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의 끝에서 - 제2회 나미콩쿠르 대상 수상작
마르셀로 피멘틀 지음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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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냥 보아도 무방하지만 알고보면 조금 더 재미있다. 브라질의 토착예술과 동물들에게 색을 입혀주는 숲의 요정 쿠루피라의 존재에서 착안한 이 이야기은 글이 없이 오직 그림으로만 이루어져있다는 점이 더 매력적이다. 이야기는 책을 펼치기 전부터 시작된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이를 눈치채기 위해서는 책속의 그림들과 동물들을 속속들이 관찰하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하드커버의 겉을 싸고있는 종이표지 안쪽에는 아이들이게 이 책을 읽어줄 어른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들어있다. 몇가지 사전지식과 책을 읽어줄 때 혹은 읽도록 도와줄 때 필요한 조언과 응원이 담겨있다.


 

 

 

이 책은 글이 없어서 그림의 사소한 부분을 포착해낼 수 있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설렁설렁 보고 넘길 수도 있지만 자세히 살펴볼수록 이야기를 꾸며낼 요소들이 많아지고 스스로 덧붙이는 이야기가 풍성해질수록 이 책이 더 좋아진다. 이 책의 그림은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를 담지만 이야기를 확장할 거리가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 동물들에게 칠해주는 색이 빨강과 흰색인데 그 색의 의미가 무엇일지? 땅에도 무늬가 그려져있는데 비가오자 함께 색이 녹아버리는 것을 눈치챘는지? 만약 그렇다면 줄을 서지 못하는 땅은 언제쯤 다시 색이 책해질수 있는 걸까? 등등.

 

읽으면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고 동시에 동물이나 배경을 소소하게 묘사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아이에게 말로 상황이나 그림을 묘사해보라고 한다면 표현력 향상에도 좋을 것 같다. 검은색과 흰색과 책의 바탕색 이렇게 단 세가지로 색의 종류가 한정되어 그림이 더 단순하고 명확하게 눈에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점은 브라질의 토착 예술과 문화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스페인 아이의 관점으로 잠시 상상해보자면, 우리나라의 토착예술엔 이런이런 이야기가 있는데~하고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이런 책 한권을 보며 자연스레 배우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타국의 독자로서도 이런 정보는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가 가는 부분이었다.

 

색과 무늬를 얻기 위해 기나긴 줄을 기다리는 동물들, 그들에게 색을 주는 쿠루피라, 원하는 것을 얻은 후 거울을 보고 자신의 모습에 만족해하는 동물들, 그들의 기쁨을 한순간에 빼앗아가버리는 비, 그리고 다시 줄의 맨 끝으로 가게 해주는 나무터널, 그리고 다시 반복. 이 단순명료한 줄거리에 각자가 상징하는 것들이 뭘까 깊이 생각하며 여러번 읽었던 것 같다.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도 그리고 생각하기 위해서도 여러모로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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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시간의 한국사 여행 1 - 도전과 응전, 새 길을 열다, 선사 시대에서 고려까지 36시간의 한국사 여행 1
김정남 지음 / 노느매기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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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거액을 받고 과외를 해주어도 자기 자식을 가르칠때만큼 열성을 다 할 수 있을까? 이 세상의 모든 아이를 위한 글을 쓴다해도 자신의 아이를 위해 쓴 글만큼 애정을 쏟을 수 있을까? '역사 교사의 노하우를 살려 딸아이를 가르쳐보는 것'(6p)이 원래의 목적이었다던 이 책의 서문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어렵기만한 암기과목이 아닌 개념풀이와 다양한 사료를 접하며 배우고, 논리적으로 이해할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담아 제목에도 여행이라는 키워드가 붙었다. 총 3권으로 나뉘어진 시리즈는 각 1권당 12시간의 여행을 책임진다. 12시간은 각 시간당 하나의 주제를 다루어 총 12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읽은 책은 여행의 시작이자 선사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를 다룬 제1권이다.

 

 


중고등학교때 나는 역사를 좋아하는 학생이었지만 그럼에도 역사교과서는 쉬운 책이 아니었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외울 것 천지인 책보다는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덧붙여주는 이야기들과 따로 준비하신 시청각자료들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시간순으로 배울 수밖에 없고, 그렇게 배워야 좋은 역사이야기는 초중고 12년 플러스 알파로 반복학습을 한 덕에 빠삭하지는 않아도 익숙하기는 하다. 이 책의 풀이순서도 같아서 역시 익숙하기는 했다. 구석기-신석시-철기로 이어지는 선사시대부터 고구려-백제-신라의 삼국시대와 신라-발해의 남북극시대를 지나 이 책의 마지막 시간을 장식하는 고려시대까지의 역사적 흐름은 낯설지 않았다.

 

 

이 책이 정식교과서로 만들어진 책은 아니지만 교육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자꾸 비교를 하게 된다. 그 차이점은 사실 저자가 의도한 몇가지 포인트와도 맞아 떨어지는데, 먼저 사진과 지도 등의 다양한 시료를 많이 넣으려 한 시도가 눈에 보인다. 시기상으로 가장 먼 선사시대의 부분에는 특히 한 두 페이지에 걸쳐 사진과 지도 등이 계속적으로 등장할 만큼 많이 실려있어 낯선 용어와 도구 등의 이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다채롭다는 느낌을 받았다.(다만 양이 많아서인지 사이즈가 너무 작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삼국시대 이후의 자료에는 삼국사기 등 기록으로 남은 시료들도 많이 활용한 것 같다.

 

 

또 어렵지는 않지만 낯선 단어들을 한자어 해석을 곁들여 개념을 풀어 설명해 준 것도 나쁘지 않았다. 개인적으론 각주나 미주로 밑에 따로 설명을 다는 것이 아니라 괄호안에 바로 설명을 덧붙인 점이 좋았다. 흐름이 끊기지 않으면서 한번에 읽어내릴 수 있어서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역사를 이해하는데 있어 스스로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답할 수 있도록 끌어내고자 했다고 서문에 쓰여있는데 그 때문인지 소제목 등에 의문형 제목이 쓰인 경우가 꽤 많았다. 읽는 이 스스로가 질문을 던지게 돕는 데는 그렇게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질문이 던져준 한가지 주제로 글 전체를 잡아주고 있어서 여러 개의 소제목을 지니고 길지 않게 나누어진 단락들이 책을 읽는데 지치지 않도록 돕는 경향은 있었다.

 

 

 

오랜만에 읽어본 역사교과서같은 책이다. 읽고나서 문득 생각해보니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었구나 하고 깨달았다. 역사이야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이 책은 쉽게 읽을 수 있다. 쉬운 말로 쓰려 노력한 점도 있고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주제들을 포함하되 글의 길이가 무한정 길어지는 고리타분한 구조를 지니지도 않는다.(하나의 주제 밑으로도 4개에서 9개의 소제목을 붙이고, 그 아래로도 다른 질문을 던져 단락을 나누고 있어 하나의 글이 지루하게 이어진다는 느낌은 안들었다.) 사실 학생때도 교과서를 정독으로 한번에 쭉 읽어나간 적은 없었지만 역사를 공부하려고 마음먹었다면 교과서를 한번 통독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만약 시도해봤는데 너무 어려워 포기하고 싶다면 먼저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하고 추천해주고 싶다. 역사에 대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다면 역사에 대해 조금 더 가볍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그 시도를 해보기에 적합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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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가지 마음의 색깔 -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요! 42가지 마음의 색깔 1
크리스티나 누녜스 페레이라 & 라파엘 R. 발카르셀 지음, 남진희 옮김 / 레드스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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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여러 감정의 지도를 보여주듯 그림과 선으로 이어진 이 책의 차례가 몹시 마음에 든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때의 활용도도 매우 높을 것 같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약간의 오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42가지 감정을 42가지 색깔에 비유한 책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두고 싶다. 왜 당연한 소릴하느냐고 타박할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 혹시나 나같은 어른이 있을까 말해둔다. 이 책에서는 하나의 감정에 하나의 색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저 다채로운 색깔처럼 다양한 감정들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이런 제목이 붙은 것 같다.(하지만 아쉬워말고 읽으면서 자신이 그 감정에 색을 붙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사실 앞선 착각에 대해 반성한 점이 있는데, 이 책의 포인트는 '마음(감정)'인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그 감정이 어느 '색깔'로 정의되어 있는가에 대해 기대 혹은 연연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1+1=2처럼 명료하게 답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는 어른이라 누군가가 정해놓은 그 감정과 색이 무얼까 계속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성향을 가진 이들은 나뿐이 아닌지 한국어판 제목에서부터 이 마음의 색깔이 42가지라고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사전을 동원해 스페인 원제목을 살펴보았을때 강조되는 것은 감정이지 그 감정이 몇가지인지는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이야기가 좀 멀리 갔지만 아무튼 이 책은 이런저런 이유로 어른과 아이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을 책인 것은 확실하다.

 

 

 

 

차례를 넘기면 몇몇 아동책에서처럼 이 책을 읽는 어른들에게 주는 당부 혹은 주의사항 등이 적혀있다. 아이들의 나이별 활용방법 등이 친절하게 적혀있으니 아이와 함께 읽을 어른들은 미리 읽어두면 좋을 것 같다. 여기에서 이 책은 독자의 범위로 3세부터 12세까지의 아이들을 포괄하고 있는데 말을 왕성히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사춘기를 앞두고 학교와 사회를 거치며 점점 조심스러워지고 소심해질 아이들까지 굉장히 폭넓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중학생에서 성인들도 스스로 읽거나 독서치료 등에서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길지 않은 글은 덧붙이지 않더라도 충분한 예시와 질문들을 포함하고(물론 읽는 목적에 따라 적절히 끌어주고 질문을 더해줄 지도사가 있으면 더욱 좋다), 다채로운 그림들은 상상할 여지를 잔뜩 준다. 무엇보다 하나의 감정을 스스로 되새기며 그 감정을 스스로 어떻게 느끼고 다루고 표현하는지를 파악할수 있게 도와준다. 이는 어린이나 성인에게나 한번쯤 필요한 과정인것 같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글을 따라 순서대로 책을 읽는 것은 상당히 매끄럽다. 어린이들 입장에서 한번에 읽어내리기엔 상당한 양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을 목적이 단지 책 한권을 읽는게 아니라면 천천히 하루에 몇가지씩 나누어 읽는게 더 좋을 것 같다. 아이가 좋아한다면 한번에 읽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단 한번만 읽기에는 조금 아까운 책이다. 책을 읽으며 함께 이야기할 거리가 많고 아이가 혼자 읽더라도 생각하고 상상할 것이 너무 많아 글자수에 비해 읽는 속도가 느려져야 정상인 책이다.(만약 그렇게 쓱쓱 읽어내리는 아이가 있다면 일단은 마음대로 읽도록 두고 다시 한번 함께 읽어주는게 좋을 것 같다.) 하나 하나의 감정에 깊이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사실 한번에 읽어내렸을 때의 장점도 있다. 앞서 이 책의 글들이 매끄럽게 읽힌다고했는데 그건 그만큼 하나의 감정에서 다른 감정으로의 연결이 매끄럽고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일단 이 책을 한번이라도 읽은 아이들은 여러가지 감정들이 있고, 감정은 자연스레 변화하며, 가끔은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거나 하나의 감정이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 열정은 어떤 소리를 낼까? 열정은 음악과 같은 멋진 소리를 낸단다. - 본문 중 )

 

감정을 가르치고 동시에 끌어내는 책이라고 느꼈다. 글로 그림으로 보여주고 그 이상으로 확장할 여지를 잔뜩 준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열정은 음악과 같은 멋진 소리를 낸단다'하고 이야기한다. 이 이야길 들은 아이의 머리속에는 어떤 음악이 펼쳐지고 있을까? 시각 청각을 넘어 오감으로 아이가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초반에 저자가 권한 것처럼 그림속 상황을 묘사해보거나 상상해보도록 질문을 하며 읽는다면 더 좋겠다. 22명의 그림작가가 그려낸 책속의 그림들은 매 그림마다 명료하기도 추상적이기도 하고 그림체자체도 저마다 가진 개성이 드러난다. 선이나 색을 칠하는 방법도 제각각이어서 하나의 감정마다 정말 새로운 시선으로 그림을 접하게 된다.

 

 

 

 

읽으면서 감정에 대해 '새삼스레 배운'점들이 많았다. 한권의 동화책에서 쉬이 볼수 없는 정말 다채롭고 매력적인 그림들도 볼수 있다. 만약 혼자 읽는다면(아이건 어른이건) 글속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생각하고 소리내어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책의 부제를 함께 보았으면 좋겠다.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요!"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표현할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람은 물론 사회전체가 더 둔감해지고 무뎌져서 아주 격한 감정에나 겨우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 꾹꾹 눌러참다 한번에 펑 터뜨려버리는 사람들은 무섭기까지 하다. 감정은 겉으로 드러나고 곧 변화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 당연한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당신에게 필요한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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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 - 창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민 해결 프로젝트
에릭 메이젤 지음, 안종설 옮김 / 심플라이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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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코칭프로젝트의 결과가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의 공개와 공유가 목적이었기에 일반의 자유로운 상담보다는 정해진 포멧이 몇가지 있었다. 신청자는 자신의 과거, 현재 고민, 2개월 후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적어 이메일을 보내면 (이 프로젝트의 상담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에릭이 그들이 앞으로 2주동안 작업하고자하는 내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적어 답신한다. 그리고 2주 후 신청자들은 자신이 보낸 2주동안의 결과보고서를 다시 에릭에게 보내고, 에릭은 그 결과에 대한 반응(격려나 조언등)과 함께 다시 앞으로 3주동안 작업할 내용을 상의한다. 경우에 따라 추가적인 질문이나 잦은 메일 오가는 경우도 생기지만 대략적으로는 이렇다.

 

에릭에게 메일을 보내는 이들은 그가 제한한 대로 예술계종사자 즉 작가, 소설가, 화가, 뮤지션, 조각가, 연출가, 사진작가, 가구제작자, 보석디자이너 등등 꽤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다.(뒤에 지망생이 붙기도 하며, 생계나 기타 이유등을 가진 다른 직업이 붙기도 한다.) 그들의 구체적인 사연을 들어볼 수 있는 것도 드문 기회였고, 그들의 고민이 한결같이 한곳을 향해가는 것도 흥미로웠다. 스스로가 예술계 종사자도 아니고 아직은 미적지근한 지망생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고민에는 충분히 공감이 갔다. 말로만 듣고 현실과 이상간의 괴리,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경우를 실사로 보고 있자니 답답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2개월간의 단기 프로젝트 그것도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그들이 계획을 직접 실행한 2주 후 돌아온 결과보고서와 에릭의 답신까지만이다. 몇번 안되는 상담과 2주라는 길지 않은 기간동안 그들은 변화했다. 미미하건 커다랗건 그들이 변화하고 마음을 달리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어쩌면 독자들은 이 책에서 고객의 글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내 말은 조금밖에 되지 않는 것을 흥미롭게 느낄 것이다. 이 책의 90퍼센트는 고객의 글로 채워진다. 거기에 대한 나의 답변은 간단하게 핵심만 언급한다. 나는 최대한 길게 답변을 써야 상대방이 만족하는 것이 아니란 것과, 목표를 설정하고 첫발을 뗄 때까지 무한정 기다려주는 것이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했다. 코칭은 세라피(therapy)가 아니며, 나는 과거를 조사하는 사람이 아니다. (서문 중 8p)

 

 

이 책의 내용은 저자의 말처럼 그에게 코칭을 의뢰한 고객들의 글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개인적으로 그 고객들이 보낸 편지가 꽤나 상세하고 길다는 점이 흥미롭다. 늘 바빠서(혹은 그 밖의 다양한 이유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충분히 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민하는 그들이 이 편지에 투자한 시간은 어디서 난걸까? 이렇게 사연을 실어 보낸 이들은 적어도 그렇게 하지 않은 이들에 비해 열정적인 것 같다. 자신이 처한 상황, 자신이 가진 재능과 가능성, 자신이 해야할 일들 때문에 고민하지만 그럼에도 창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들이 보낸 편지는 어쩌면 하소연같기도하고 자기변명이나 자기반성같기도하다. 그런 그들에게 에릭은 조언한다.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사람들이 잘 실천하지 않는 것에 대해. 그의 처방적은 구체적인 지시사항으로 이루어지지 않지만 고객 스스로가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계획하고 움직이도록 만든다.

 

 

때로는 작은 일에도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고 느끼기도 하고, 아직 갈길이 멀다고 느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지금도 좋지만 조금 더 나아갈 것인지, 이 정도면 됐다고 자족하며 멈출 것인지에 대한 답은 늘 자신 안에 있다. (본문 중114p)

 

 

다양한 예술분야에 열망을 품고 그에 심취하여 창작에 몰두하고 싶어하는 예술가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달았다. 자신이 하는 그 예술창작을 하나이자 전부인 업으로 택하고 살아가는 운좋은 사람들은 그다지 많다는 것도. 대부분의 프로 혹은 아마추어 예술가들은 자신이 하고자하는 예술활동외에 다양한 활동(주로 경제적인 이유로)을 겸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늘 직업(해야하는 것)과 예술활동(하고싶은것) 각각의 중요도나 일상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그 두 가지 모두 후자에 조금 더 치우져지길 바라며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이나 자신의 행동에 대해 불만을 갖는다. 대체적으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예술가들의 고민은 지극히 현실적이나 사실은 그들은 자신의 예술적 활동이나 창의적재능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으며 그런 의심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지지해줄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자신의 지지자를 찾고 싶어한다. 책의 저자인 에릭은 그들에게 달달하고 무조건적인 격려를 해주지는 않는다. 그들의 재능이나 문제들을 판단하거나 평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가지 그들이 원하는 대답은 비교적 자주 해주는 것 같다.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다잡고, 창작 활동에 몰입하라'는 그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을.

 

 

 

지난 2주 동안 정말 큰 도움이 된 것은 비록 직접 만나지는 못해도 선생님이 내 뒤를 든든하게 봐주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것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내 친구들은 말로는 나의 창의적인 모습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나더러 집에 들어앉아 작업에 몰두하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본문 중 1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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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 따라쓰기 - 하루 10분 쓰면서 배우는
시사정보연구원 지음 / 시사패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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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늘은 위에서 덮고있는데 그 빛이 검고, 땅은 아래에서 딛고 있는데 그 빛이 누렇다. 하늘과 땅 사이. 즉 이 세상은 매우 크고 넓어서 끝이 없다.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달도 차면 기울어진다. 별들은 모두 제자리가 있어서 하늘에 고루 펼쳐져 있다. (본문 중 8-9p)

2.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며, 우주는 넓고도 크다. 해와 달은 차고 기울며, 별과 별자리들은 벌려 있다. (본문 중 8-9p)

 

 

위에 있는 1번 글을 어디선가 읽어본 적이 있는가? 글로 읽지는 않았어도 미묘하게 익숙하다고 생각하지 않은가. 모르겠다고? 그럼 그 밑에 글은 어떠신지? 그래도 모르겠다면 정답을 알려주는 수밖에.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를황~" 이래도 이 글이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겠다면 그 사람은 한자에 대해 철저하게 외면하고 살아오고자 했던 사람이거나 혹은 아직 한자를 접해보지 못한 미취학아동인걸로 알겠다. 딱히 한자공부를 하지는 않더라도 하늘천따지~ 로 시작하는 천자문을 우리는 어디선가 들어본적이 있고, 설사 그 기억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어찌됐건 그 이름만은 알고있다.

 

하지만 천자문이 1000개의 한자로 이루어져있고 하늘천이라는 한자로 시작된다는 것 말고는 천자문에 대해 우리는 대부분 무지한 편이다. 예전처럼 서당을 다니거나 입으로 한자를 달달 외우진 않더라도 온갖 자격증에 매달려 한자자격증에 덤벼드는 사람들은 참 많은 시대인데 왜 이토록 천자문에 관심이 없을까 새삼 궁금해진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천자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해주고 동시에 이 유익한 글이자 글자들을 통해 그네들의 한자공부 및 자격증취득에도 도움을 주고자 노력한 책이다. 알록달록한 표지와 분홍색 속지는 어쩌면 조금 어린 독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노림수일지도 모르지만 내용만은 성인독자들을 스로잡기에도 충분할만큼 충실하다고 느꼈다.

 

 

 

 

 

페이지 구성을 보면 맨위에 (한자를 알고 있다면)눈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한줄로 8글자를 늘어놓았다. 사자성어마냥 딱딱하게 한자만을 놓은것이 아니라 예전에 시를 읊으며 덧붙였을 이음말들이 붙어있어 한자공부를 한 후 부드럽게 읽어보기에 좋게 생겼다. 그 바로 밑엔 짧막하게 요약한 한줄의 한글번역이 있고, 맨 밑에는 4자씩 한자를 묶어 보다 자세한 해석 및 설명을 덧붙였다. 그 사이에 있는 것은 마치 한자교본이나 펜글씨 책에 있을 것 같은 네모난 박스들이 있다. 위에서 제시한 한자들을 한글자씩 떨어뜨려 음과 뜻, 급수, 부수, 획수, 획순, 한자가 쓰인 단어와 뜻까지 제공한다. 직접 연습하며 써볼 수 있는 빈칸도 3칸있다. 가운데 부분만 보면 한자급수 시험을 위한 수험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다른 것은 한자가 놓여진 순서가 천자문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 뿐이다.

 

 

 

 

 

사실 앞서 퀴즈를 내며 이 글을 시작했지만 천자문에 관심은 있으나 무지했던 일인으로써 이책을 통해 천자문이 하나의 시라는 것을 처음 알게되었다. 관심은 있다하나 공부해야할 대상으로 여겼던 천자문이 평소 그렇게나 즐겨읽던 문학작품이라고 생각하니 새삼 다르게 보였다. 처음엔 이 책을 통해 교양한자를 공부할 생각이 먼저였는데 머리말을 읽고나니 딱딱한 공부보다 먼저 말랑한 문학작품으로(과연 말랑할지는 읽어봐야 알 문제이지만) 이 책을 먼저 읽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책의 맨 윗부분만을 먼저 읽었다. 한줄짜리 한자구와 한줄짜리 번역만을. 한자는 아는것도 모르는것도 섞여있어 모르는 한자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저 생김만을 보며 주로 한글로 이루어진 한줄의 의미를 새기며 읽어나갔다.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번에 이해가 되는 것도 영 무슨말인지 모르겠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두번째로 맨 밑에 있는 부분만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렸다. 처음보단 조금더 시간이 걸렸지만 훨씬 이해가 갔다. 한자가 박혀있는 있는 책을 읽는 것은 중학교때 한자교과서와 같은 구석은 있었지만 그다지 지루하지 않았다. 정말로 그저 책을 읽듯이 읽어내렸더니 마음에 드는 문구도 생겼다. 그 다음엔 책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몇번을 다시 본 것 같다. 맨 윗줄에 쓰인 한자위에 훈음을 손글씨로 써보기도 하고, 모르는 한자를 박스안에 따라 써보기도 하고, 1급과 2급한자에만 따로 표시를 해보기도 했다. 처음엔 차례대로 하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때 기승전결이 있는 다이나믹한 이야기는 아니며, 8자씩 떨어진 그 한줄의 문장 각각이 완성적인 글이 되기때문에 내용파악이 아니라 한자공부를 하기위해서라면 자기 나름대로 편한 방법을 찾아 이 책을 이용하는게 더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이렇게 나름대로 고민하며 여러가지 방법을 여러번 이 책을 접하자 마음에 들었던 점이 제법 많다. 일단 외적인 면에서 실용성이 있고 읽는 목적에 따라서 읽는 방법을 내맘대로 고를수 있다.(책 제목에서 권하고 있듯 하루 십분씩 한두페이지를 느긋하게 읽고쓰며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는 앞서 이야기 한바가 많으니 생략하고, 내적인 면을 보면 또다른 매력이 있다. 이는 책보다는 천자문 스스로 가지고 있는 매력에 가까운데 머리말과 책소개에도 밝혀놓았듯이 천자문은 "동양문명이 이룩한 문학, 역사, 철학, 과학, 천문, 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총 망라하고 있" 다. 전문지식이라고 할만큼 깊고 상세한 부분까지 다루지는 못하더라도 간결하고 또렷하게 넓은 범위의 진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철학적이고 도덕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내용상 교훈적이고 역사적인 이야기도 들려준다. 인문학열풍으로 최근 더 자주 읽히고 사랑받는 동양철학서들에 스릴슬쩍 끼워놓아도 무방할것 같다.

 

 

어릴적 우리 집에는 작은 천자문 책이 한 권 있었는데 이 책처럼 8글자씩 모아 글로 풀어주는 않았지만 그림이 함께 그려져 있어 한자와 음뜻을 외울 수 있게한 책이었다. 초등학생 때쯤 그 그림을 보며 하늘천따지-하고 우렁차게 읽곤 했던 기억이 있다. 한자를 소리내어 읽으면 특유의 음율감을 느끼며 한자에 관심을 가질 '거리'가 생겨난다. 천자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성도 그 거리 중에 하나가 된다고 생각한다. 자격증을 위해서가 아닌 조금은 낯선 인문교양서 혹은 고전문학서라고 생각하고 천자문을 처음 접하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은 이러한 내 바람과 한자공부에 필요한 학습성을 두루 갖춘 책이다. 그만큼 다양한 유형의 독자층에게 사랑받을 책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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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ksk 2021-10-18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깊이있는 리뷰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