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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가지 마음의 색깔 -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요! ㅣ 42가지 마음의 색깔 1
크리스티나 누녜스 페레이라 & 라파엘 R. 발카르셀 지음, 남진희 옮김 / 레드스톤 / 2015년 8월
평점 :
마치 여러 감정의 지도를 보여주듯 그림과 선으로 이어진 이 책의 차례가 몹시 마음에 든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때의 활용도도 매우 높을 것
같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약간의 오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42가지 감정을 42가지 색깔에 비유한 책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두고 싶다. 왜
당연한 소릴하느냐고 타박할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 혹시나 나같은 어른이 있을까 말해둔다. 이 책에서는 하나의 감정에 하나의 색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저 다채로운 색깔처럼 다양한 감정들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이런 제목이 붙은 것 같다.(하지만 아쉬워말고 읽으면서 자신이 그
감정에 색을 붙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사실 앞선 착각에 대해 반성한 점이 있는데, 이 책의 포인트는 '마음(감정)'인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그 감정이 어느 '색깔'로 정의되어 있는가에 대해 기대 혹은 연연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1+1=2처럼 명료하게 답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는 어른이라 누군가가 정해놓은 그 감정과 색이 무얼까 계속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성향을 가진 이들은 나뿐이 아닌지
한국어판 제목에서부터 이 마음의 색깔이 42가지라고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사전을 동원해 스페인 원제목을 살펴보았을때 강조되는 것은
감정이지 그 감정이 몇가지인지는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이야기가 좀 멀리 갔지만 아무튼 이 책은 이런저런 이유로 어른과 아이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을 책인 것은 확실하다.

차례를 넘기면 몇몇 아동책에서처럼 이 책을 읽는 어른들에게 주는 당부 혹은 주의사항 등이 적혀있다. 아이들의 나이별 활용방법 등이 친절하게
적혀있으니 아이와 함께 읽을 어른들은 미리 읽어두면 좋을 것 같다. 여기에서 이 책은 독자의 범위로 3세부터 12세까지의 아이들을 포괄하고
있는데 말을 왕성히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사춘기를 앞두고 학교와 사회를 거치며 점점 조심스러워지고 소심해질 아이들까지 굉장히 폭넓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중학생에서 성인들도 스스로 읽거나 독서치료 등에서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길지 않은 글은 덧붙이지 않더라도 충분한 예시와 질문들을 포함하고(물론 읽는 목적에 따라 적절히 끌어주고 질문을 더해줄 지도사가
있으면 더욱 좋다), 다채로운 그림들은 상상할 여지를 잔뜩 준다. 무엇보다 하나의 감정을 스스로 되새기며 그 감정을 스스로 어떻게 느끼고 다루고
표현하는지를 파악할수 있게 도와준다. 이는 어린이나 성인에게나 한번쯤 필요한 과정인것 같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글을 따라 순서대로 책을 읽는 것은 상당히 매끄럽다. 어린이들 입장에서 한번에 읽어내리기엔 상당한 양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을 목적이 단지 책 한권을 읽는게 아니라면 천천히 하루에 몇가지씩 나누어 읽는게 더 좋을 것 같다. 아이가 좋아한다면 한번에 읽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단 한번만 읽기에는 조금 아까운 책이다. 책을 읽으며 함께 이야기할 거리가 많고 아이가 혼자 읽더라도 생각하고 상상할 것이 너무 많아
글자수에 비해 읽는 속도가 느려져야 정상인 책이다.(만약 그렇게 쓱쓱 읽어내리는 아이가 있다면 일단은 마음대로 읽도록 두고 다시 한번 함께
읽어주는게 좋을 것 같다.) 하나 하나의 감정에 깊이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사실 한번에 읽어내렸을 때의 장점도 있다. 앞서 이 책의 글들이
매끄럽게 읽힌다고했는데 그건 그만큼 하나의 감정에서 다른 감정으로의 연결이 매끄럽고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일단 이 책을 한번이라도
읽은 아이들은 여러가지 감정들이 있고, 감정은 자연스레 변화하며, 가끔은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거나 하나의 감정이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 열정은 어떤 소리를 낼까? 열정은 음악과 같은 멋진 소리를 낸단다. - 본문 중 )
감정을 가르치고 동시에 끌어내는 책이라고 느꼈다. 글로 그림으로 보여주고 그 이상으로 확장할 여지를 잔뜩 준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열정은
음악과 같은 멋진 소리를 낸단다'하고 이야기한다. 이 이야길 들은 아이의 머리속에는 어떤 음악이 펼쳐지고 있을까? 시각 청각을 넘어 오감으로
아이가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초반에 저자가 권한 것처럼 그림속 상황을 묘사해보거나 상상해보도록 질문을 하며 읽는다면 더
좋겠다. 22명의 그림작가가 그려낸 책속의 그림들은 매 그림마다 명료하기도 추상적이기도 하고 그림체자체도 저마다
가진 개성이 드러난다. 선이나 색을 칠하는 방법도 제각각이어서 하나의 감정마다 정말 새로운 시선으로 그림을 접하게 된다.

읽으면서 감정에 대해 '새삼스레 배운'점들이 많았다. 한권의 동화책에서 쉬이 볼수 없는 정말 다채롭고 매력적인 그림들도 볼수 있다. 만약 혼자
읽는다면(아이건 어른이건) 글속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생각하고 소리내어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책의 부제를 함께 보았으면
좋겠다.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요!"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표현할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람은 물론 사회전체가 더 둔감해지고 무뎌져서 아주 격한 감정에나 겨우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 꾹꾹 눌러참다
한번에 펑 터뜨려버리는 사람들은 무섭기까지 하다. 감정은 겉으로 드러나고 곧 변화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 당연한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당신에게 필요한 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