 색칠놀이 겸 힐링이 기대되는 다이어리다.


 

 

 

조심스럽지만 새해 첫주 행운을 가져다주는 파랑새를 상상하며 색연필로만 완성한 첫 그림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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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거인 철학하는 아이 3
마이클 포먼 글.그림, 민유리 옮김, 이상희 해설 / 이마주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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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름다운 세계에 오로지 단 둘뿐인 거인, 보리스와 샘이 살고있다. 둘은 서로 친하게 지냈고 아무런 문제없이 함께 숲을 거닐고 바다를 보며 살았다. 어느 날 두 거인의 눈을 사로잡은 아름다운 분홍색 조가비 하나를 이유로 둘 사이에 처음으로 다툼이 생기고, 나중엔 다투게 된 이유도 잊어버린 채 각각의 섬에 갇혀 서로에게 돌을 던지며 지내게 된다.





두 거인의 사이가 좋거나 나쁠 때 자연환경이 그를 대변하는데, 이는 흔한 방식이지만 이 책에서는 단순히 분위기 조성의 역할 뿐 아니라 둘의 헤어짐과 화해의 실마리를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큰 역할을 한다.(다툼이 시작될 때 그 둘을 헤어지게 한 홍수는 두 거인이 서둘러 양말을 신게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인상깊었던 건 둘의 다툼이 시작되자 홍수에 이어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이 찾아온 것이다. 눈을 좋아하는 두 거인에게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이란 즐거울 것 하나 없는 혹독한 계절이 되어버린다. 홍수로 불어난 물때문에 각자의 섬에 갖힌 두 거인은 서로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점차 분노와 상대에 대한 미움을 키워간다.





다툼의 유일한 장점은 화해할 수 있다는 것. 서로에게 던진 돌들이 다리가 되어 본래의 의도가 어찌됐든 두 거인은 아주 오랜만에 서로 마주하게 되었고, 멀리서는 볼수 없었던 서로의 양말을 보게된다. 싸울 때와 마찬가지로 아주 사소한 것을 계기로, 둘은 서로 친구로 잘 지냈던 시기를 기억해내고 함께 웃으며 춤을 춘다.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있을때 늘 좋을 수만은 없다. 아무리 친하고 아무리 소중한 사람이어도, 친구 애인 가족 그 누구더라도 사소한 이유로 싸우거나 다투게되기도 한다. 싸우는건 그리 쉽고 순식간인데 화해는 어찌나 어려운지. 사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서로 가까이 마주보고 좋았던 때 다투기전의 모습을 떠올리는것 만으로 다 풀어질수 있는 문제일지도 모르는데. 굽히기 싫은 자존심, 더 악화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상대는 자기처럼 전의 좋았던 때로의 회복을 바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망설임으로 우리는 화해와 소통에 늘 자신없어한다. 소통해서 상처입는것과 고립되어 답답함을 견디는것 중 후자를 더 두려워해야하는게 아닐까라는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다.



작게는 다툼과 화해, 크게는 전쟁과 평화까지 아우르는 이야기는 그림과 함께 천천히 읽어보면 기승전결도 확실하고, 어린아이가 읽기에도 지루함은 없을 것 같다. 평화로운 시절을 다채롭게 묘사하고, 싸움이 고조될수록 그림과 글에도 긴장감이 흐른다. 문제가 해결된 후에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샘과 보리스만의 일종의 사전방지책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똑똑한 행보까지 있기에 아이들이 보고 배울점이 많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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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공경희 옮김 / 책만드는집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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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알무스타파는 자신을 데리고 갈 배만을 기다리며 오르팔레세 성읍에서 살아간다. 12년째 되는날 드디어 자신을 고향 섬으로 데려다줄 배가 오는 것을 알고 기쁨과 동시에 이곳을 떠나야하는 슬픔의 순간을 맞는다. 그동안 그를 존경하고 사랑하던 주민들이 그를 붙잡으려 하지만 섬의 예언녀(알미트라)는 그가 떠나는 것을 잡지 못할 것임을 알고 떠나기전 그를 '신의 예언자'라고 칭하며 여러가지 배움을 청한다. 알미트라가 사랑과 결혼에 대해 말해주길 청하는 것을 시작으로, 부자는 베풂에 대해, 농부는 일에 대해, 여관주인이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해, 재판관이 죄와 벌에 대해, 청년이 우정에 대해... 각자 직업이나 특징에 따라 저마다의 질문을 던진다. 이에 알무스타파은 그 질문을 포함하는 삶의 제언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준다.

 

 

여기서 하나의 질문이 곧 하나의 시가 되어 묶인 이 작품은 소설같은 앞뒤스토리를 가진 연작시이다. 연작시라는 형식은 낯선데 비해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명확하고 간단한 메시지를 각각의 시가 표현하고 있어 책 자체는 소설처럼 쉽게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형식이 비교적 간단하다고해서 내용이 한번에 이해되고 흡수될만큼 간단한 건 아니었다. 얼핏 모두 공감되는 이야기라 이해하며 끄덕일 수 있지만 중간중간 (그야말로 시적인)아름다운 비유에 반하고 그 속에 담긴 뜻을 헤아리려 애쓰다보니 같은 구절을 몇번이나 다시 읽게되곤 했다. 지난 한세기동안이나 꾸준히 여러 사람에게 읽히고 칭송받아온 작품인만큼 교훈적이고 마음에 쏙 드는 내용들이 많았던것 같다. 이렇게 내용과 표현 모두 사람의 마음을 끄는 책은 오래도록 읽힐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훈적이고 긍정적인 답변에 치우친 내용은 종교서같은 느낌도 주지만,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는 이유는 모든 질문과 답변이 인간삶에 대한 궁금증을 담고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과 결혼, 자녀, 우정, 선과 악,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총 26가지의 주제는 하나도 쉽게 단정짓거나 가벼이 생각할수 없는 문제지만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 고민하는 문제들이다. 내가 이 책을 100% 다 이해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곁에 두고 생각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여러번 읽어보고, 몇년 후에든 다시 읽게되었을 때 지금보다 많은 걸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고향섬으로 떠나는 알무스타파는 작별의 말 중 이러한 말을 남긴다.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몇번이고 이 책을 다시 펼쳐보려 한다.

 

 

 

 

"이 말들이 모호할지라도 명확하게 하려 애쓰지 말기를.
모호함과 흐릿함은 모든것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니,

그대들이 나를 시작으로 기억해주기를." (본문 중 10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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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기담 사계절 1318 문고 95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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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청소년소설의 대가 이금이작가를 알게된 것은 독일작가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읽고난 후였다. 성장소설, 청소년소설이 재미있다고 느끼고 찾아볼 무렵 내가 읽은 책들을 점검해보니 죄다 외국작가의 작품 뿐이었다. 국내소설로는 청소년소설로 완전히 분류되지 않기도 하지만 성장소설의 일종으로 평가받는 박상률의 작품들이 다였다. <모모>라는 책을 읽고 우리나라에도 이 계열의 작품으로 인정받는 작가가 있으리라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찾아낸 작가가 이금이였다. <너도 하늘 말라리아야>와 <유진과 유진>을 읽으면서 한국작가가 쓸수 있는 한국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바로 이런 것이란걸 느꼈고, 쉽지만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작가의 필체도 마음에 쏙 들었다. <청춘기담>은 이처럼 작가에 대한 기대를 한껏 품고 펼치게 된 책이었다.

 

 

사실 난 맨처음 이책의 제목을 '청춘기' 담으로 읽었다. 청춘기의 이야기라는 담백한 제목으로 해석한 것이다. 한자로 쓰여있진 않지만 청춘들의 기이한 이야기라는 뜻이 책 뒷면의 글을 보면 원래 작가의 의도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결국 '청춘기의 이야기= 청춘들의 기이한 이야기'라는 걸 느낄수 있었다. 작가노트에 말처럼 요즘은 '청춘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기이하고 괴상한 일이 되어버린 시대'인 것이다. 작가는 책의 이야기들이 기담이라는 제목이 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것을 걱정했지만 나는 한편한편 읽을때마다 매번 가슴이 덜컹이고 울컥했다. 전체적으론 무겁지 않고 순간순간 유쾌하기도 하지만 말미마다 한가지씩 반전 혹은 무거운 감정덩어리를 터뜨리고 가는 이야기들이었다. 각각의 단편이 너무 다르면서도 좋았기에 각 편마다 짧게 리뷰를 남긴다.

 

 

<셔틀보이>
핸드폰을 바꾸고 그 번호의 전주인에게 보내진 문자가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준다면? 비슷한 상상을 해본적이 있었다. 실제로 부재하고 있는 존재(엄마)에게 이런 문자를 받는다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제대로 가르쳐주는 이 없이 엇나가는 주인공이 마지막에 보내는 답장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검은 거울>
이 역시 비슷한 상상을 한적 있었다. 일본 드라마중에 아빠와 딸의 몸이 바뀌고 서로의 고충을 알아가며 화해하는 내용의 드라마도 생각났다. 이 소설은 그 드라마처럼 훈훈하지 않다는 게 반전. 엄마와 딸의 몸이 바뀌지만 각자 바뀐것을 말하지 않고 서로인척 일상을 이어간다. 딸의 시점으로 이어지던 소설 말미의 엄마의 외침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1705호>
요즘 세상에는 사소한 행동하나로 남의 평가를 받는게 무서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한 가족이 모두 목격한, 한번 이상 스쳐 지난 그 소년에게 단 한사람이라도 인사를 건냈다면 어땠을까. 귀신보다 산 사람이 무서운 세상이라도 결국 사람끼리 모여 살고 있으면서, 이웃을 포함해서 우연이이라도 몇번이고 마주친 주변의 불안한 존재에게 너무 무관심하게 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게 되었다.

 

<나이에 관한 고찰>
'마음나이'라는 개념이 굉장히 와닿았다.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의 마음나이는 몇살이나 될까.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는 열망'(본문 중126p)은 분명 아주 어려서부터 우리에게 있던 것일텐데, 어른이 되기도 전에 그 마음을 잃어버리고 혹은 그에 대한 생각을 할 여유조차 잃어버리고 사는 아이들의 삶은 얼마나 팍팍할까.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두더지와 대화하고 비둘기부부의 대화를 알아들을만큼의 순수한 감수성을 지닌 아이로 난 자라왔을까, 내 아이가 생긴다면 그런 아이로 키울수 있을까. 단순한 서울과 시골이라는 공간때문이 아니라 주변의 어른들과 사회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아이들의 마음나이를 갈아먹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을 잔뜩 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천국의 아이들>
아이들은 굉장히 여리지만 또 굉장히 강하다는 걸 느꼈다. 오히려 이시대의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연약하고 어리석은지도 모른다. 본인들이 그렇기에 아이들을 더 강하게 키우고 싶어 속박하고 힘겹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모범생에 속하는 주인공이 컨닝사건을 계기로 집을 나가 찾은 곳이 소문이 무성한 '파라다이스'다. 소문만 듣고 겁없이 찾아간 그곳에서 파랑머리 소녀와 블루라는 고양이를 만나게 되고, 결국 그 소녀를 핑계로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각각의 방으로 흩어져 저마다의 이유로 울고 있는 세 가족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즐거운 유니하우스>
드라마에서는 흔히 볼수 있는 출생의 비밀, 그 이야기가 그다지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그보다 그저 부모와 아이간의 소통, 화해에 관해 두 가족의 이야기가 묘하게 겹쳐 만들어내는 감동이 크기 때문인것 같다. 기이하지만 괴기스럽지 않은, 오히려 사랑스럽고 애틋한 이야기였다. 쉽지 않겠지만 갈등하고 있는 가족이 있다면 타인보다 먼저 그 가족과 진심을 터놓고 말해봐야하지 않을까. 아이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범위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느끼고 있으며, 어른은 아이가 생각하는것보다 약하고 겁이 많다는 걸 서로 미리 알아두면 좋을텐데.

 

 


앞서 밝힌것처럼 기대를 잔뜩하고 읽었는데도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책이었다. 이금이 작가의 소설은 참 청소년소설스럽다. 청소년들이 읽어도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고, 청소년에 관심이 있는 부모나 모든 성인들이 읽어도 재미와 공감, 교훈 등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바쁜 요즘 짬내어 읽기 좋았던 단편소설집이라는 장점도 있다. 나보다 어린 학생들에게 책을 추천할때가 참 어려웠었는데 이제 주저없이 추천해줄수 있는 책을 하나 알게된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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