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
린다 수 박 지음, 로버트 세-헹 그림, 황유원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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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불이 나 단 하나의 물건만 구할 수 있다면? 가족들은 모두 안전하고, 가져갈 수 있는 물건의 크기나 무게는 제한이 없다고 가정하여 던진 이 질문에 아이들은 어떤 것을 챙겼을까? 어른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더 대답이 늦을 것 같다고 생각한 건 나뿐일까. 실제 상황이라면 정신없이 나와 가족들이 빠져나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길 텐데, 단 하나만 더 구한다면 과연 무엇을 가지고 나와야 할까.




이 책은 위의 질문을 던진 선생님과 그 반의 아이들의 대화가 글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책의 그림은 반의 풍경이나 아이들의 모습보다도, 아이들이 구하겠다고 한 물건이나 그에 얽힌 일상의 기억들을 중심으로 그려 놓은 것 같다. 자신의 몸부터 시작해 아빠의 지갑, 노트북, 소중한 사진, 지금은 볼 수 없는 이가 남긴 물건들까지 아이들의 선택은 종잡을 수가 없다.


론, 타일러, 샤린, 요해나, 제이, 소피아, 메이 등등 아이들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누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쏭달쏭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서로의 영향을 받는 모습도 고스란히 보여준다. 구할 수 있는 물건을 떠올릴 때 나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것까지를 자연스럽게 범주에 집어넣어 생각하는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그림책 안에서 가상으로 벌어지는 수업이었지만 아이들이 저마다 자신의 소중한 것을 생각해 내고, 그것이 소중한 이유를 서로에게 이야기하는 과정이 매우 좋았다. 그 과정을 매끄럽게 이끌어가는 선생님도 멋지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런 수업을 꼭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답은 질문을 던지는 시기마다 달라질 수 있으니 반복해 읽기에도 좋은 그림책이다. 어른이지만 가끔씩 이 그림책을 펼쳐 읽고 나 자신에게도 몇 번이고 이 질문을 던지게 될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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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츠
이아타 지음 / 메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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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7년 식량전쟁 이후 무국적기업들이 식량 종자들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기 시작했고, 베이츠라는 기업은 거대 옥수수 '알파콘'의 종자를 독점하게 된다. 알파콘을 키워내기 위한 거대한 도시 '델피'가 만들어졌고, 그곳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알파강'에 둘러싸여 고립된 채 베이츠에 의해 설계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간의 육체노동은 오락과 같이 보여주기 식으로만 남아있는 세계에서 델피에서 알파콘을 키워낼 육체노동자 '탤로'를 모집한다. 높은 보수 때문에 건강한 육체의 젊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고된 노동강도에 그만두는 사람들도 속출하지만 바깥세상에서 모여드는 지원자는 아직도 많았기 때문에 델피는 그럭저럭 잘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파콘과 베이츠에 대한 자부심을 안고 노동자로 입사한 지오도 옥수수의 국가 안에 살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동생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베이츠에서 퇴사했다고 알려졌으나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델피로 들어간 지 한 달 후부터 연락이 끊겼고 지금까지 소식을 알 방법이 없었다. (본문 중 17P)


이 책의 주인공 태오는 동생 지오와 함께 가난과 굶주림을 견디며 살아가는 중이다. 지오는 먼저 아시아에서 탤로를 뽑는다는 소식에 먼저 지원해 최종 합격을 해냈고, 입사한지 한 달 만에 소식이 끊기지만 베이츠에서는 지오가 퇴사했다는 응답만을 내놓는다. 태오는 지오를 찾아내기 위해 애쓰던 중 지오가 사라진 델피 내에 무언가 수상쩍은 구석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 탤로에 지원하여 델피에 들어간다.


이야기는 작게는 동생의 실종사건에서 크게는 식량난과 유전공학 개발자의 음모까지 규모를 키워나가며 진행된다. 미래에서 가능할법한 다양한 기술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탤로와 베이츠 간의 전쟁으로 커지는 격전 상황이 해커와 인공지능의 싸움으로도 그려는데 개인적으로는 전체적인 세계관과 이야기의 묘사를 이해하기가 좀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미래 SF 세계관과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올 수 있는 이야기일 것 같다. ​​​


"내가 너를 도울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미래는 모르는 거거든, 고향에 계신 우리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미래는 신의 머리카락 땋기란 말이지." (본문 중 206p)


​그래도 델피와 더 크게는 델피를 운영하는 베이츠에 대한 수상한 행적과 음모를 찾아내려 그 안에서 도는 온갖 소문들을 접하고 탤로 안에서의 협력자를 구하는 과정은 꽤 흥미롭다. 태오는 델피안에서 마스터(델피의 대표 경영자)와 베이츠(기업명이자, 기업의 실제 주인 이름)에게 감시당하며 무사히 동생을 구출할 수 있을까? 그리고 소문으로만 무성한 델피의 주인 베이츠의 꿍꿍이는 과연 무엇일까? 여러 가지 질문들을 가진 채 긴장감 있게 끝까지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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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어 뮤지컬 This is a Musical - 99개 작품, 350개 넘버로 만나는 뮤지컬의 재발견
최지이 지음 / 라곰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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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펼쳐 목차를 봤을 때 ​내가 아는 뮤지컬과 궁금했던 뮤지컬이 많아서 좋았지만, 새삼 정말 많은 뮤지컬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표지에도 쓰여있지만, 프롤로그에서 또 한 번 저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99개의 작품을 소개한다고 말했다. 한 권에서 다루는 작품 수가 많으니 한편 당 이야기가 너무 짧아 아쉽진 않을까, 단순하게 소개에서만 끝나는 책인 건가 많이 궁금했는데, 다행히도 짧은 본문에도 있을 건 다 있는 책이었다.


이 책 <디스 이즈 어 뮤지컬>이 다채로운 뮤지컬을 즐기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이 되길 바란다며 저자는 수많은 뮤지컬 작품을 소개하는 가이드를 자처했는데, 가끔은 가이드 도중에 어쩔 수 없는 본업(뮤지컬 배우) 모멘트가 등장하기도 한다. 어떤 넘버가 부르는 사람에게 더 고난이도인지, 어떤 식으로 그 넘버를 소화해야 할지, 어떤 장면에서 특히 배우의 감정 컨트롤이 중요하다든지 등등 뮤지컬 배우에게 듣는 생생한 뮤지컬 이야기는 더 흥미롭다.



붉은 글씨로 큼직하게 쓰인 뮤지컬 작품의 제목 밑으로 부제 혹은 간단한 소개 글 한 줄과, 작사 작곡가의 정보, 초연 정보, 그리고 주요 넘버들의 제목을 보여준다. 그 후 저자의 가이드, 즉 본문이 시작된다. 간단한 줄거리나 작품의 특징 외에도 인상적인 넘버, 곡의 구성과 감상 포인트, 공연이 전달하는 메시지 등을 이야기하고, 가끔 지난 공연들에서 활약한 배우들의 이야기나 저자가 느낀 장단점도 말해준다. 국내 상연 작품의 경우 공연제작 비하인드나 무대 비하인드도 종종 등장한다. 줄거리와 주인공 소개를 항상 우선적으로 쓴 글은 아니고(그래도 대부분 주인공의 이름과 주요 장면 설명은 포함된다), 분석평가에 치중된 글도 아니어서 뮤지컬 전문가가 작성한 '뮤지컬 감상문'같은 친근한 느낌도 든다. 


관객과 배우가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공연을 '이머시브 시어터(Immersive Theatre, 관객 참여형 공연)라고 부른다거나, 해외 뮤지컬을 수입해올 때 원작을 그대로 가져오는 '레플리카 뮤지컬'과 각색과 변형이 가능한 '논레플리카 뮤지컬'로 구분될 수 있다는 것 등등 뮤지컬 관련 개념이나 정보를 조금씩 배울 수 있어 좋았다. 후자의 경우 뮤지컬 <드라큘라>를 브로드웨이판과 체코판으로 나누어 소개할 때 나오는 내용인데, 이 부분을 통해 내가 예전에 봤던 <드라큘라>가 한국식 각색을 거친 체코판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국내에선 영화로 먼저 선보였던 '디어 에반 핸슨'이 드디어 내년에 국내에서 초연될 예정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접했다.



뮤지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루할 틈 없이 읽어낼 수 있는 책이고 다양한 뮤지컬을 살짝씩 맛보기 할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보고 싶은 뮤지컬 리스트를 채워나갈 수도 있고, 자신이 본 공연들의 코멘트를 찾아보며 기억을 떠올리기도 좋았다. 이 책을 읽는 도중이었던 지난 주말 나는 뮤지컬 <호프>를 보고 왔다. 가나다 순서로 차례가 짜였기에 번외 편을 제외하면 제일 마지막에 소개된 작품이었다. 빨간 글씨로 쓰인 넘버의 가사를 보는 순간 멜로디가 자동 재생되어서, 공연을 보고 난 후 여운을 즐기기에도 정말 좋은 책이라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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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빅 웨이브 - 초거대 AI가 불러올 비즈니스 변화
김지현.최재홍 지음 / CRETA(크레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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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연구를 넘나드는 ICT 분야* 전문가와 아마존의 창업부터 성장까지 분석한 비즈니스 전문가가 만나 챗GPT란 무엇인가부터 관련 이슈, 개인과 사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챗GPT의 전망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대화를 뜻하는 '챗 chat'과 AI 모델 중 하나인 'GPT'를 합성한 단어인 챗GPT는 간단히 정리하자면 "GPT 3.5라는 새로운 AI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대화형 서비스"(20p) 이다. 잠시 뜨거웠다 조금은 조용히 사그라질 열풍일지, 앞으로의 비즈니스 모델에 꼭 필요한 핵심기술로 오래도록 자리 잡을 것인가. 챗GPT에 대한​ 어떤 결론을 내린다기 보다 현재 상황에서 분석하고 전망해 볼 수 있는 챗GPT 관련 정보와 이슈를 두루두루 다루는 책이다.


[ *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는 정보기술과 통신 기술의 총칭. 정보기기의 하드웨어 및 이들 기기의 운영 및 정보 관리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과 이들 기술을 이용하여 정보를 수집, 생산, 가공, 보존, 전달, 활용하는 모든 방법을 뜻한다. ]​​​



IT 분야는 이미 일상생활에 다양하게 녹아들어 있고, 새로운 기술이나 모델,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어려울 것 같지만 왠지 알고 싶은, 자세히는 몰라도 기본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묘한 의무감이 들어 관련 책을 찾아보게 된다. 이 책은 관련 기술이 약어로 표현될 때 반복적으로 친절히 알려주고, 서술식으로 알려준 내용의 핵심을 가끔씩 표나 그래프 등을 이용해 간결한 시각 정보로 한 번 더 정리해 보여준다. '초거대 AI 인사이트'라는 소제목을 달고 본문에 나온 내용에 언급되었지만 보충 설명이 필요한 이슈나 개념들에 대해 1,2 페이지 정도로 설명해 주기도 한다. 일반인의 시점에서 낯선 용어들이 많은 책이지만 최대한 친절한 구성과 속도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챗GPT가 이어지고 이용될 다양한 가능성을 하나하나 짚어주는 책.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것 같은, 기업과 개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이야기하고 그에 사용되는 다양한 AI 기술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기술이나 모델에 대한 내용은 어려워도 우리가 사용한, 혹은 사용하게 될 구체적 서비스에 대한 언급도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관련 기술에 관심이 있거나 개인과 기업과 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챗GPT 이슈와 변용이 궁금한 사람들은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두 저자가 주고받는 흥미진진한 문답에 부가적으로 알려주는 관련 정보까지 챗GPT는 물론, 함께 적용될 다양한 기술과 모델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정말 풍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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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운전 - 늦깎이 초보 운전자의 좌충우돌 성장기
신예희 지음 / 애플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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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를 따고 몇 년 동안 묵혀두었다가 뒤늦게 운전을 시작했다는 사연, 어딘가 익숙하다. 나도 면허를 따고 야무지게 갱신까지 한 후에 작년 4월에야 본격적인 운전을 시작했다. 초보운전자에겐 끊임없는 에피소드가 생겨난다는 걸 알게 되는 나날을 보내면서 내 운전 관련 에피소드만 모아도 책 한 권이 나오겠다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데 <마침내 운전>이라는 실제로 10년간의 늦깎이 운전기를 담은 에세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내적 친밀감이 무럭무럭 커져서 궁금하고 읽어보고 싶었다.



처음엔 도로에서 만나는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인간에게 무조건 저자세였다. 뭐든 다 내가 잘못했겠지, 초보니까, 라는 마음으로. 때론 부아가 치밀기도 한다. 어라, 이 새끼가? 하지만 지금 이게 사과할 일인지 사과받아야 할 일인지, 아직은 확신이 부족하다. 오늘도 긴가민가, 내일도 긴가민가하다. (본문 중, 76P)


뒤늦게 운전을 시작한 이유, 운전 연수를 하는 방법과 과정 등은 나와 다를 수밖에 없지만. 초보에게 당황스럽지만 흔히 일어나는 몇몇 사건들은 어찌나 똑같은지 나의 경험과 자꾸 비교해 보게 된다. 가장 공감했던 건 위의 본문 글(76p)과 자차라는 기동력은 '슈퍼파워'라고 부를만하다는 것. 처음으로 자동차보험료를 내고 유지비를 감당하는 건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나도 저자처럼 운전하는 내가 꽤 만족스럽다.(차가 있으니 짧게라도, 어디든, 여행하고 싶어 부릉부릉 시동을 걸고 있는 요즘이다.)




유쾌한 어투와 가끔씩 등장하는 귀여운 일러스트가 참 잘 어울린다. 반말로 무심코 내뱉는 욱하는 진심, 안절부절 저도 모르게 저자세로 내뱉는 사과 등등 속마음이 다소 투명하게 쓰인 에세이였다. 일기 같기도 혼잣말 같기도 한 수시로 바뀌는 자유로운 어투가 처음엔 좀 낯설었지만, 읽다 보면 결국 그 상황과 그때의 심정이 어찌나 공감되던지 '맞아, 나도 그랬어!, 이거 알아!' 등 나도 어느새 마음속으로 맞장구를 치며 즐겁게 읽었다. 또 아직 내가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겪은 저자의 경험을 글로나마 접했으니 비슷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너무 당황하지 말아야지(마음처럼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침내 운전"을 하게 된 또 다른 일인으로서 이 기동력을 오래오래 안전하게 잘 써먹어야지 하는 다짐도 해본다.



누구에게나 있을 초보운전 시기를 떠올리게 만들어줄 책, 현재 초보운전자라면 과몰입하며 읽기 좋은 책, 초보운전자의 '두렵지만 설레는' 마음과 실제를 잘 드러내는 책. 조금 늦게 운전을 시작하신 분에게는 응원이 될 책이다. 운전이라는 테마에 관심이 있다면, 또는 운전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유쾌하게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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