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사 수업 - 좋아하는 일 오랫동안 계속하기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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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출판사를 꿈꾸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 책이다. 제목대로 이 책을 수업에 비유하자면 실무, 실습 편에 앞서 배우게 되는 입문 또는 개론 수업에 해당할 것 같다. 또 딱딱하고 착착 진도가 나가야 할 정규 수업보단, 선배로서 나는 이랬다- 이야기를 풀어내고 편하게 질문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특강에 가까운 느낌이다. 같은 꿈을 꿨던 사람으로서 해줄 수 있는 조언, 자신의 경험담, 1인 출판을 시작하기 전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 소소하지만 분명 도움이 될 만한 습관과 준비하고 배워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의 저자는 여러 권을 펴낸 편집자이자 작가이자 1인 출판사의 사장님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을 썼다. 무작정 출판사를 시작했던 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알게 된 미리 단련했다면 좋았을 일들과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싶은 습관들, 지금의 만족도와 하루 일과 등을 딱딱하지 않은 투로 풀어낸 에세이에 가까운 글이었다. 본문이 짧다 보니 그다지 깊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쉽다. 편집자로서 작가를 자주 접하고 많은 이야기를 한다는 내용은 있지만 출간되기 전까지 작가와 편집자가 만족하고 팔릴만한 책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점을 체크하고 대략 어떤 과정을 거친다는 내용은 없다. 원고 선발, 교정교열, 편집, 출간된 이후 판매나 마케팅 과정 등에 대해 연관된 에피소드나 부분적인 포인트는 이야기하지만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디까지가 1인 출판사에서 하는 일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내용을 다루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전체 업무 과정에 대한 실무가 궁금했기에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책의 본문은 짤막하고 각각 제목에서 하고자 하는 내용이 잘 담겨있는 편인데다, 질문형으로 되어 있는 것도 제법 있는지라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우선 목차를 잘 살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책의 부록으로는 Q&A와 추천도서도 다루고 있는데 추천도서에는 저자에게 도움이 되었던 출판 관련 서적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먼저 해본 사람으로서 이렇게 하면 꼭 성공한다 하는 성공 노하우를 풀어놓는 책은 아니다. 어떻게 해야 성공하고 잘 유지해 나갈 수 있는지는 저자에게도 꼭 알고 싶은 포인트일지 모른다. 다만 같은 일을 꿈꾸고 함께 해나갈지 모르는 후발 주자들에게 최소한의 마음가짐과 꼭 필요한 준비에 대해 미리 알아두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담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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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샵 사전 - 필요할 때 찾아 쓰는 포토샵 사용 설명서
우보명 지음 / 제이펍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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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보았던 포토샵 혹은 컴퓨터 관련 서적들에 비해 작은 사이즈와 예쁜 디자인으로 첫인상이 너무 좋았던 책이다. 물론 사전이라 이름 붙인 만큼 두께와 무게는 제법 있지만 "어떤 기능을 사용할지 몰라 모두 담았습니다."라는 표지 속 소개가 참 적절하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모두 담았다고 할 만큼의 자신감도 있는 문구라고도 생각했고 과연 책을 읽어보니 정말 알차게 열심히 담았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책의 목차를 먼저 보면 <Prologue. 포토샵 사용자라면 이것만은 반드시!>, <Part1. 포토샵 도구의 모든 것>, <Part2. 메뉴바&패널>, <알림/경고 메시지. 여기서 잠깐> 이렇게 크게 4개의 구분이 되어있다. 프롤로그의 내용은 포토샵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버전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등 포토샵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기본 개념들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다. 포토샵을 실질적으로 이용할 때 인쇄와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에 대한 설명이 함께 있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본문을 보면 특히 Part1과 2에서 포토샵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도구와 메뉴의 아이콘을 그대로 가져와 페이지를 구분해둔 게 센스 있었고, 도구와 메뉴바, 패널들을 사진으로 보여줄 때 한글 버전과 영어 버전을 변형 없이 전부 첨부하고 있어 어떤 버전을 사용하든지 실제 화면을 볼 수 있게끔 구성해둔 점이 좋았다. 내용을 설명할 때는 2019버전의 예시를 비교기준으로 설명한 경우가 많았는데(예를 들어 '각 버전마다 최대로 만들 수 있는 레이어의 개수는 다르고 버전이 높을수록 최대 레이어 수는 증가하는데 2019의 경우 최대 8000개의 레이어를 만들 수 있다'라는 식의 설명 - 본문 중 31p, 최대 레이어 수 내용 참고/ 책의 초반에도 포토샵 CC 2019를 기반으로 설명한다는 안내글도 있다.) 책의 마지막엔 표지에서 예고한 대로 가장 최신 버전인 포토샵 CC 2020의 신기능도 소개하고 있다. 알림/경고 메시지의 경우 따로 파트가 나누어져 한데 모아둔 것이 아니라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된 본문 속에 부분부분 들어가 있는데 필요한 경우 목차의 페이지를 보고 찾아볼 수 있다. 목차 외에도 필요한 기능 및 내용을 찾아보기 위한 색인 페이지까지 책의 맨 뒤쪽에 첨부되어 있어 제법 사전 같은 모양새를 잘 갖춘 책이라고 생각했다.

 

 

 

 

 

 

책과 관련된 동영상 강의는 책날개에 첨부해둔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하며, 관련 Q&A를 위한 이메일 주소 역시 책날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독자와의 소통에 적극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 공지를 책 속에 직접 수록한 부분도 재미있었다. 자주 사용하는 도구는 익숙하지만 잘 사용하지 않는 도구들을 이용할 땐 어떻게 쓰는지 낯설기도 한데 그런 도구들을 혼자 익히거나 연습할 때 필요한 부분을 찾아 도움을 얻기에 참 좋은 책인 거 같다. 최근 자격증을 따려고 한창 많이 마주하고 있는 포토샵의 세세한 부분까지 알 수 있어 좋았다. 사전 형식을 하고 있고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기 좋은 책이기도 하지만 사전이란 책들이 대개 그렇듯 한번 마음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면 정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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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용 스트레칭북 (스프링북) - 어디든 세워두고 30초만 따라 하세요!
브레이니 피트니스 랩 지음, 피지컬갤러리 의학 전문가 그룹 감수 / 시간과공간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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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칭이 요가와 많이 닮았다는 걸 최근 들어서야 알았다. 요가는 동네 체육센터에서 한두 달 해본 게 전부인지라 많이 알지 못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스트레칭 동작들이 내가 짧게나마 배웠던 요가 동작들과 겹치는 게 참 많았다.  왠지 친숙한 동작들을 그림부터 훑어보고 난 후 설명 및 본문을 읽어보니 내가 알던 스트레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는 게 신기했다. 이 책은 탁상용 달력처럼 어디에든 세워두고 보며 따라 할 수 있는 제본 형식과 실용성이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자 장점인데,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칭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1부의 글이 인상적이었고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은 것 같다. 

책의 본문이라고 해도 1부에서의 설명글을 빼면 동작을 알려주는 그림 옆에 작은 글씨로 쓰인 동작 설명이 전부다. 1부에서는 스트레칭의 중요성, 시간과 회수, 호흡법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책의 목차를 소개한다. 스트레칭은 근육을 늘려주는 '정적 스트레칭'과 우리가 보통 웜업이라고 칭하는 운동 전에 몸을 데워주는 '동적 스트레칭'으로 나뉘며, 한 가지 동작을 할 때 최소 6초 이상, 가장 적절하게는 20~30초를 유지해주는 게 효과가 좋다고 한다. 이 책을 볼 때마다 이 두 가지 포인트를 계속 생각하며 활용하려고 노력했다. 2부에서는 부위별 스트레칭 60가지, 3부에서는 테마별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데 3부는 2부에서 설명된 동작들을 모아 하나의 프로그램처럼 소개한다. 부록으로 '한눈에 여러 동작 보기' 페이지 역시 2부에서 소개된 스트레칭 동작들을 글 없이 작은 그림으로 전부 모아 보여주고 있다. 각 스트레칭은 이완되거나 사용되는 근육 부위에 진한 핑크색으로 표시되어 있어 그 동작을 따라 할 때 같은 부위가 제대로 당겨지거나 이완되는지 확인하기에 좋았다.

 

 

 

맨 처음 책을 받아 전부 훑어보고 난 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부위별 스트레칭 페이지를 펴 여러 동작을 따라 하곤 했는데 자꾸 그림만 보며 제대로 시간을 지켜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최근엔 책을 두는 장소와 자주 보는 페이지를 바꿨다. 지금 이 책은 우리 집 거실에 있다. 가족들도 출근 전에 한 동작씩 따라 해 보라는 의미로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스트레칭하고 가" 하는 잔소리를 하며 나도 그 김에 한 동작씩 하고 있다. 괜한 욕심은 못 버려서 가장 자주 하는 동작은 부위별 스트레칭 중 딱 하나 있는 전신 스트레칭 '다리 벌려 만세 하기'다.  

책을 보기 전에도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스트레칭을 하려고 의식하긴 했는데, 이 책의 설명대로면 난 제대로 스트레칭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아 스스로 반성했다. 공부하거나 일할 때 짬짬이 하는 스트레칭은 한 동 작당 길어야 3초 정도 까딱까딱 몸을 움직이는 게 전부여서 안 하는 것보단 낫다고 위안해 보지만 실제 근육이 풀릴 정도의 효과는 전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어깨가 항상 뭉쳐있는 거겠지..)  스트레칭은 왠지 운동 전후에 주로 하는 동작 정도로 생각하기 쉬워서 스트레칭 자체가 운동이라는 생각을 별로 못 해본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스트레칭을 쓰여 있는 설명대로 제대로 따라 하다 보면 알게 된다. 스트레칭 역시 운동이었다는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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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의 편지
조현아 지음 / 손봄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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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였을 때 누구나 가지고 있었을 순수한 호의들. 누군가가 '숨처럼 내쉬던 작은 호의들'을 우리는 분명 어디선가 겪었을 테고 어쩌면 우리가 그 호의를 베풀었던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 속 호연이처럼 그 호의에 순수하게 고마워하고 평생 기억하겠다는 단단한 다짐을 하지 않으면, 그 호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그대로 가지고 자라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라 <연의 편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존재와 그 마음에 반가워하고 부러워하고 또 반성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소리'는 학교에서 한 아이를 괴롭히는 무리에 앞을 막아서다 자신 역시 괴롭힘의 표적이 되고 만다. 상황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고 소리가 구해준 지민이도 그리고 소리도, 각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어릴 적 살던 동네로 다시 돌아온 소리는 이전 학교에서의 기억 때문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다 자신의 책상 밑에 붙어있는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편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판타지적 요소가 과하지 않고 오히려 그 편지를 찾기 위한 간절한 마음과 도움을 주려는 선의가 더해진 기적 같은 느낌이라 좋았다. 또 그 과정에서 소리가 원래의 성격대로 더 적극적이고 씩씩한 모습을 찾아가는 게 좋았다. 어릴 때 선물하려 가져온 종이꽃에 기대 웃는 모습이나, 기차에서 동순의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걸어내려오는 모습이 얼마나 멋지던지, 사실 지민이의 편지를 받아 울음을 터트릴 때마저도 성별을 떠나서 참 예쁘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금방 읽어낼 수 있는 책이기에 정말 여러 번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소리에게 반해서 주변에 소리 같은 친구 한 명 있으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상상을 했다. 

    

 

<연의 편지>는 웹툰으로 연재되었다가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는데 처음부터 책으로 구성되어 그려진 것처럼 컷 분할이나 장면 편집이 너무 잘되어 있어서 좀 놀라웠다. 내 경우에 웹툰은 가끔씩 보긴 하지만 그리 챙겨 보지 않아서 단행본으로 출간되면 책으로 찾아보는 걸 더 좋아한다. 그런데 웹상에서 연재를 위해 그려진 장면과 단행본에서 한 장면이 당 주어지는 페이지는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수정 작업이 만만치 않고 페이지 구성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독자가 받는 느낌이 많이 달라지게 된다고 알고 있다. <연의 편지>의 경우 웹 연재 시 읽어보지 않아 그 차이가 큰지는 알 수 없지만 각 컷마다 꽤 두터운 테두리를 넣어 통일된 형식으로 페이지를 채웠는데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게 읽힌다고 할까, 깔끔한 편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여름 부친 이 편지가

어디까지 가고 있는지

궁금하고 설레는 날들입니다.

도착한 <연의 편지>를

어딘가에서 읽어주시는 분들,

다시 멀리멀리 날려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조현아 드림

- 책날개, 작가의 말 중

크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에게 호의나 선의를 베푸는 장면을 곳곳에서 보게 된다. 생전 본적 없는 사람이어도 사소한 도움이 필요할 때 그 사람에게 망설이지 않고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정도의 호의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런 마음은 언제 어디서 배우게 된 걸까. 휠체어를 탄 할머니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돕는다던가, 같이 운동을 하던 사람의 자세가 잘못되었을 때 바로잡아주고 조언해준다던가, 아이를 안은 아주머니가 짐을 떨어뜨렸을 때 그 짐을 냉큼 주워준다던가 내가 최근에 봤거나 한 행동들에도 그런 사소한 선의가 들어있었다. 호연이가 자신이 받았던 호의를 편지에 담아 다시 보내준 것처럼, 지민이가 소리가 해주었던 행동을 떠올리며 용기 낼 수 있었던 것처럼, <연의 편지>를 읽고 다시 그 편지를 멀리 멀리 날려주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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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 김용택의 꼭 한번 필사하고 싶은 시 감성치유 라이팅북
김용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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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의 시집보다 가볍지만 마음이 동하기 쉬운 예쁜 시들을 읽고 싶어 도서관을 둘러보다 골라 온 책이었다. 드라마 도깨비 때문에 더 유명했던, 시집이자 필사책. 드라마나 서점에서 예쁜 글씨로 필사되어 있던 공간들은 깨끗하게 비어있었지만 필사를 위한 공백들이 나름대로 심심하지 않게 꾸며져 있어 필사하기 좋은 구성이라고 느꼈다. 맨 첫 장을 열면 '감성치유 라이팅북 가이드'라는 제목으로 각 부의 제목에 대한 설명과 각 파트가 담고자 한 메시지를 간략하게 소개해준다. 국내 시인들의 시가 주를 이루지만 세계 각국의 시인들의 시도 섞여있었고, 4부에서는 책의 엮은이인 김용택 시인의 시를 모아두었다. 본문 뒤편으로 시 제목과 시인의 이름으로 다시 원하는 페이지를 찾아볼 수 있는 색인도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 쓰인 볼테르의 글귀. 필사책이라서 그런지 이 글귀가 특히나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유익한 책이라도 그 반은 독자가 만드는 것이다. - 볼테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보니 책에 필사를 할 수 없어 오랜만에 시노트를 새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는데, 좋았던 시들을 옮겨놓고 보니 내 마음에 든 시들이 꽤 많았던 걸 느꼈다. 엮은 시집이다 보니 유명하거나 다른 시집에서 이미 몇 번 본 시들도 물론 있었지만 그래도 시 감상과 필사라는 두 가지 면에서 다 만족도가 높은 책이었다. 김용택 시인은 이전에도 '시와 대중의 만남을 꾸준히 주선'해준다는 의미로 다양한 테마의 모음, 엮음 시집을 많이 출간했다고 하는데, 이 책은 시와 더불어 최근 많은 관심을 받는 필사, 캘리그래피 등의 취미 분야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만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인기에는 드라마 도깨비의 영향도 물론 컸다고 생각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시와 필사에 관심 있는 초심자들에게 선물용으로 좋은 책이었다.

시집은 읽을 때마다 좋아하는 시가 변하기 마련이라 생각하지만 이번에 읽었을 때 좋았던 시들을 몇 편 꼽아보니 자연과 생의 수많은 감정을 다룬 시들로 엮었다는 2부의 시들이 많았다. 1부에서는 도깨비에서 공유가 읽어주었던 김인육 <사랑의 물리학>과 왠지 낯설지 않은 시였던 최영미<선운사에서>. 2부에서는 항상 좋아했던 이육사의 <청포도>, 아버지가 딸에게 읊조리듯 말하는 이상국 <혜화역 4번 출구>, 자두를 먹어버렸다는 귀여운 고백의 윌리엄 윌리엄스 <다름 아니라> 등등. 3부에서는 시의 제목을 따온 댄 조지<어쩌면>, 그리고 문정희<비망록> 이 두 편이 기억에 남는다. 김용택 시인의 시집을 읽어본 적이 있어서 4부의 시들은 그리 낯설지 않았는데 <안녕, 피츠버그 그리고 책>이라는 장문의 시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참고로 그리 길지 않은 시들이 많아서 캘리그래피나 필사에 필요한 구절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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