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 - 창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민 해결 프로젝트
에릭 메이젤 지음, 안종설 옮김 / 심플라이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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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코칭프로젝트의 결과가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의 공개와 공유가 목적이었기에 일반의 자유로운 상담보다는 정해진 포멧이 몇가지 있었다. 신청자는 자신의 과거, 현재 고민, 2개월 후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적어 이메일을 보내면 (이 프로젝트의 상담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에릭이 그들이 앞으로 2주동안 작업하고자하는 내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적어 답신한다. 그리고 2주 후 신청자들은 자신이 보낸 2주동안의 결과보고서를 다시 에릭에게 보내고, 에릭은 그 결과에 대한 반응(격려나 조언등)과 함께 다시 앞으로 3주동안 작업할 내용을 상의한다. 경우에 따라 추가적인 질문이나 잦은 메일 오가는 경우도 생기지만 대략적으로는 이렇다.

 

에릭에게 메일을 보내는 이들은 그가 제한한 대로 예술계종사자 즉 작가, 소설가, 화가, 뮤지션, 조각가, 연출가, 사진작가, 가구제작자, 보석디자이너 등등 꽤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다.(뒤에 지망생이 붙기도 하며, 생계나 기타 이유등을 가진 다른 직업이 붙기도 한다.) 그들의 구체적인 사연을 들어볼 수 있는 것도 드문 기회였고, 그들의 고민이 한결같이 한곳을 향해가는 것도 흥미로웠다. 스스로가 예술계 종사자도 아니고 아직은 미적지근한 지망생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고민에는 충분히 공감이 갔다. 말로만 듣고 현실과 이상간의 괴리,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경우를 실사로 보고 있자니 답답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2개월간의 단기 프로젝트 그것도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그들이 계획을 직접 실행한 2주 후 돌아온 결과보고서와 에릭의 답신까지만이다. 몇번 안되는 상담과 2주라는 길지 않은 기간동안 그들은 변화했다. 미미하건 커다랗건 그들이 변화하고 마음을 달리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어쩌면 독자들은 이 책에서 고객의 글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내 말은 조금밖에 되지 않는 것을 흥미롭게 느낄 것이다. 이 책의 90퍼센트는 고객의 글로 채워진다. 거기에 대한 나의 답변은 간단하게 핵심만 언급한다. 나는 최대한 길게 답변을 써야 상대방이 만족하는 것이 아니란 것과, 목표를 설정하고 첫발을 뗄 때까지 무한정 기다려주는 것이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했다. 코칭은 세라피(therapy)가 아니며, 나는 과거를 조사하는 사람이 아니다. (서문 중 8p)

 

 

이 책의 내용은 저자의 말처럼 그에게 코칭을 의뢰한 고객들의 글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개인적으로 그 고객들이 보낸 편지가 꽤나 상세하고 길다는 점이 흥미롭다. 늘 바빠서(혹은 그 밖의 다양한 이유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충분히 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민하는 그들이 이 편지에 투자한 시간은 어디서 난걸까? 이렇게 사연을 실어 보낸 이들은 적어도 그렇게 하지 않은 이들에 비해 열정적인 것 같다. 자신이 처한 상황, 자신이 가진 재능과 가능성, 자신이 해야할 일들 때문에 고민하지만 그럼에도 창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들이 보낸 편지는 어쩌면 하소연같기도하고 자기변명이나 자기반성같기도하다. 그런 그들에게 에릭은 조언한다.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사람들이 잘 실천하지 않는 것에 대해. 그의 처방적은 구체적인 지시사항으로 이루어지지 않지만 고객 스스로가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계획하고 움직이도록 만든다.

 

 

때로는 작은 일에도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고 느끼기도 하고, 아직 갈길이 멀다고 느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지금도 좋지만 조금 더 나아갈 것인지, 이 정도면 됐다고 자족하며 멈출 것인지에 대한 답은 늘 자신 안에 있다. (본문 중114p)

 

 

다양한 예술분야에 열망을 품고 그에 심취하여 창작에 몰두하고 싶어하는 예술가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달았다. 자신이 하는 그 예술창작을 하나이자 전부인 업으로 택하고 살아가는 운좋은 사람들은 그다지 많다는 것도. 대부분의 프로 혹은 아마추어 예술가들은 자신이 하고자하는 예술활동외에 다양한 활동(주로 경제적인 이유로)을 겸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늘 직업(해야하는 것)과 예술활동(하고싶은것) 각각의 중요도나 일상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그 두 가지 모두 후자에 조금 더 치우져지길 바라며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이나 자신의 행동에 대해 불만을 갖는다. 대체적으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예술가들의 고민은 지극히 현실적이나 사실은 그들은 자신의 예술적 활동이나 창의적재능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으며 그런 의심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지지해줄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자신의 지지자를 찾고 싶어한다. 책의 저자인 에릭은 그들에게 달달하고 무조건적인 격려를 해주지는 않는다. 그들의 재능이나 문제들을 판단하거나 평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가지 그들이 원하는 대답은 비교적 자주 해주는 것 같다.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다잡고, 창작 활동에 몰입하라'는 그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을.

 

 

 

지난 2주 동안 정말 큰 도움이 된 것은 비록 직접 만나지는 못해도 선생님이 내 뒤를 든든하게 봐주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것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내 친구들은 말로는 나의 창의적인 모습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나더러 집에 들어앉아 작업에 몰두하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본문 중 1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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