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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운전 - 늦깎이 초보 운전자의 좌충우돌 성장기
신예희 지음 / 애플북스 / 2023년 5월
평점 :
면허를 따고 몇 년 동안 묵혀두었다가 뒤늦게 운전을 시작했다는 사연, 어딘가 익숙하다. 나도 면허를 따고 야무지게 갱신까지 한 후에 작년 4월에야 본격적인 운전을 시작했다. 초보운전자에겐 끊임없는 에피소드가 생겨난다는 걸 알게 되는 나날을 보내면서 내 운전 관련 에피소드만 모아도 책 한 권이 나오겠다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데 <마침내 운전>이라는 실제로 10년간의 늦깎이 운전기를 담은 에세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내적 친밀감이 무럭무럭 커져서 궁금하고 읽어보고 싶었다.
처음엔 도로에서 만나는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인간에게 무조건 저자세였다. 뭐든 다 내가 잘못했겠지, 초보니까, 라는 마음으로. 때론 부아가 치밀기도 한다. 어라, 이 새끼가? 하지만 지금 이게 사과할 일인지 사과받아야 할 일인지, 아직은 확신이 부족하다. 오늘도 긴가민가, 내일도 긴가민가하다. (본문 중, 76P)
뒤늦게 운전을 시작한 이유, 운전 연수를 하는 방법과 과정 등은 나와 다를 수밖에 없지만. 초보에게 당황스럽지만 흔히 일어나는 몇몇 사건들은 어찌나 똑같은지 나의 경험과 자꾸 비교해 보게 된다. 가장 공감했던 건 위의 본문 글(76p)과 자차라는 기동력은 '슈퍼파워'라고 부를만하다는 것. 처음으로 자동차보험료를 내고 유지비를 감당하는 건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나도 저자처럼 운전하는 내가 꽤 만족스럽다.(차가 있으니 짧게라도, 어디든, 여행하고 싶어 부릉부릉 시동을 걸고 있는 요즘이다.)

유쾌한 어투와 가끔씩 등장하는 귀여운 일러스트가 참 잘 어울린다. 반말로 무심코 내뱉는 욱하는 진심, 안절부절 저도 모르게 저자세로 내뱉는 사과 등등 속마음이 다소 투명하게 쓰인 에세이였다. 일기 같기도 혼잣말 같기도 한 수시로 바뀌는 자유로운 어투가 처음엔 좀 낯설었지만, 읽다 보면 결국 그 상황과 그때의 심정이 어찌나 공감되던지 '맞아, 나도 그랬어!, 이거 알아!' 등 나도 어느새 마음속으로 맞장구를 치며 즐겁게 읽었다. 또 아직 내가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겪은 저자의 경험을 글로나마 접했으니 비슷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너무 당황하지 말아야지(마음처럼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침내 운전"을 하게 된 또 다른 일인으로서 이 기동력을 오래오래 안전하게 잘 써먹어야지 하는 다짐도 해본다.
누구에게나 있을 초보운전 시기를 떠올리게 만들어줄 책, 현재 초보운전자라면 과몰입하며 읽기 좋은 책, 초보운전자의 '두렵지만 설레는' 마음과 실제를 잘 드러내는 책. 조금 늦게 운전을 시작하신 분에게는 응원이 될 책이다. 운전이라는 테마에 관심이 있다면, 또는 운전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유쾌하게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