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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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우리는 이 책의 제목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자칫 착각하기 쉬울지 몰라도 절대 "우리 대 당신들"이 아니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전작 <베어타운>의 등장인물에 새로운 인물들 더해진다. 새로운 인물이라지만 그들은 거의 다 베어타운의 사람들이다. 인물들 간의 관계는 촘촘해지고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1에서 49개의 소제목으로 나뉜 이야기는 총 619페이지로 분량이 상당하다.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이 정말 정말 많아보지만, '1. 이건 누군가의 책임이 될 것이다.'에서 단 3페이지로 <베어타운>의 줄거리를 요약하고 이 책에서 벌어질 일을 암시해둔 걸 보면 이 정도의 분량으로 이야기를 압축시킨 것도 정말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닐까 상상하게 된다.

 

이것은 그 이후의 이야기, 어느 해 여름에서 겨울까지의 이야기다. 베어타운과 그 옆 마을 헤드의 이야기, 두 하키팀 간의 경쟁이 돈과 권력과 생존을 둘러싼 광기 어린 다툼으로 번진 이야기다. 하키장과 그 주변에서 두근대는 모든 심장의 이야기, 인간과 스포츠와 그 둘이 어떤 식으로 번갈아가며 서로를 책임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의 이야기, 꿈을 꾸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가장 아름다운 나무 아래에 묻을 것이다.      - 본문 중 15p

 

첫 장에서 알려준 이 이야기의 복선은 조금 무겁고 슬프기까지 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중 누군가가 죽을까 봐, <베어타운>과 <우리와 당신들>을 통해 정이 붙은, 사랑할만한 등장인물을 잔뜩 만들어놓고 누군가의 죽음을 선고한 후 이야기를 진행하다니 참 독자에게 매몰찬 작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에서 몇몇 인물들은 여러 가지 사건과 이유로 거의 죽음에 가까운 상황을 맞이하고 모면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얼마나 숨을 참고 그 이야기를 읽었는지 모른다. 다시 그 인물의 이름이 나오면 그제야 숨을 뱉을 수 있었다. 미스터리도 공포소설도 아닌 책에서 이렇게 심장이 쪼이긴 처음이었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라는 현실적이고 마음을 후벼파는 표현들이 몇 번이나 등장해서 책 속의 인물들의 바람대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을 거라는 불온한 기운을 조성했다. 그러다 책의 후반에 가서 아래에 적은 글귀를 발견하고 그나마 조금 마음을 풀었던 것 같다. 동화의 끝은 언제나 해피엔딩이 아닌가.  

 

 

모든 스포츠는 동화다. 우리가 거기에 빠져드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이 동화를 끝낼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 본문 중 526p​

 

이 이야기가 과연 해피엔딩일지는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하지만 난 <베어타운>에서 사랑했던 아이들 아맛, 벤이, 마야, 아나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는 것으로도 너무 좋았고, 그 아이들이 큰일을 겪었고 앞으로도 행복한 어른이 되기까지 순탄치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결국 해낼 거라고 믿으며 벤이처럼 응원해주고 싶다. "개자식들 앞에서 울지 마!" 얼마 전에 우연히 본 '인간극장' 내레이션 중에 '어떤 슬픔을 극복하는 데 꼭 그 슬픔과 같은 크기의 기쁨이 필요하지는 않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야의 가족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이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마야라는 걸 알게 되어 조금 기뻤다.

그리고 그들 옆에서 어찌해야 할 줄 모르면서도 '웬수 같은 자식'들을 돌보며 어른으로서의 책임, 부모로서의 책임을 지기 위해 애쓴 가족들의 모습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페테르와 미라와 라모나와 수네같은 어른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인물 중에는 사켈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는 걸 말하고 싶다. 현실에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으면서도 사켈이 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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