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메타버스 - 다음 세상이 온다
남주한 외 지음 / 포르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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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최근 자주 들려오는 메타버스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초월을 뜻하는 Meta와 세상을 뜻하는 Universe가 결합된 단어, 현실-가상 융합 생태계, 경제적 가치 창출이 가능한 현실-가상 융합 소셜 플랫폼이자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 나갈 미디어 등등. 지금 나열된 모든 것이 책에서 언급한 메타버스의 의미들이다. 메타버스는 자주 언급되는 것에 비해 표준화된 의미가 명확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만큼 필요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정의되는 것 같다. 흥미롭지만 아리송한 메타버스, 그런데 이 책은 벌써 <포스트 메타버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90년대 시작된 VR 관련/컴퓨터를 기반 메타버스를 1세대로, 2015년 즈음부터 지금까지 핸드폰 위주로 실현되고 있는 돌아온 메타버스를 2세대로 보았을 때 앞으로 10여 년쯤 후 기술 개발과 잠재력을 기반으로 펼쳐질 앞으로의 3세대 메타버스를 '포스트 메타버스'로 간주하여 서술된다. 각 장은 참여한 저자이자 카이스트 교수인 이들이 모여 주제에 맞는 질의응답을 가볍게 다루고, 그 후 한 사람 한 사람의 강연과 같은 본문이 이어진다. 1장은 메타버스 개론, 2장은 공간, 3장은 콘텐츠 창작과 향유, 4장은 아바타와 소통을 주제로 한다. 5장과 6장은 메타버스에 대한 고찰과 확장성을, 마지막 7장에서는 메타버스와 예술의 결합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내가 읽은 세 번째 메타버스 관련 서적이다. 메타버스의 의미나 예시들에 대해서 어렴풋이 감을 잡아가는 시점에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각 분야의 배경지식이나 전문 용어들은 조금 낯설었지만 강연식으로 표현된 만큼 각 장의 본문마다 주목하고 있는 메타버스의 의미나 발전방향과 현재/미래의 기술 수준 등을 알려주어서 천천히 읽어보면 마냥 어렵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메타버스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었을 때 각각의 수많은 예시들이 생각보다 낯설지 않은 것도 신기했고, 그 분야에서 고려해야 할 점, 해낼 수 있는 지점들을 알아가는 게 즐거웠다. 그리고 그 활용의 한계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로워서 개인적으로는 5장에서 다룬 여러 가지 고찰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늘 현실과 다른 이상적인 세계를 꿈꾼다. 책에서 예시로 들었던 고대 동굴 벽화를 생각해 보면 그건 태초부터 가지고 있던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상 세계를 가상의 공간에 만들어내는 것까지는 이미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걸 현실과 어떻게 연결 짓느냐(혹을 끌어내느냐)가 포스트 메타버스의 관건이지 않을까.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와 가상세계가 융합된 생태계를 지니는데, 두 세계의 접점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점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박주용 교수의 글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도달한 지금 이 시점에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기술은 인간의 창의성을 발현 시킬 수 있는 도구일 것이며 메타버스가 그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하나의 세계이자 도구로서의 메타버스의 성장과 확장성은 아직도 무궁무진한 것 같다. 메타버스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 다채로운 예시와 폭넓은 적용 범위를 다루고 있어 조금 어렵지만 그만큼 더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게 만드는 책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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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CAL 장수, 고창, 군산, 임실 - 맛을 찾아가는 여행
안은금주 지음 / 무블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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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고창, 군산, 임실 이렇게 네 지역이 각각 품고 있는 멋과 맛을 알려주는 책. 사진을 위주로 각 도시의 특색 있는 멋과 유명한 음식이나 식재료 등의 사진을 아주 근사하게 보여주어서 책을 읽는 내내 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 든다. 부제에 '맛을 찾아가는 여행'이 있기에 식도락 여행과 같은 여행길을 예상했는데, 저자가 알려주는 '미식여행'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오는 것이 다가 아니다. 그 도시의 문화와 역사를 바탕으로 그 지방이 가진 전통, 관습, 식문화나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이해하고자 하며, 미식이라는 테마가 아니어도 여행을 가면 함께 돌아볼만한 곳들도 함께 소개한다.




본문은 흰 바탕에 사진이 주를 이루며 간략한 글밥이 더해져 여행잡지를 보는 인상도 살짝 들었다. 본문 뒤에는 'TRAVEL NOTE', 'INFOMATION', 'ROUTE'라는 제목으로 사진으로 못다 한 지역에 대한 소개 및 자랑글과 그 지역에 가면 찾아가 볼 만한 장소들, 이틀짜리 추천 여행 코스를 각각 담고 있다.

본문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사진이 아닐까 싶은데 저자는 지난 10여 년간 각 지역의 식문화를 탐방, 연구하며 찍은 사진만 지역마다 1만 컷이 넘는다고 에필로그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 수많은 사진 중 고르고 골라낸 A컷들이 이 책에 담겼으니 오죽할까. 장수의 논개활공장, 고창의 청보리밭, 군산의 비응항, 임실의 산양 방목지 사진 등을 보면, 각 지방의 특색을 담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냥 사진 자체로도 참 멋있고 잘 찍은 사진들이라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다.

큼직한 판형과 멋진 사진, 글이 들어가는 페이지에는 지역마다 각기 다른 색지를 사용해서 읽는 내내 시선을 빼앗는 매력이 넘치는 책이었다. 그리고 최근 해외여행이 쉽지 않은 만큼 국내 지방 곳곳을 여행하는 것도 꽤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 아닐까. 앞으로도 계속 출간되어 제목처럼 국내 여러 지역을 알리는 좋은 시리즈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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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 하늘의 신비를 찾아서 - 사진과 함께 즐기는 경이로운 천체의 향연
헬가 판 루어.호버트 실링 지음, 이성한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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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학자와 아마추어 천문학자가 알려주는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백과사전 같은 책. 눈으로는 알고 있고 아마도 몇 번을 목격했을 테지만 이름은 알지 못했던 다양한 구름들과 현상들의 정식 명칭을 알려주고 특징이나 생성 이유 등을 설명해 준다. 학문적인 이름부터 전설이 더해진 별칭들까지 두루 다루고 있어 이야기가 재미있고, 굉장히 멋진 실물 사진들을 하나 이상 더해 알려주기 때문에 눈도 즐겁다. 본문의 글은 전문적이지만 딱딱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예를 들어 무지개가 생겨나는 과학적 이유를 설명해 주고 '무지개 끝의 금빛 항아리는 발견된 적이 없다'는 등 동심 파괴적인(?) 문장을, 구름의 종류에 따라 예상할 수 있는 날씨를 알려주는 칸에서 '예상 날씨 없음. 매우 아름답기만 하다' 는 감상평을 툭툭 던지는 식이랄까.







파트가 구분되어 있지는 않지만 구름과 별과 달은 특히나 본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구름의 이름에 대한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가끔 특이한 구름을 발견한 학자의 이름이 붙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모양에 따라 이름이 붙는데 이 이름들은 라틴어에서 따온 경우가 많다. 그래서 권말 부록에는 '부록 ① 라틴어 구름 이름 총정리'라는 파트가 따로 있다. (부록은 총 4가지인데 그중 두 가지가 구름과 관련되어 있다. 나머지 하나는 '부록 ② 구름 알아맞히기'라는 제목으로 질문에 예/아니오를 선택지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구름의 종류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게임 같은 코너다.) 운하 구름처럼 구름이 없어진 자리에도 구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것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별에 대한 부분은, 사진은 반짝반짝 가장 화려한데 개인적으로는 글에서 알려주는 별자리 등을 사진에서 찾아내는 게 힘들어 의외로 글과 사진을 매치하기가 가장 어려웠던 파트였다. ​달은 슈퍼문에 대한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슈퍼문'은 정식 명칭이 아니며 일종의 마케팅처럼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이름인데, 결론적으로 사람들이 달에 관심을 갖게 만드니 나쁘지만은 않다는 복잡 미묘한 마음을 담은 해설이 인상적이었다.

해와 달, 별, 구름, 안개, 무지개, 은하수, 오로라 등등 하늘에서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건 정말 다양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대부분의 것(벼락이나 토네이도 등은 좋아하기 힘들 테니)을 좋아한다. 눈으로 관측할 수 있고 굉장히 아름답고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다. 이 책은 그 매력적인 것들을 '하늘의 신비'라는 이름으로 묶어 사진과 함께 관련 정보들을 간략히 담았다. 하늘에 대한 기본 정보들을 담았으니 백과사전 같기도 한데, 설명과 함께하는 사진들이 모두 멋진 풍경을 담고 있어서 사진집 같은 인상도 있다. 책 사이즈가 큰 편인데 페이지 가득 담긴 사진들이 정말 볼만하다. 천문학이나 기상학에 대한 깊은 지식 탐구보다는, 소소하지만 폭넓은 과학적 상식을 쌓고 멋진 사진들을 즐기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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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부장의 슬기로운 이중생활
서성현 지음 / 바이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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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이야기하는 이중생활의 의미를 잘 알고 읽어야 더 와닿는 책. 스토리가 가미된 재테크나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하는 책을 예상했는데, 그보다는 실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중생활'의 계획과 실천과정을 다양한 조언들과 함께 모아놓은 책이었다. 직장은 돈을 벌기 위해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회사에는 출근과 퇴근이 있는 법. 저자는 퇴근 후, 멀게는 은퇴 후 자신의 삶에도 주목하자고 이야기한다. 포인트는 한 가지를 완전히 포기하고 다른 하나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병행하는 것. 회사 안과 밖을 구분하여 철저하고 성실한 이중생활을 권하는 책이었다.


나는 좀 더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즐기며 살기 위해 이중생활을 시작했다. ( ... ) 내가 말하는 이중생활이란 일과 개인적인 삶의 목표를 밸런스 있게 추구해 나가는 생활을 의미한다. 나 스스로 물었던 행복한 삶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나의 이중생활이 가진 진정한 의미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동시에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작은 성취를 말하는 것이다

본문 중 25p



이전 세대의, 특히 남성 직장인들(그러니까 현재 부장급 이상의 아버지들을 떠올려보면)을 보면 하나의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삼는 경우도 많았고 일에 올인하여 돈을 벌고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믿으며 살아온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분들이 은퇴 후의 가족들과의 거리감을 줄이지 못하고 자신의 취미나 개인적인 삶 또한 즐기지 못하는 것 역시 흔히 보아온 모습일 것이다. 이야기 속 서 부장, 그러니까 저자도 마찬가지로 회사의 일에 몸과 마음을 바쳐 살아온 모범사원이자 성실 사원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회사 외의 자신의 '개인적인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회사에서 습득한 미래전략 수립 등의 업무능력을 한껏 발휘해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하나하나 실천해나가기 시작했다.



이중생활의 시작은 회사 생활과 개인 삶의 목표를 따로 세우는 것에서 시작한다. 충분히 자신의 이상적인 목표를 고민해 보고 일과 개인 삶의 밸런스를 고려해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실천에 앞서 점검해야 할 것들도 알려준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고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가족의 지지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부분이었다. 사실 저자의 실제 목표들을 표로 정리한 페이지를 처음 봤을 때 간략하게 쓴 탓도 있겠지만 가족의 이야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 게 좀 의아했다.


미혼의 직장인 입장에서 이러한 이중생활은 정말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한 삶의 모습으로 그려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우자와 아이들이 있는 경우 직장과 분리된 개인의 삶 안에는 가족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이상적일 수 있겠으나 적어도 가족의 지지를 받는 목표 설정과 실천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목표 설정에 있어서는 가족과의 삶을 제외할 정도로 본인이 하고픈 것에만 집중하지는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 같다.





그 이후의 내용은 저자가 개인 삶의 목표로 세운 취미생활, 재테크, 아지트 만들기(집 짓기), 책 쓰기의 실천과정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이중생활을 계획하고 실천할 때 그 목표나 수행해야 할 일들은 당연히 다를 수 있다. 이중생활을 위해 꼭 집을 짓거나 책을 쓸 필요는 없다. 그런데 이 책은 각 단계나 과정에서 누구나 적용할 수 있는 세부적인 팁보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꽤 자세하게 알려준다. 저자 자신의 이중생활을 성공적인 한 예시로 보여주고, 본인이 느낀 점들을 알려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이 책을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입장에 대입해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팁을 얻는다기 보다 누군가의 성공담을 읽는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 좋은 책이다. 참고로 목표로 세운 분야가 다양하다 보니 재테크 팁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읽는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중생활을 위한 재테크 팁에 대한 분량이 꽤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다. 재테크 책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담고 있는 자기 계발서, 혹은 성공담 에세이로 분류해야 할 것 같은 책이었다.



워라밸을 시작으로 일과 개인의 삶을 분리하고자 노력하고 나 자신의 행복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이제 사람들에게 꽤 익숙한 삶의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배운 점은 첫째로 직장과 개인 삶을 분리할 때, 직장 외의 개인 삶에만 집중하는게 아니라 직장에서의 목표 역시 함께 세워 양쪽 목표의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점을 새삼 인식하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계획에 머무르지 말고 당장 실천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미래를 더 가까이 끌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실제로 자신의 목표였던 책 쓰기의 결과물로 이 책을 출간했다. 본문의 글로, 책의 존재로 자신의 실천을 몸소 보여주는 책이니 읽는 독자의 실천의지도 자극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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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아파트먼트 - 팬데믹을 추억하며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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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살이 된 마티아는 엄마와 누나와 함께 밀라노에 있는 5층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빠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아이들을 만나러 오는데 하필 그 시기 밀라노에 록다운이 시작되고 엄마는 물론 마티아에게도 불편하기만 한 아빠와의 공동생활이 시작되었다. 이후의 생활 변화들은 이미 우리가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현실과 너무나도 똑같아서 재밌기도 하고 한편으론 슬프기도 했다. 바이러스의 공포에 휩싸이는 사람이 늘고, 외출금지나 거리 두기 등을 강력하게 적용하여 벌금 고지서를 받아오는 장면도 여러 번 나온다. 아이의 시선에서 보아도 가족들이 모여앉아 일주일의 일정이나 있었던 경험들을 이야기하는 일요일이 아니라, 모든 일정이 중지되고 더 이상 이야기할 것도 없는 연속되는 일요일을 맞이하고 있다는 식의 표현에 너무나도 공감이 갔다.



"오늘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 내일 더 힘껏 포옹할 수 있습니다."

"그럼 내일 우리가 포옹할 수 있어?"

누나에게 물었다.

"마티아, 저건 일반적인 내일을 말해. 일주일 후일 수도 있고, 한 달, 일 년 뒤 일 수도 있어."


"마티아, 우리 아가. 제발 부탁이니 엄마 말 잘 들으렴. 요즘 부쩍 잘 안 먹는다고 하던데, 진짜야?"

  나는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생각과는 반대로 모두 발코니에 나와 있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발코니에 서서 다른 발코니 사람들과 잡담을 하는 광경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이전 세상에서는 엘리베이터에서 겨우 인사나 하는 게 전부였다.


 - 본문 중 49p, 92p



경험상, 그리고 이야기 안에서도 집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저마다 소통과 연결을 바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 책 속 이태리 아파트에서는 발코니가 그 연결의 창구가 되어준다. 3층에 사는 마티아가 발코니로 나가 바로 위층에 살고 있는 젬마 할머니와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주인공은 문득 발코니를 통한 소통이 자신만이 쓰는 방법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평소에는 인사를 할까 말까 하는 이웃들이 발코니에서 서로 잡담을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불안과 외로움을 달래고 있던 것이다.(가끔은 노래와 연주로도.) 이렇게 조금은 소소하지만 특별한 변화와 장면들이 이야기 내내 등장하곤 한다.



자신을 영웅으로 생각하는 꼬마 마티아가 겪어낸 어떤 시기의 일종의 모험담은 재미있지만 현실과 너무 닮은 그 세계가 마냥 가볍게 읽히지 않는 면도 있다. 현실을 반영한 한 시기를 배경으로 가족 간 혹은 아파트 내의 사람들 간의 사건과 변화들을 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낸 소설이었다.


2080년, 손자를 가진 할아버지가 된 주인공 마티아가 60년 전을 떠올려보며 쓴 자신의 이야기라는 콘셉트로 이 책은 시작한다. 그것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히 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고 밝힌다. 재미있는 설정이라는 가벼운 감상을 후에 책을 전부 읽었다. 그런데 전부 읽고 난 뒤에 이러한 설정을 다시 보면 대부분의 독자는 한 가지 소망이나 기대를 하게 된다. 언젠가 우리도 지금의 유별난 상황을 후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서 떠올리게 될 거라는, 지금의 상황이 언젠가 종결되고 우리는 무사히 그 시간을 넘길 거라는 기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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