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공경희 옮김 / 책만드는집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알무스타파는 자신을 데리고 갈 배만을 기다리며 오르팔레세 성읍에서 살아간다. 12년째 되는날 드디어 자신을 고향 섬으로 데려다줄 배가 오는 것을 알고 기쁨과 동시에 이곳을 떠나야하는 슬픔의 순간을 맞는다. 그동안 그를 존경하고 사랑하던 주민들이 그를 붙잡으려 하지만 섬의 예언녀(알미트라)는 그가 떠나는 것을 잡지 못할 것임을 알고 떠나기전 그를 '신의 예언자'라고 칭하며 여러가지 배움을 청한다. 알미트라가 사랑과 결혼에 대해 말해주길 청하는 것을 시작으로, 부자는 베풂에 대해, 농부는 일에 대해, 여관주인이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해, 재판관이 죄와 벌에 대해, 청년이 우정에 대해... 각자 직업이나 특징에 따라 저마다의 질문을 던진다. 이에 알무스타파은 그 질문을 포함하는 삶의 제언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준다.

 

 

여기서 하나의 질문이 곧 하나의 시가 되어 묶인 이 작품은 소설같은 앞뒤스토리를 가진 연작시이다. 연작시라는 형식은 낯선데 비해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명확하고 간단한 메시지를 각각의 시가 표현하고 있어 책 자체는 소설처럼 쉽게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형식이 비교적 간단하다고해서 내용이 한번에 이해되고 흡수될만큼 간단한 건 아니었다. 얼핏 모두 공감되는 이야기라 이해하며 끄덕일 수 있지만 중간중간 (그야말로 시적인)아름다운 비유에 반하고 그 속에 담긴 뜻을 헤아리려 애쓰다보니 같은 구절을 몇번이나 다시 읽게되곤 했다. 지난 한세기동안이나 꾸준히 여러 사람에게 읽히고 칭송받아온 작품인만큼 교훈적이고 마음에 쏙 드는 내용들이 많았던것 같다. 이렇게 내용과 표현 모두 사람의 마음을 끄는 책은 오래도록 읽힐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훈적이고 긍정적인 답변에 치우친 내용은 종교서같은 느낌도 주지만,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는 이유는 모든 질문과 답변이 인간삶에 대한 궁금증을 담고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과 결혼, 자녀, 우정, 선과 악,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총 26가지의 주제는 하나도 쉽게 단정짓거나 가벼이 생각할수 없는 문제지만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 고민하는 문제들이다. 내가 이 책을 100% 다 이해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곁에 두고 생각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여러번 읽어보고, 몇년 후에든 다시 읽게되었을 때 지금보다 많은 걸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고향섬으로 떠나는 알무스타파는 작별의 말 중 이러한 말을 남긴다.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몇번이고 이 책을 다시 펼쳐보려 한다.

 

 

 

 

"이 말들이 모호할지라도 명확하게 하려 애쓰지 말기를.
모호함과 흐릿함은 모든것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니,

그대들이 나를 시작으로 기억해주기를." (본문 중 10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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