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아르테 오리지널 13
요시다 에리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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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니, 연애니, 결혼이니 그런 거 모르겠고 그다지 알고 싶지도 않은 두 사람의 우당탕탕 가족 만들기, 아니 '아군'만들기 프로젝트. 20대 후반의 사코쿠는 회사에서는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후배가 우리 둘은 이미 거의 사귀고 있는 거 아니냐느니 헛소리를 해서 거절했더니 휴직을 해버리고, 집에서는 동생에게 추월당하느니 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잔소리 폭탄을 맞고 있다. 본인은 누군가를 연애 감정으로 좋아한다는 것의 의미조차 이해가 가지 않는데 사코쿠가 그러거나 말거나 주변의 모든 인물들은 사코쿠의 인생에서 연애, 결혼, 출산까지 일련의 과정을 이미 정해진 것,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강요한다. 남들의 그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와닿지 않던 사코쿠는 우연히 '에이로맨스, 에이섹슈얼'이라는 용어와 의미를 알게 되고 같은 정체성을 가진 이가 운영하는 블로그의 일기에 격하게 공감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다카하시는 마흔이 되어가는 남성으로 부모님과는 절연했고,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으며,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 집에서 조금은 외로워하며 살고 있다. 여주의 회사와 같은 계열의 슈퍼마켓 청과 코너를 담당하고 있으며, 사코쿠가 애독하는 블로그의 주인이다. 어떤 우여곡절을 겪으며 자랐는지는 생략되어 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 뚜렷하고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참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요"(55p)라고 단언할 줄 아는 멋지고 조금은 까칠한 사람.





블로그의 주인이 다카하시인 걸 알게 된 사코쿠는 '연애 감정 빼고 가족이 되자'는 제안을 대뜸 해버리는데 다카하시의 답변이 또 압권이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임시 가족, 거의 가족을 거쳐 서로에게 '아군'이 되어주기로 한다. 일반적인 의미의 가족은 아닐지 몰라도 그 일반과 보통이라는 것은 누가 정하는 것인가. 남과 다른 개성은 곧 강점이라 배우며 자랐는데, 사회에 나가보면 남과 다른 게 약점이 되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다름에 너그러워지는 경향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를 보통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모두의 보통보다는 그 사람마다의 보통이 (이해까진 아니더라도) 존중받는 세계가 되길 바라는 건 욕심인가. 두 사람의 스토리 자체도 흥미진진하고 에이로맨스, 에이섹슈얼의 의미와 특성, 그리고 그 안에서도 그러나는 개별적인 차이 등 남들에겐 보통이 아니어도 나에게는 보통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사코쿠가 하나씩 알아가는 그 과정과 내용이 좋았다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은 원작 드라마가 있고 그 드라마의 각본가가 드라마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넣어 직접 완성했다는 소설이다. 드라마라는 장르 특성 때문일까? 두 주인공 곁에는 참 공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사랑을 밀어붙이는 사람들이 많다.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대표적인 민폐 캐릭터이자 감초 캐릭터인 가즈군은 불도저같이 굴긴 했지만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었고 다카하시와의 은근한 케미가 있어서 재미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로 리메이크 됐으면 좋겠는 작품. 원작인 드라마도 보고 싶어졌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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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마와리 하우스 에프 그래픽 컬렉션
하모니 베커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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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살아온 '나오'는 대학 입학을 1년 미루고 자신이 태어난 일본으로 돌아왔다. 1년간의 유예기간동안 자신이 태어난 일본에서 지내보기로 한 것. 셰어하우스인 히마와리(=해바라기)하우스에서 만난 일본인 형제 신이치와 마사키, 싱가포르인 티나, 한국인 혜정까지 5명이 1년간 부대끼며 지내는 생활과 그들의 생각을 보여준다.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일본에서 만나게 된 세 사람. 혜정과 티나, 나오는 곧 서로에게 절친한 친구가 되고 함께 서로를 챙겨주며 가족 같은 사이가 된다. 각자 고향의 언어가 있지만 타지에서 만나 다른 언어로 사귀게 된 세 친구의 이야기는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는 그리 드문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온전한 미국인도 온전한 일본인도 아닌 것 같은 자신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나오의 이야기, 가족과 사회의 기대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 일본으로 떠나온 혜정의 이야기, 수험 실패 이후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고 일본에 온 티나의 이야기. 개인적으로는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혜정의 이야기에 더 몰입해서 봤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들어가기' 그 맹목적인 목표를 당연하게 여기고, 그게 나의 목표를 떠나 가족 전부가 매달리는 목표가 되는 것은 더 괴로운 일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한데 솔직히 주변에서 흔히 들려오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세 인물은 일본에서의 낯선 문화를 배우고 서로의 문화를 이야기하며 함께 있을 땐 밝고 유쾌한 일상을 보내지만, 개인의 사연과 과거 속에서는 괴로운 기억도 상처도 가지고 있다. 혼자 끙끙 앓다가 한 번씩 터트리듯 울어버리면 다른 두 인물이 열심히 끌어안아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렇게 살아가며 의지하는 친구가 생기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이 만화에 담겨있다. <히마와리 하우스>는 다양한 문화를 살고 있지만 한결같이 세상은 물론 '자신'이 궁금한 청년세대들의 고민과 삶을 담은 그래픽노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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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당 고양이들
스무조 지음, 홍미화 옮김 / 윌스타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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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배를 보이고 발라당 누워있는 모습만 모아둔 사진집. 진짜 너무 사랑스러워서 보다 보면 입이 웃고 있고 책을 덮을 때면 광대가 아파온다. 이 책에 이야기하는 발라당 포즈는 고양이가 매우 편안하고 안정되어 있을 때 취하는 자세라고 한다. 지금 있는 곳과 함께 있는 상대가 안전하게 느껴져서 마음껏 응석 부리는 고양이들의 무장해제 자세인 것이다(보는 사람도 무장해제시켜버린다)


일본 전역에 살고 있는 집사들의 제보로 모인 사진들은 제목, 집사들의 한마디, 살고 있는 지역, 고양이의 이름 등과 함께 소개된다. 발라당 포즈의 메인 사진 위로 평소 얼굴을 담고 있는 고양이들의 프로필 사진도 작은 동그라미 안에 담겨있어서 발라당 포즈를 하고 있을 때의 더 풀어진 얼굴 표정을 비교해 볼 수도 있다는 게 포인트.




중간중간은 에피소드를 담은 페이지도 있는데(물론 그 페이지도 작게 분할된 사진이 차지하고 있는 양이 더 많다) 이 책이 탄생하게 된 계기나 모집된 사진 중에 책에 실릴 사진을 최종 선발하는 과정 등 짧은 본문이 실려있다. 그중에는 임시보호에 대한 이야기도 한 토막 있었는데, 사진집에 실린 사진 중 임시보호하는 고양이들의 사진도 종종 등장한다. 임시보호 중인 아기 고양이 형제가 풀어진 표정으로 나란히 발라당하고 있는 사진 위에 "기적적인 만남에 감사"한다는 멘트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안 그래도 작고 소중한 아기냥들은 발라당 포즈 하고 있을 땐 진짜 인형 같아서 감탄하기도 하고, 상자 혹은 상자 비슷한 무언가에 들어가 온몸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도 사랑스럽고, 발라당하고 있을 때면 으레 드러나는 고양이 젤리를 마구 만져보고 싶어 내적 비명을 지르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고양이를 직접 키워본 적은 없어서 고양이들이 얼마나 다양한 몸동작을 할 수 있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고 할까. 가끔씩 묘한 포즈를 하고 있는 고양이들도 있는데 몸이 유연한 걸 알고 있어서 그런지 희한하게도 불편해 보이진 않는데 가끔은 진짜 연체동물인 건가 하는 의심도 든다. 잔뜩 사랑받고 보살핌 받으며 떡처럼 풀어져있는 고양이들을 보며 힐링할 수 있는 책.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져서 마음이 삭막해질 때마다 열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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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베르니 모네의 정원 - 수채화로 그린 모네가 사랑한 꽃과 나무
박미나(미나뜨) 지음 / 시원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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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정원이 있는 지베르니에 방문한 저자가 직접 보고 느꼈던 빛과 감성을 담아, 모네의 정원을 수채화로 다시 그려냈다. 그림들과 잘 어우러지는 책에 달린 연두색 가름끈도 이 책의 차밍포인트. ​모네의 정원에 있다는 꽃 달력처럼 계절의 순서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그리고 한 계절에 담지 못한 '나무'라는 테마로 목차를 만들어 정원에서 볼 수 있는 꽃과 나무들을 이 책 속에 가득 담았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외에 '지베르니 정원 둘러보기'라는 제목으로 실제 정원에 대한 정보와 저자가 찍어온 사진들도 만나볼 수 있다. 


미리 보기 같이 작게 그려진 그림으로 구성된 아름다운 목차만으로도 기대감이 차올랐다. 봄이 시작된 요즘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볼 수 있는 꽃들도 있어 반가웠고, 반대로 낯선 이름의 꽃들도 궁금했다. 가을의 돼지감자꽃이나 사과나무, 라임나무, 올리브나무 등 과실수를 보면서 정원사 모네라면 꽃 외의 수확물도 제대로 챙겨 먹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모네가 돼지감자 캐는 상상을 하면서 혼자 웃참...ㅋㅋ) 




본문이 시작되면 왼쪽 페이지에는 꽃의 이름과 한 줄짜리 요약정보, 그리고 모네 혹은 모네의 주변 인물들이 남긴 문장들(한글 + 영문)이 들어있고, 오른쪽 페이지는 온전히 수채화로 그려진 꽃만 자리하고 있다. 꽃이 그려진 페이지에는 어떠한 장식이나 글자(페이지 장수도 생략되어 있다)도 들어가지 않아 온전히 그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깔끔한 구성이다. 본문의 그림들은 색감에 많은 신경을 기울인 티가 나는데 ​빛을 그리는 작가 모네의 영향일까, 본래 알고 있던 꽃들도 새로운 느낌으로 보게 된다. 전작 <빨강 머리 앤의 정원>과 겹치는 꽃들도 있을 텐데 같은 꽃이어도 전혀 새롭게 보이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책에 수록된 문장들은 개인적으로 주변인의 문장보다 모네의 문장이 더 재미있었다. 정원과 그림에 대한 언급 또는 주변인과 주고받은 편지글도 포함되어 있는데, 화가와 정원사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말이나 어떤 꽃이 지기 전에 방문하라고 지인을 닦달하는 편지글을 보면 모네의 인간미도 느껴지고, 그림만큼이나 정원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가 전해진달까. 



세밀하게 꽃을 그리고 수채화로 채색한 그림을 주로 보면 꽃도감 같은 느낌도 들지만, 그 주제가 꽃을 그린 화가 모네와 모네의 정원이다 보니 이야기가 훨씬 풍성해졌다. 이 책에서 던져준 모든 그림과 이야기들에 점점 더 관심과 호기심을 갖게 된다.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은 사계절의 정원 속 꽃들을 수채화 일러스트로 마음껏 감상할 수 있고, 모네와 그의 정원 그리고 예술과 인생에 대해 여러 가지 화두를 던져주는 책이다. 박미나 작가님의 전작 <빨강 머리 앤의 정원>도 정말 좋았는데 이번 신작은 비슷한 구성이면서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한 느낌이라 더욱 좋았다. 곁에 오래 두고 계절마다 열어보며 모네의 삶과 정원을 상상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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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집 컬러 일러스트
윤동주 지음 / 북카라반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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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어본 윤동주 시집. 아니, 정말 오랜만인가 싶을 정도로 왠지 친숙한 시들을 다시 읽었다. 일상의 곳곳에서, 3.1절, 광복절과 같은 기념일마다, 어디서든 자주 읽히는 시들이라 이제 낯설다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우리는 교과서에서부터 윤동주의 시를 읽는다. 나 역시 그랬고, 대학생, 직장인이 되고 나서도 윤동주의 시는 꽤나 자주 찾아 읽어왔던 것 같다. 한국 시인을 떠올릴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 중 한 명이고, 정말 다양한 버전의 책으로 자주 보아왔다.


올해 친구들과 독서 모임을 시작하면서 시를 읽고 싶다는 의견이 있었고, 첫 번째 시집으로 윤동주의 시집이 선정되었다. 윤동주의 시집은 시인이 죽고 난 후 출간된 유고 시집이 전부이기 때문에 어떤 출판사의 어떤 책을 가지고 오든 괜찮다고 공지를 해 두었고, 그래서 각자가 어떤 버전의 책을 가지고 올지도 궁금했다. 그 시점에서 나는 바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올해 출간된 신간이고 컬러 일러스트가 수록된 버전의 책이라 더욱 매력적이었으며 다른 친구들과도 겹치지 않을 것 같았다.

모임이 시작되기 전 책의 순서를 따라 한번 읽고, 모임에서는 윤동주의 생애를 따라 발췌독을 했다. 초판본 버전의 책을 가져온 친구가 있어 알게 된 점은 이 책이 초판본의 순서를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4부와 5부에는 초판본보다 더 많은 시가 실려있기도 했다. 이 책은 서문, 소개 글, 추천글, 후기 등 본문을 제외한 목차가 전혀 없다. 책의 저자는 이미 세상에 없다는 걸 알지만 이 책에 대한 자랑이나 소개 없이 그저 감상해달라는 듯이, 오로지 시와 일러스트만으로 채워진 책이다.





일러스트는 모든 시에 하나씩 그려진 것은 아니었고, 크고 작게 본문의 시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때론 직관적으로 시의 제목이나 소재를 그대로 그려 넣기도 하고 <별 헤는 밤>이나 <아우의 인상화>같은 경우에는 하나의 장면을 온전히 그려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참고로 책의 표지로 쓰인 그림이 <별 헤는 밤>에 수록된 일러스트이다.)


시를 읽고 싶지만 어떤 시집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에게 내가 보통 제일 먼저 권하는 게 윤동주 시집이다. 누구에게든 익숙하면서 아름답고 너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시라고 생각하니까. 시를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에겐 <윤동주 시집 컬러 일러스트>처럼 시선을 끌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러스트가 들어간 시집이 더 다가가기 쉽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풍성한 색감으로 그려진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윤동주의 시를 감상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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