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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 김용택의 꼭 한번 필사하고 싶은 시 ㅣ 감성치유 라이팅북
김용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시인의 시집보다 가볍지만 마음이 동하기 쉬운 예쁜 시들을 읽고 싶어 도서관을 둘러보다 골라 온 책이었다. 드라마 도깨비 때문에 더 유명했던, 시집이자 필사책. 드라마나 서점에서 예쁜 글씨로 필사되어 있던 공간들은 깨끗하게 비어있었지만 필사를 위한 공백들이 나름대로 심심하지 않게 꾸며져 있어 필사하기 좋은 구성이라고 느꼈다. 맨 첫 장을 열면 '감성치유 라이팅북 가이드'라는 제목으로 각 부의 제목에 대한 설명과 각 파트가 담고자 한 메시지를 간략하게 소개해준다. 국내 시인들의 시가 주를 이루지만 세계 각국의 시인들의 시도 섞여있었고, 4부에서는 책의 엮은이인 김용택 시인의 시를 모아두었다. 본문 뒤편으로 시 제목과 시인의 이름으로 다시 원하는 페이지를 찾아볼 수 있는 색인도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 쓰인 볼테르의 글귀. 필사책이라서 그런지 이 글귀가 특히나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유익한 책이라도 그 반은 독자가 만드는 것이다. - 볼테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보니 책에 필사를 할 수 없어 오랜만에 시노트를 새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는데, 좋았던 시들을 옮겨놓고 보니 내 마음에 든 시들이 꽤 많았던 걸 느꼈다. 엮은 시집이다 보니 유명하거나 다른 시집에서 이미 몇 번 본 시들도 물론 있었지만 그래도 시 감상과 필사라는 두 가지 면에서 다 만족도가 높은 책이었다. 김용택 시인은 이전에도 '시와 대중의 만남을 꾸준히 주선'해준다는 의미로 다양한 테마의 모음, 엮음 시집을 많이 출간했다고 하는데, 이 책은 시와 더불어 최근 많은 관심을 받는 필사, 캘리그래피 등의 취미 분야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만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인기에는 드라마 도깨비의 영향도 물론 컸다고 생각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시와 필사에 관심 있는 초심자들에게 선물용으로 좋은 책이었다.
시집은 읽을 때마다 좋아하는 시가 변하기 마련이라 생각하지만 이번에 읽었을 때 좋았던 시들을 몇 편 꼽아보니 자연과 생의 수많은 감정을 다룬 시들로 엮었다는 2부의 시들이 많았다. 1부에서는 도깨비에서 공유가 읽어주었던 김인육 <사랑의 물리학>과 왠지 낯설지 않은 시였던 최영미<선운사에서>. 2부에서는 항상 좋아했던 이육사의 <청포도>, 아버지가 딸에게 읊조리듯 말하는 이상국 <혜화역 4번 출구>, 자두를 먹어버렸다는 귀여운 고백의 윌리엄 윌리엄스 <다름 아니라> 등등. 3부에서는 시의 제목을 따온 댄 조지<어쩌면>, 그리고 문정희<비망록> 이 두 편이 기억에 남는다. 김용택 시인의 시집을 읽어본 적이 있어서 4부의 시들은 그리 낯설지 않았는데 <안녕, 피츠버그 그리고 책>이라는 장문의 시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참고로 그리 길지 않은 시들이 많아서 캘리그래피나 필사에 필요한 구절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