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국기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 도형과 색깔로 보는 세계 나라의 상징과 역사
로버트 프레송 그림, 김소영 옮김 / 바이킹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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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직한 책 사이즈에 정말 많은 나라의 국기가 그려져 있다. 초등학생이 보기엔 약간의 끈기가 필요할 정도로 글밥과 내용이 많고(그림도 많지만), 성인이 보기엔 각 나라의 역사나 하나하나의 사연을 알아보는 정도의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좋은 의미로 전 연령대의 독자를 포섭하기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처음듣는 나라의 이름도 꽤 많았고 지리적, 역사적으로 서로 영향을 받으며 비슷한 색이나 모양을 가진 국가를 사용하는 나라들이 많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나라를 알고 있다라고 자부할 수 있는 지리적인 지식이 해박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든 이 책을 읽는게 재미있고 배울 점이 있을것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인터넷에서 본 책정보만으로는 어린이 교양책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냥 어린이를 빼도 괜찮을 것 같다.

 

                     

맨 처음 사람얼굴을 그릴때 동그라미 안에 점 두개, 반원하나를 그리면 쉽게 스마일의 얼굴이 그려진다는 걸 설명해주듯, 각 색깔 별 박사님들이 분주하게 국기의 구성을 하나 둘 들고 모이는 그림은 참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비슷한 색이나 모양 등 어떤 특징을 공유한 국기들을 모아 비교하는 페이지를 먼저 보여주고(동물이 그려진 국기, 줄무늬 세 개가 특색인 국기 등), 그 다음으로 하나 하나의 국기를 살펴보는 게 주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국기를 '태극기'라고 부르는 것처럼 각 나라 국기의 별칭을 알려주기도 하고, 역사속에서 국기가 변화해 온 모습을 요약해 보여주기도 한다. 글씨크기도 큼직한 편인데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있어 페이지가 가득 찬 것에 비해 답답해 보이지 않는 구성이었다.

같은 색깔이어도 각 나라마다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예를 들어 빨강색은 국기에 가장 많이 쓰이는 색 중 하나인데(멀리서도 아군과 적군을 식별하기 위해 쓰인 것이 국기의 기원이기에 그런 것도 있지만) 프랑스 국기에서 빨강은 파리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성 데니스의 색상으로 '박애'를 뜻한다. 그 왜 유럽쪽의 국기에서는 흔히 자유나 민족의 강인함을 뜻하는데 반해 유럽의 지배를 받았던 식민지국들은 독립에 대한 투쟁과 희생을 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시아쪽에서는 공산당이나 공화주의를 상징하는 색으로도 유명해서 아직까지도 그런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그 의미를 회피하기 위해 다른 색으로 바뀐 경우도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국기를 잘 살펴보게 되었는데 태극문양과 4괘로 이루어진 태극기의 모양도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기까지 몇번의 변화가 있었다는 게 보인다. 괜히 자국의 국기에 대한 더 상세한 설명이 없는게 아쉽기도 했지만 이 책의 저자가 외국사람이라는 것과 이 책이 어린이용 도서임을 감안할 때 크게 잘못된 해설 등이 없는 것 같아 일단 만족, 그리고 이 책을 공부에 활용한다면 확실히 관심과 흥미를 끌기에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의 맨 뒤엔 세계 지도와 세계의 국기 색칠 카드가 내지로 함께 구성되어있다. 개인적으로는 세계지도에 은근한 욕심도 있고 봐도봐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지리바보인지라 국기와 함께 각 나라의 위치가 그려진 지도가 함께 있어 정말 좋았다. 낯선 이름들의 나라가 어느 대륙에 위치하는지 국기가 비슷한 나라들이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등을 알 수 있었다. 카드를 색칠하며 그 나라에 대한 특징을 다시 이야기해보면 더 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한 독서용으로도 질리지 않고 여러번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본격적인 학습자료로 이용하기에도 적합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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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밍 레슨
클레어 풀러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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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히트작을 가진 작가 길 콜먼과 어느 날 바다에서 사라진 그의 아내 잉그리드. 아내의 시신을 찾지 못했지만 모두가 바다에 휩쓸려 그녀가 죽었으리라 믿었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후 길 콜먼은 비 오는 날 서점에서 창밖에 서 있는 자신의 아내를 발견한다. 애타게 뒤쫓아가지만 그녀를 잡지 못하고 해변 위로 이어진 산책로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죽은 사람을 발견하는 미스터리한 사건, 그리고 그의 남편이자 목격자의 사고까지 갑작스럽고 긴박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첫 번째 에피소드. 그 후 이야기는 아내가 그의 서재에 남겨둔 편지 속 과거와 사고를 당한 아버지를 돌보는 두 딸의 현재를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길에게

새벽 4시인데 잠이 오지 않아요. 이 노란색 노트를 발견하고 당신에게 편지를 써야지 했어요. 실제로는 하지 못한 말들, 시작부터 우리의 결혼에 관한 모든 진실이 담긴 편지를 말이에요. 당신은 내가 상상하거나 꿈꾸거나 지어낸 이야기라고 주장할 내용도 있겠지만 어쨌든 내가 보는 시선이에요. 내 진실이에요.  (본문 중 25p)

그들이 결혼하기 전에 이야기를 담고 있는 편지 속 그들은 서로를 신경 쓰고 유혹하는 연애 초기의 알콩달콩한 분위기가 있어서, 편지 말미에 항상 적혀있는 '우리에게 돌아와요, 길' 같은 남자의 부재를 알리는 마지막 글귀가 주는 이질감이 상당했다. 실제로 사라진 것은 여자인데 왜 편지 속에서는 그 여자가 남편의 부재를 힘들어하고 있는 걸까. 교수와 학생, 20살의 나이 차라는 장애를 넘어서는 대 연애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인가 하는 기대감도 잠시, 편지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내 기분은 마치 잉그리드의 삶처럼 점점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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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6월 2일에서 1992년 7월 2일까지 한 달에 걸쳐 쓰인 여러 편의 편지. 스무 살 이후의 생을 돌아보는데 한 달이면 충분히 긴 시간이었을까. 오로지 그녀의 시선으로 쓰인 그 진실은 다소 경악스럽고 좋지 못한 쪽으로의 반전을 거듭했다. 자신의 힘듦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담담하게 있던 일들을 풀어내는 느낌이라 편지 속 내용들은 충격적이지만 왠지 머리가 차가워져 차분하게 글을 읽어내리게 한다. 편지 속 그녀가 울지 않는 것 같아서 더 불쌍하게 느껴졌다. 이 책의 종이 겉표지를 벗겨내면 아무 그림도 그려있지 않은 진하고 어두운 푸른색의 표지가 보인다. 차가운 겨울밤바다의 색처럼 차분하고 음울한, 무언가를 끌어들이는 듯한 짙은 색. 책을 끝까지 읽고 난 후 난 겉표지를 벗기고 그 안의 색을 봤을 때, 이 책의 감상과 무척 비슷한 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체를 찾을 수 없었던 한 사람의 죽음. 그에 대해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디선가 그 사람이 살아있으리라 상상하며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게 나을까, 확실한 현실을 알 수 있도록 시체를 발견하길 바라게 될까. 이야기 속 인물들은 이에 대한 직접적인 대화를 하곤 한다. 아마 이 소설은 이러한 대화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소설의 처음과 마지막, 해변으로 떨어지는 동안 길 콜먼이 상상했던 자신의 죽음에 대한 장면과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은 꽤 많은 것이 겹친다. 내 생각에 길은 그녀의 편지를 봤던 것 같지만 마지막 편지까지는 찾지 못한 것 같다. 미스터리를 좋아하고 책 속의 단서 찾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 속에 등장하는 책의 제목들을 유심히 살펴보기를. 다 읽고 난 후 기분은 우울했지만 구성은 잘 짜여진 이야기라고 느꼈다. 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과 내용에서 작가가 하고픈 말은 과연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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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캐나다로 정했어요 - 서른 살에 떠난 캐나다 이민 생활기
박태욱 지음 / 영진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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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이 가장 적은 나라, 메이플 시럽을 가장 많이 수출해내는 나라, 겨울이 6개월 정도 이어지는 나라 정도로만 알던 캐나다. 아는 것이 거의 없었기에 그런 것도 있지만 이 책을 읽고 캐나다와 캐나다 이민에 대한 정보를 꽤나 많이 알게 되었다. 만화로 그려져 있어 정보량에 비해 읽기도 쉽다. 무엇보다도 이민을 결정하고 실행한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어 좋았던 것 같다. 가족 중에 캐나다 이민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내가 이민 가는 건 아니지만, 보내는 입장에서도 괜히 궁금하고 걱정되고 하는 마음이 들어 이 책을 알게 되자마자 꼭 읽고 싶었다.

 

이 책은 표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서른 살에 이민을 결심해서 직접 실행한 한 사람의 이야기다. 프리랜서로 그림을 그려온 저자는 아내의 제안으로, 그리고 자신이 경험한 이민이란 특수한 상황을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는 걸 알고 인스타에 웹툰 형식으로 캐나다 이민에 대해 연재를 해왔다고 한다. 부부가 되기 전 두 사람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결혼 후 이민에 대한 고민과 이민 후 생활 이야기까지, 세세하진 않지만 실제적인 상황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쭉 살펴볼 수 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얘기가 많기에 이민 자체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쉬운 일이 아니기에 어떤 이유로 이민을 결정하게 되는 걸까 참 궁금했다. 첫 번째 챕터에 소제목 중에 이런 제목이 있다. '왜 다른 나라로 떠나고 싶었을까?', '변화할까, 현실에 안주할까.' 그 내용이야 제각기 다르겠지만 이민 가는 사람들은 적어도 이 두 가지 고민은 해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부부가 함께 간 이민은 그래도 혼자보다 의지할 사람이 있으니 더 낫지 않을까 했는데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발견할 수 있어 반가웠다.

 

 

 

친구나 지인 중에 외국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몇 있는데 학생비자나 워킹비자를 갖고 외국 생활을 시작해 영주권을 따기 위해 해외에 계속 체류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출국 이전에 영주권을 획득하고 아주 이민을 간 저자의 경우가 굉장히 운이 좋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저자가 받은 혜택들이 영주권을 갖기 전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해당이 되는 지도 궁금했다. 책 마지막에 '캐나다 이민, 야매 고민 상담소' 파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민 관련 질문에 대답을 들을 수 있고, 개인적으로 더 궁금한 것이 있을 경우 인스타를 통해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작가의 인스타는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최근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2세 새론이에 관한 에피소드가 많았다. 곧 캐나다에 가게 될 우리 가족도 이 책의 작가 부부처럼 알콩달콩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서평을 쓰기 전에 이런저런 후기를 들려주며 이 책을 건넸다. 부디 많은 공감과 도움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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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 꽃과 잎이 그려 낸 사계절 이야기 꽃잎과 나뭇잎으로 그려진 꽃누르미
헬렌 아폰시리 지음, 엄혜숙 옮김 / 이마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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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에 '꽃누르미 그림책'이라 쓰여있다. 흔히 압화라고 많이 알고 있는 것, 식물의 꽃잎이나 나뭇잎을 납작하게 눌러 말리는 것의 순우리말이 바로 '꽃누르미'라고 한다. 이 책에 모든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 삽화는 모두 이 꽃누르미로 만들어진 그림들이다. 책 맨 뒤의 작가의 말을 보면 한 방울의 물감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단순하게 단풍잎 하나, 꽃송이 하나를 눌러 말리는 것이 아니라 꽃잎과 줄기, 다양한 모양의 나뭇잎을 이용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다. 연필로 스케치 한 후에 식물들을 섬세하게 배열해 완성시켰다는 그림은 하나같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인상을 준다. 눌러 말린 것들이 재료이다 보니 색감의 한계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단풍이나 꽃잎이 가진 화사한 색부터 잎이 가진 다양한 초록색까지 꽤나 생생하게 남아있다는 것이 조금 신기했다.

 

 

 

 

 

이 꽃누르미 방식의 삽화가 이 책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긴 하지만 읽어보고 나니 책의 내용이 상당히 알차다는 걸 알게 되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이 찾아오고 각 계절을 맞아 변화하는 동식물의 성장과 생활의 모습들이 잔잔하게 묘사되어 있다. 글밥도 적지는 않아서 존댓말로 간단하게 쓰여있지만 삽화에 추가된 글까지 더해 상당량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어른이 독자로서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되는 내용이 얼마나 있을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모르는 내용도 은근히 있었다.(아기 오리는 어미 오리가 깃털에 방수 기름을 묻혀주어야 물 위에 오래 떠 있을 수 있다던가, 수사슴이 짝짓기철에 고사리로 뿔을 장식한다던가, 민들레 이름의 어원이라던가 등등) 그리고 그림만큼 아름답고 읽기에 따라 감성적으로도 읽히는 문구들이 이어져서 책을 보는 동안 괜스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봄. 눈꽃이 녹고 긴 밤이 점점 짧아지더니 마침내 봄이 왔어요. (본문 중)

겨울. 겨울은 힘든 시기예요. ( ... ) 그래도 여전히 이곳저곳에서 생명을 느낄 수 있어요. 서리 내린 거미줄, 눈 위에 찍힌 동물 발자국, 지저귀는 새소리에서도요.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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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누르미라는 단어를 알게 해준 책. 계절감을 가장 느끼게 하는 식물의 꽃과 잎을 이용해 완성된 그림으로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책. 특별한 주인공이 있거나 다이내믹한 스토리가 있는 글은 아니지만, 자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잔잔하게 그 모습이 변화하는 걸 알려준다. 아주 어린아이라면 글보다는 그림에 시선을 빼앗길 것 같고, 초등학생 정도라면 꽤 재미있는 동식물들의 계절별 습성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차분히 이 책을 혼자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아이라면 책 밖의 세상에서도 느리지만 변화해가는 계절의 모습을 포착해내는 관찰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꽃누르미방식을 이용해 다양한 독서활동을 해보기도 좋을 것 같고, 아이들이 넓게는 동식물, 좁게는 식물의 각 부분에 관심을 갖게 만들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어른에게는 독특하고 예쁜 그림만으로도 소유하고 싶어지는 책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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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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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우리는 이 책의 제목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자칫 착각하기 쉬울지 몰라도 절대 "우리 대 당신들"이 아니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전작 <베어타운>의 등장인물에 새로운 인물들 더해진다. 새로운 인물이라지만 그들은 거의 다 베어타운의 사람들이다. 인물들 간의 관계는 촘촘해지고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1에서 49개의 소제목으로 나뉜 이야기는 총 619페이지로 분량이 상당하다.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이 정말 정말 많아보지만, '1. 이건 누군가의 책임이 될 것이다.'에서 단 3페이지로 <베어타운>의 줄거리를 요약하고 이 책에서 벌어질 일을 암시해둔 걸 보면 이 정도의 분량으로 이야기를 압축시킨 것도 정말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닐까 상상하게 된다.

 

이것은 그 이후의 이야기, 어느 해 여름에서 겨울까지의 이야기다. 베어타운과 그 옆 마을 헤드의 이야기, 두 하키팀 간의 경쟁이 돈과 권력과 생존을 둘러싼 광기 어린 다툼으로 번진 이야기다. 하키장과 그 주변에서 두근대는 모든 심장의 이야기, 인간과 스포츠와 그 둘이 어떤 식으로 번갈아가며 서로를 책임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의 이야기, 꿈을 꾸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가장 아름다운 나무 아래에 묻을 것이다.      - 본문 중 15p

 

첫 장에서 알려준 이 이야기의 복선은 조금 무겁고 슬프기까지 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중 누군가가 죽을까 봐, <베어타운>과 <우리와 당신들>을 통해 정이 붙은, 사랑할만한 등장인물을 잔뜩 만들어놓고 누군가의 죽음을 선고한 후 이야기를 진행하다니 참 독자에게 매몰찬 작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에서 몇몇 인물들은 여러 가지 사건과 이유로 거의 죽음에 가까운 상황을 맞이하고 모면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얼마나 숨을 참고 그 이야기를 읽었는지 모른다. 다시 그 인물의 이름이 나오면 그제야 숨을 뱉을 수 있었다. 미스터리도 공포소설도 아닌 책에서 이렇게 심장이 쪼이긴 처음이었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라는 현실적이고 마음을 후벼파는 표현들이 몇 번이나 등장해서 책 속의 인물들의 바람대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을 거라는 불온한 기운을 조성했다. 그러다 책의 후반에 가서 아래에 적은 글귀를 발견하고 그나마 조금 마음을 풀었던 것 같다. 동화의 끝은 언제나 해피엔딩이 아닌가.  

 

 

모든 스포츠는 동화다. 우리가 거기에 빠져드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이 동화를 끝낼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 본문 중 526p​

 

이 이야기가 과연 해피엔딩일지는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하지만 난 <베어타운>에서 사랑했던 아이들 아맛, 벤이, 마야, 아나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는 것으로도 너무 좋았고, 그 아이들이 큰일을 겪었고 앞으로도 행복한 어른이 되기까지 순탄치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결국 해낼 거라고 믿으며 벤이처럼 응원해주고 싶다. "개자식들 앞에서 울지 마!" 얼마 전에 우연히 본 '인간극장' 내레이션 중에 '어떤 슬픔을 극복하는 데 꼭 그 슬픔과 같은 크기의 기쁨이 필요하지는 않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야의 가족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이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마야라는 걸 알게 되어 조금 기뻤다.

그리고 그들 옆에서 어찌해야 할 줄 모르면서도 '웬수 같은 자식'들을 돌보며 어른으로서의 책임, 부모로서의 책임을 지기 위해 애쓴 가족들의 모습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페테르와 미라와 라모나와 수네같은 어른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인물 중에는 사켈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는 걸 말하고 싶다. 현실에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으면서도 사켈이 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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