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6시간의 한국사 여행 1 - 도전과 응전, 새 길을 열다, 선사 시대에서 고려까지 ㅣ 36시간의 한국사 여행 1
김정남 지음 / 노느매기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거액을 받고 과외를 해주어도 자기 자식을 가르칠때만큼 열성을 다 할 수 있을까? 이 세상의 모든 아이를 위한 글을 쓴다해도 자신의 아이를
위해 쓴 글만큼 애정을 쏟을 수 있을까? '역사 교사의 노하우를 살려 딸아이를 가르쳐보는 것'(6p)이 원래의
목적이었다던 이 책의 서문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어렵기만한 암기과목이 아닌 개념풀이와 다양한 사료를 접하며 배우고,
논리적으로 이해할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담아 제목에도 여행이라는 키워드가 붙었다. 총 3권으로 나뉘어진 시리즈는 각 1권당 12시간의
여행을 책임진다. 12시간은 각 시간당 하나의 주제를 다루어 총 12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읽은 책은 여행의 시작이자
선사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를 다룬 제1권이다.
중고등학교때 나는 역사를 좋아하는 학생이었지만 그럼에도 역사교과서는 쉬운 책이 아니었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외울 것 천지인
책보다는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덧붙여주는 이야기들과 따로 준비하신 시청각자료들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시간순으로 배울 수밖에 없고, 그렇게 배워야
좋은 역사이야기는 초중고 12년 플러스 알파로 반복학습을 한 덕에 빠삭하지는 않아도 익숙하기는 하다. 이 책의 풀이순서도 같아서 역시 익숙하기는
했다. 구석기-신석시-철기로 이어지는 선사시대부터 고구려-백제-신라의 삼국시대와 신라-발해의 남북극시대를 지나 이 책의 마지막 시간을 장식하는
고려시대까지의 역사적 흐름은 낯설지 않았다.
이 책이 정식교과서로 만들어진 책은 아니지만 교육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자꾸 비교를 하게 된다. 그 차이점은 사실 저자가 의도한
몇가지 포인트와도 맞아 떨어지는데, 먼저 사진과 지도 등의 다양한 시료를 많이 넣으려 한 시도가 눈에 보인다. 시기상으로 가장 먼 선사시대의
부분에는 특히 한 두 페이지에 걸쳐 사진과 지도 등이 계속적으로 등장할 만큼 많이 실려있어 낯선 용어와 도구 등의 이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다채롭다는 느낌을 받았다.(다만 양이 많아서인지 사이즈가 너무 작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삼국시대 이후의 자료에는 삼국사기 등 기록으로 남은
시료들도 많이 활용한 것 같다.
또 어렵지는 않지만 낯선 단어들을 한자어 해석을 곁들여 개념을 풀어 설명해 준 것도 나쁘지 않았다. 개인적으론 각주나 미주로 밑에 따로
설명을 다는 것이 아니라 괄호안에 바로 설명을 덧붙인 점이 좋았다. 흐름이 끊기지 않으면서 한번에 읽어내릴 수 있어서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역사를 이해하는데 있어 스스로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답할 수 있도록 끌어내고자 했다고 서문에 쓰여있는데 그
때문인지 소제목 등에 의문형 제목이 쓰인 경우가 꽤 많았다. 읽는 이 스스로가 질문을 던지게 돕는 데는 그렇게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질문이 던져준 한가지 주제로 글 전체를 잡아주고 있어서 여러 개의 소제목을 지니고 길지 않게 나누어진 단락들이 책을 읽는데 지치지 않도록 돕는
경향은 있었다.
오랜만에 읽어본 역사교과서같은 책이다. 읽고나서 문득 생각해보니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었구나 하고
깨달았다. 역사이야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이 책은 쉽게 읽을 수 있다. 쉬운 말로 쓰려 노력한 점도 있고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주제들을 포함하되 글의 길이가 무한정 길어지는 고리타분한 구조를 지니지도 않는다.(하나의 주제 밑으로도 4개에서 9개의 소제목을
붙이고, 그 아래로도 다른 질문을 던져 단락을 나누고 있어 하나의 글이 지루하게 이어진다는 느낌은 안들었다.) 사실 학생때도
교과서를 정독으로 한번에 쭉 읽어나간 적은 없었지만 역사를 공부하려고 마음먹었다면 교과서를 한번 통독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만약
시도해봤는데 너무 어려워 포기하고 싶다면 먼저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하고 추천해주고 싶다. 역사에 대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다면 역사에 대해 조금 더 가볍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그 시도를 해보기에 적합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