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 : 나는 카메라다 비비안 마이어 시리즈
비비안 마이어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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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천재사진가의 단호한 자기기록. 독특한 프레임, 거울, 아이들, 단호한 시선, 모델들(자신이 모델이 된줄도 모르는, 조금은 불쾌한, 무관심한, 잠에 빠진, 호기심 혹은 호의를 담은)의 눈동자와 표정. 이는 내가 이 사진집을 보며 내내 느낄수 있었던 사진에 대한 인상들을 메모해 두었다 그대로 옮겨 적어본 것이다. 전문 사진작가들은 기법이나 촬영의 목적, 혹은 마음가짐 등에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좁은 견문이나마 몇몇 사진가들의 책을 보면서 이 책만큼 사진가의 개성과 자기표현을 느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보고자하는 장면을 확고히 전달하면서, 전체적인 느낌은 단호하고 유쾌하다. 그녀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했을때 그녀는 찍는 동안에 굉장히 즐거웠지 않을까. 남의 인생과 장면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마음껏 바라보면서 내 인생을 살고 있다는 걸 느꼈을 것 같다. 가타부타 설명하는 글 한줄이 없어도 사진으로 명확히 보여주었다.

 

 

 

 

 

 

 

 

 

 

 

자신의 시선과 함께 사진에 담은 자신의 모습, 즉 셀프 포토레이트도 인상적이었다. 셀피의 여러 기법을 알려주고 있는 것 같아 개인적으론 몇가지 사진을 앞으로 따라해 볼 것 같다. 보통 사진에 찍힐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조금이라도 예쁜 척, 멋을 부리기 마련인데 그녀의 사진에선 그런 '척'이 보이지 않는다. 그 사진을 그녀 자신만 볼것이라 여겨서일까? 물론 그 탓도 있겠지만 그녀는 자신의 사진을 특정 인물사진으로 보지 않아서가 아니었을까. 단지 인물중심의- 누가 찍혔느냐가 중요하다기 보다, 그 인물은 사진 속 하나의 요소뿐이라고 인식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그녀가 재미있거나 독특한 프레임을 이용한 셀프 포토레이트(거울, 유리 등에 비치는 몸의 전체 혹은 부분, 분할된 프라임에 부분부분이 들어가있는 모습-신체 등)를 많이 찍었고, 인물의 부분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사진(상방신만을 촬영, 팔이나 그림자 등의 부분만을 배경과 조화롭게 촬영 등) 또한 많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젊어서 보모를 직업으로 삼기로 결정하고 자신의 결정을 따라 쭉 그 일을 해왔다. 직업 외의 그녀의 생활, 삶, 활동은 기록과 사진으로 압축된다. 6년전인 2009년 사망한 그녀는 99년 이후 여러 곳을 전전하며 녹록치 않은 노후를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인 사진은 결코 멈추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아마도 사진활동이 가장 활발했을 젊은시절의 사진을 주로 다룬 것 같다. 아직 인화되지도 않은 필름이 창고 한가득 쌓여있다고 하니 그 필름들의 인화 및 시기별 분류의 작업은 한참이 걸리겠지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그녀의 인생 후반에 찍힌 사진들, 즉 90년대(공간은 다르더라도 내가 태어난 이후에 같은 시간을 살았을 그녀가 찍은)사진들이 궁금하다. 젊을 당시 일본으로의 여행도 있었다고 하니 옆나라인 우리나라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이 글을 쓰며 느끼는 바인데, 사진을 보는 동안 나는 사진 혹은 그녀 자체에 반해버렸는지 작은 연결고리라도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아주 조용히 하지만 그 누구보다 꾸준히 사진을 찍어온 한 사람이 있다. 그녀만의 독특한 시각과 예술성, 전문성을 가진 사진들은 그녀가 죽은 이후 우연히 사들인 창고에서 발견된 필름더미로 인해 세상에 공개되기 시작됐다. 그녀의 개성, 삶에 대한 일관적인 태도와 사진에 열정이 여러 사람에게 감흥을 주는 것이 아닐까. 직업적인 면에서의 전문 사진가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사진들이 누구보다 전문적이고 강렬한 힘을 가진 이유는 그 누구의 평가나 평판, 경제적인 이유 등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시선과 방법으로 인생을 살았던 그녀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진을 찍어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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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의 삶, 풍속화로 만나다 아름답다! 우리 옛 그림 4
윤진영 지음 / 다섯수레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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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이란 단어는 '옛날부터 그 사회에 전해 오는 생활 전반에 걸친 습관 따위를 이르는 말' 또는 '그 시대의 유행과 습관따위를 이르는 말'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풍속화란 분명 이러한 풍속을 담은 그림을 말한다. 대부분 우리나라의 풍속화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선 후기의 신윤복 김홍도의 그림을 떠올리고 왜 풍속화에 관심이 있냐고 물어보면 서민의 실제적인 삶을 고난스럽지만 흥이나 해학적으로 표현해낸 예술이기 때문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러한 의미의 풍속화란 단지 일부에 속한 것으로 저자가 책 속에서 서민 풍속화라고 분류한 부분이다.

 

사실 이러한 다소 좁은 풍속화에 대한 개념이 퍼진데에는 이유가 있다. 가까운 과거이기에 그나마 작품이 많이 남아있는 것도 그렇고, 조선시대 특히 우리가 아는 신윤복, 김홍도 등이 실존했던 조선 후기는 예술 및 풍속화의 부흥기라고 할수 있는 시기였다. 하지만 풍속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곱씹어볼때 서민은 사회의 일부분이지 그 전체가 되지는 못한다. 생활전반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왕가나 선비들보다 더 다채롭게 표현될 수는 있겠지만 그 또한 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러한 우리의 맹점을 짚어주고, 책에서 조선시대의 풍속화를 주로 다루며 풍속화 속 등장 인물들에 의거해 관인, 사인, 서민 풍속화로 그 종류를 나누었다.


 

 

 

실재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하는 초상화나 궁중기록화와는 달리 그 시대를 살았던 추상적인 다수의 인물을 주로 그리는 풍속화의 특성상, 관인(官人) 풍속화는 양쪽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왕이 주관한 연회나 관인들의 사적모임인 계회 등을 다루고 있는 관인풍속화는 그림과 함께 실제 그 행사에 대한 기록과 참여한 인물들에 대한 목록이 함께 전해진다. 당시 상황이나 정경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여러 인물이나 계층, 신분 등이 가진 다양한 특성을 확인할수 있어 당시의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사인(士人) 풍속화는 선비 즉 양반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풍속화인데, 양반들의 사적 모임이나 개인적으로 갖는 기념일 등을 주로 남겼다. 관인풍속화와 달리 지방의 양반들이 그들의 지역에서 지내는 모습도 그려지기 때문에 수도 한양외의 지역별 특색(향토 음식이나 복색, 배경지형 등)도 살펴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 다소 낯설 수 있는 관인풍속화와 사인풍속화의 개념이해를 위해 본문의 설명을 빌리자면 다음과 같다.


 

 

고위 관직에 있던 관료들은 특별한 행사나 사적인 모임을 가질 때면, 기록물을 남기는데 관심이 많았다. 왕이 내린 연회나 시회, 혹은 왕을 수행하는 일에 참여한 것은 관료로서 매우 영광스러운일로 여겼다. 그리고 그 행사의 장면을그린 기록화를 만들고 사연을 남겼다. - 본문중 11p

 

사인풍속화는 벼슬을 하지 않은 선비를 뜻하는사인들의 생활상을 그린 그림이다. 사인풍속화에서는 관직에 있지 않은 양반이나 선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현직관리가 아닌 퇴직 관료나 원로 관료, 그리고 지방의 양반들이 등장한 그림들을 다루었다. (...) 일상을 그린 그림보다는 기념을 위해 제작된 사례가 많다. 즉 만남의 장면, 특별한 기념일이나 행사일, 일생의 가장 중요한 장면들을 그린 평생도, 과거시험의 장면, 그리고 조선 후기의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의 모습등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담은 그림들이 포함된다. - 본문 중 67p

 

 

 

 

 

 

서민(庶民) 풍속화는 관인이나 사인이 직접 행하지는 않지만 관찰하고 볼수 있는 서민들의 다양한 생활모습을 볼 수 있다. 양반네들마냥 체면을 따지거나 하는 것이 없어 표정이나 행동에 숨김이 없고 감정표현도 더 풍부한 상황들이 많이 연출된다. 이 책에서는 여러 장인들의 작업모습과 더불어, 여성들의 일상(바느질, 빨래, 나물캐기 등), 서민들의 식사나 놀이모습 등을 다룬 그림들이 실려있다.

 

서민 풍속화는 조선시대 후기에 유독 부흥하였는데 윤두서, 조영석, 김홍도, 신윤복에 이르러 사대부 화가 및 화원의 화가들이 많은 작품을 남겼다. 여러 장을 그려 나누어 가진 관인 풍속화나 사인 풍속화와는 달리 전문 화가들이(물론 전자의 두 경우도 전문 화가에 의해 그려지긴 했지만) 그것도 현재까지 명성을 가진 화가들이 개인적으로 혹은 작품으로 단 한장씩만을 그려낸 경우가 많은 것 같다.(완성본을 만들기위한 사전 습작을 제외하고, 후대 작가들이 연습을 위해 베껴 그린 모사본을 별개로 따지면 그렇다.) 특히나 이 책에서는 앞서 소개한 사대부화가 윤두서,조영석과 우리에게 친숙한 김홍도, 신윤복 등의 그림을 주로 다루었다.

 

 

 

그나마 익숙한 그림들은 서민 풍속화였지만 관인풍속화나 사인풍속화 속 그림들도 생각보다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것은 동기모임이나 부모님의 회혼례를 그린 것이다. 젊어서 맺은 인연을 오래도록 유지하여 자손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고 그를 기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사인 풍속화 중에는 양반 개인의 풍류를 그린 것도 좋았다. 자신의 지위나 관직을 은근히 드러내는 상징물을 넣었다거나, 들고있는 부채나 배경에 그려진 병풍에 새겨진 그림들이 주인공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 재미있다. 풍속화는 전대에 비해 화가들의 기량이 높아진것에 대한 감탄도 하게 되고, 조선후기 몇장 남아있는 당대의 사진들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담았다는 것도 놀랍다.

 

 

 

 

 

풍속화는 아주 옛날부터 그려진 우리네의 기록이자 예술이다. 조선시대의 다양하고 상세한 삶의 장면들을 모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나 보던 사람이 잔뜩 그려진 그림들(예를들어 관인풍속화에서 왕이 참석한 연회를 그린 그림이라던가) 속에 있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서민 풍속화화는 물론 풍속화 전반적으로 그림 속 숨어있는 디테일 하나하나가 정보이자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 디테일 속 사연을 혼자서는 잡아내지 못하는 문회한인지라 풍속화에 재미를 알려주마! 라고 말하듯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이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책의 사이즈도 큼직하고 그림의 전체와 부분을 같이 또 따로 보여주어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조선시대의 행사, 계층, 사람, 놀이, 화가 그리고 동양화와 풍속화 이런 키워드 중 하나라도 관심가는 것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기대하던 것보다 더 많은 정보와 재미를 느낄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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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 박사의 둔하게 삽시다
이시형 지음, 이영미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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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을 세계적 정신의학 용어로 만든 정신의학계의 권위자 이시형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뇌과학자이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아침방송에 자주 나오는 박사양반이라고도 한다. 사실 나는 그의 화려한 이력이나 권위보다도 이 책이 저자의 80권째 저서라는 점이 더 놀라웠다. 저자가 이번 책에서 보여주는 내용은 한국이라는 과민한 사회환경과 뇌과학적으로 알아본 화가 나는 과정, 과민 증후군이라고 지칭한 다양한 증상과 그 해결방안 등이다. 그림과 표, 간단한 순차적 정리를 동반하여 어렵지 않게 쓰여졌다는 점에서 작가의 필력을 느낄수 있고 대중에게 읽힐만한 장점을 가진 책이라고 느꼈다.

 

 

 

 

 

 

 

 

우리의 뇌에서 감정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것은 변연계 및 편도체이고,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것은 전전두를 필두로 한 전두엽부분이다. 우리는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그게 화라는 감정으로 연결되어 분노를 터뜨리게 되는데, 이때 편도체를 진정시키고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을 통해 화를 내는 행동을 다스릴수 있다.
분노조절장애라는 말로도 표현되는 사회상의 (이제는 흔해져버린)공격형 분노 표출은 이러한 진정단계를 스스로 다스리지 못한 결과이다. 물론 뉴스에 나오는 사건 사고라고 할만한 경우는 가장 과격하고 극적인 사례일 수 있지만, 과연 나 자신은 그런 사고에 연루되지 않을 수 있을까? 가해자이건 피해자이건 우리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그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보다보면 내가 어느정도 화를 참고 있는지 내가 어느정도 과민한 상태인지 체크하게 되는 데,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자신을 울적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나 이 책의 독자들은 스스로가 조금 더 둔감하길 바라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기에 더욱 그럴것이다. 내가 이런 상태구나 이런 과정을 겪고 있구나 하고 이해하고 파악할수 있지만 당장에 자신이 아주 긍정적인 상태는 아니라는 것 또한 알게 되는 것이다. 이런 독자를 예상이라도 했는지 책의 사이사이 왠지 독자를 위로해주는 듯한 본문중의 글중 편안한 줄글 몇자와 이영미화가의 그림이 넉넉한 사이즈로 실려있다. 대부분 강한 선이나 색이 사용되지 않고 뭉툭하고 부드러운 선과 색이 많이 사용되어 마치 공부나 평가하듯 책을 읽어나가다가도 그림을 보며 한 숨 쉬게 된다. 화가 날때 쉼호흡세번으로 세로토닌 증가를 유도하라는 뇌과학적 화풀이 방법을 직접 실천하도록 마치 일부러 꾸며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림을 볼때마다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했다.

 

 [ 나에겐 문제가 없었을까… ]

 

 

 [긴 인생 여정에서 실수하고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럴 때는 좀 둔한 사람이 큰 상처를 받지 않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내가 아는 교수님 한분은 책읽는 걸 즐겨하시진 않지만 책읽기가 필요하다고 늘 생각하시는 분이다. 그분이 강조하는 한가지는 책을 모두 읽고 난 후 한줄로 요약할수 있는 책이야말로 좋은 책이라는 것이다. <둔하게 삽시다>는 이미 제목으로 이 책에서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요약해두었으니 교수님 입장에서 보면 썩 괜찮을 책일 것이다. 화라는 감정과 화는 낸다는 행위에 대해 뇌과학적인 설명을 수반하지만 일반독자가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수 있도록 간략화 단순화하여 이야기한다. 다음의 본문발췌는 둔하게 삽시다라는 주장을 두줄로 늘려놓은 것으로 과학적 설명은 붙어있지 않지만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하고픈 말이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구절이라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화를 내서 득 보는 일은 없다. 왜 화날 일이 없겠는가? 
하루에도 여러 번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도록 노력하자.
-본문 중 59p

 


 

 

그래, 글쓴이가 가장 하고싶어하는 말은 이것 뿐이다. 자신의 뇌과학 및 심리학적 근거과 방법을 빌려 이에 도움을 주고자 글을 써내려갔을 것이다. 이 책은 심리치유 에세이, 혹은 정신건강 계열의 자기계발 서적으로 분류된다. 개인적으로는 독서편중이 있어서 에세이와 자기계발 분야의 책은 자주 접하지 않고, 우연히 접하더라도 매번 낯설다고 느낄만큼 거리감과 약간의 불신감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이런 책을 필요로하는 사람과 좋아하며 도움을 얻는 사람도 분명 있는 걸 알기에 읽으려고 시도는 한다. 그런 나에게도 이 책은 친절했다. 적절한 정보제공과 정신과의로서의 실감나는 사례와 조언을 잘 버무려놓은 책이어서, 거부감없이 흥미롭게 잘 읽을 수 있었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 불쾌지수가 올라가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큰 경우든 사소한 일이든 그런 경험을 하고 스스로 자각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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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지만 완벽한 상상 친구 책꿈 1
A. F. 해럴드 지음, 에밀리 그래빗 그림 / 가람어린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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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옷장속에서 나타난 상상친구 루거, 상상력이 뛰어나고 모험을 좋아하는 천방지축 괴짜소녀 아만다는 루거와 함께 온갖 모험과 놀이를 하며 서로에게 가장 가깝고 좋은 친구가 된다. 아만다의 상상친구에게도 아만다와 똑같이 식사와 안전벨트 등을 챙겨주는, 아이의 상상력마저 사랑하는 엄마 리지 역시 과거 자신의 상상친구가 있었다. 상상력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만이 상상친구를 만들어내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아만다는 특별한 상상력을 지닌 아이였고 아만다만이 볼수 있는 친구 루거는 아만다에게 완벽한 친구가 되어준다. 두 사람의 평화로운 나날 중에 번팅씨가 등장하고 둘은 난데없이 쫓기고 노려지는 신세가 되어 사고를 당하고 잠시간 강제로 헤어지는 시련을 겪는다.

 

 

 

상상력에는 끝이 있다는 걸 루거는 잘 알았다. 기억은 잃어버린 진짜 사람을 붙잡는 것만으로도 버거워서 허상까지 붙잡을 수는 없다. / 
루거는 자신에 관해서도 남는 것이 있다는게, 아만다가 직접 만든 그 사진이 있다는게 기뻤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아만다가 자신을 잊을 거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절대로 그럴 것 같지 않지만 그동안 쭉 그래왔고,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저 그렇게 되는 일들이었다. - 본문 중 280p


 

아이들은 어릴때 저마다의 상상친구를 만들어 함께 노는 경우가 많다. 그 친구는 인형이나 로봇, 동물인 경우도 있고 혹은 다른 이는 볼수 없지만 본인에게만 보이는 무형의 친구인 경우도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허공에 인사를 할때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은 걱정할 필요없이 자신에게 아주 중요하고 멋진 자기만의 친구와 노는 것 뿐이다. 이런 친구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지속되면 조금 문제가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라면서 그 친구들과 자연스레 이별한다. 그 과정은 어쩌면 슬픈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루거의 말처럼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저 그렇게 되는 일'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등장하는 번팅씨는 어떤 인물일까? 상상친구를 잡아먹는 번팅씨는 책의 주인공 아만다의 입장에서는 무섭고 악당같은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상상친구와 이별하면서 성장하는 아이들을 생각했을때 그 상상친구와 헤어지는 계기를 만드는 번팅씨는 과연 악당이기만 한걸까? 아직 책을 펼치기 전에 상상해보는데도 흥미로운 캐릭터다. 책의 제목대로 '세상에 없지만 완벽한' 루거는 어떤 인물일지 루거의 유일한 친구인 아만다는 또 어떤 성격일지 이들이 어떤 모험을 거치게될지 어릴적 모험소설을 읽기 시작할때처럼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책을 모두 읽고 난 지금 먼저 번팅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앞서 상상했던 번팅씨의 이미지는 어쩌면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인물일지도 모른다였지만, 단순명쾌하게 말하자면 그는 역시 악당이었다. 또한 과거의 상상친구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가여운 어른이기도 했다. 상상친구를 잡아먹는 번팅씨는 그 대가로 자신의 수명을 늘리고 자신의 상상친구와 늘 함께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동의받지 않은 채로 아이들의 상상친구를 없애는 존재인 그는 강력하고 이기적이며 끈질긴 면모를 지닌 악당이었다. 그는 이 책에서 끈질기게 루거를 노리는데 그와 강한 힘을 지닌 그의 상상친구(긴머리의 소녀)는 아만다와 루거를 포함하여 모든 상상친구들을 위협하며 스토리에 스릴과 공포의 장르를 얹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사실 모험이야기에 악당이 없을 수는 없는 법이기에 그의 존재는 책을 읽는동안 나에게 많은 생각과 재미를 동시에 주었다.

 

책을 읽으며 또 한가지 생각하게 된 것은 부모님을 포함한 아이의 환경에 대한 것인데, 예를 들어 아만다가 루거라는 상상친구를 만들어냈을 때 아만다의 어머니는 그 친구를 인정하고 아만다의 상상을 존중해준다. 하지만 줄리아가 베로니카라는 상상친구를 찾아내자 줄리아의 어머니는 아동심리학자에게 상담을 받으러 줄리아를 병원으로 데리고 간다. 자신 역시 어렸을 때 자기만의 상상친구가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어른이 되면서 그 상상력과 동심을 모두 잃어버린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 부모의 반응에 따라 아이의 상상력을 더 자유롭게 키워줄수도 막아버릴수도 있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아만다와 루거 대 번팅씨와 검은 머리 소녀라는 대결 및 추격구도, 아만다와 헤어지게 된 루거의 모험(다시 아만다에게 돌아가기 위한 고군분투)과 자신과 같은 (허상의)존재들이 모여있는 특별한 장소의 체험 등 빠른 속도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지루할 틈 없이 읽히는 동시에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들의 신비감 및 긴장감 조성 역할도 톡톡히 느낄 수 있다. 캐릭터, 이야기, 그림 삼박자가 굉장히 짜임새 있게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책이었다. 아이들도, 성인인 독자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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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지음, 정영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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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 한 여자가 한 남자에게 그에 대한 목록을 남겨두고 떠난다. 남자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아시아인, 여자는 미국인이며 백인이다. 박병호, 헨리파크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는 어떠한 인물이 되어 특정인물에게 다가가고 그에 대해 조사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의 특성상 한국계 혹은 아시아계 인물들을 주로 맡고 있다. 사무소에서 그는 존 강이라는 젊은 한국계 미국인이자 정치인의 조사를 맡게된다. 존 강에 대한 조사와 접근, 아내 릴리아와 함께 겪은 상처와 불화, 이민가족이라는 성장배경이 번갈아 굵은 줄기를 이루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두가지였다. 첫번째로 이창래라는 작가를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는 것. 한국이름의 작가인데 책마다 번역가의 이름이 쓰여있고 미국문단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는 소리에 호기심이 일었다. 조금 더 정보를 찾아보니 3살 때 가족의 이민으로 미국에서 살아온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미국문단에 영어로 쓰인 작품을 발표하고 있었다. 두번째로 이 책은 주인공은 작가와 비슷한 배경을 지닌 한국계 미국인이며, 작가의 데뷔작이란 것에 끌렸다. 정리하자면 이창래라는 작가의 작품이 궁금해졌고 그 첫만남으로 작가의 데뷔작을 먼저 읽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또한 지금껏 읽어온 한국인이 쓴 이주문학 즉 디아스포라 문학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을 것 같았다. 한국인이 아닌 한국계 미국인인 작가는 작품속 헨리처럼 한국어를 할 줄 알까? 그의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부모님의 모국, 자신의 지역적 인종적 뿌리에 다시 돌아올 때 그 번역본을 거침없이 읽어내릴 수 있을까?

 

 

 

교차적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이야기와 탄탄한 구성에 감탄하면서도 책을 덮은 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이민가족이라는 그의 성장배경과 부모님에 대한 감정, 생각(이는 이야기속의 어느 부분과도 연결되는 서사적 배경이기도 하다)에 대한 부분과 서정적인 문장들이었던 것 같다. 데뷔작임에도 영미문단과 각종 미디어에서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문체라는 호평을 받았던 책의 문장들은 한국어로 번역되어도 과연 그 힘을 잃지 않았던 것 같다. 가끔 원작에서는 어떤식으로 표현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면서 읽어나갔다.

 

 

이민세대와 그 2세들의 미묘하고 복잡한 상황과 감정들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고 느꼈다. 이민 2세인 작가의 시선이 그대로 들어났을 터인데, 이민 후 정착과 성공을 위한 부모(이민 1세대)들의 노력과 발버둥, 동시에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묘한 고집을 자식으로서 혹은 (당사자나 타인이 아닌)제 3자로서 누구보다 가까이 보고 느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가족에 대한 관찰과 감정(애증)을 넘어 본인의 문제로 나아갔을 때 완전한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이방인'으로 느껴지는 특유의 그 간격이 가져오는 공허함과 어지럼증까지. 굉장히 어려운 주제이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국민 다수의 공감과 주목을 이끌어낼수 있는 인물과 배경을 다룬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현재에 이르러서는 미국 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 이민과 그에 따른 이민가족에 대한 상황과 문제는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문학에 있어서도 그의 작품들은 우리가 주목하고 자주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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