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그해, 여름 손님》 리마스터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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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리뷰에 영화와 소설의 줄거리 및 몇몇 장면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주연 배우들의 아름다운 외모와 좋은 연기, 그보다 더 눈부셨던 이탈리아 시골마을의 풍경, 가장 크게 남았던 엘리오의 아버지가 남긴 명대사가 내 감상의 대부분이었다. 국내에서는 영화가 흥행하고 원작 소설 역시 인기를 얻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는데, 영화의 원작인 소설에 대해서는 첫사랑을 섬세하게 표현한 걸작이라는 칭찬이 참 많았다. 책을 읽기 전 영화만으로는 이 부분에 크게 동의하지 못했는데 원작 소설을 읽어보니 알겠다. 엘리오의 서술로 진행되는 이 소설을 읽다 보니 절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소한 행동 하나에 그도 날 좋아한다 확신에 차 으쓱해지기도 하고, 냉정한 시선 한 번에 내가 뭘 잘못했나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수많은 '불'과 '황홀감'을 맛보고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는 자신의 감정에 어쩔 줄 모르는 엘리오의 모습은 누구나 겪는 첫사랑에 너무도 깊숙이 빠져 허우적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몽땅 다 그 사랑이란 것의 시작이라고들 하니까. 그래서 조금은 우습기도, 귀엽기도, 부럽기도 했다.

내가 푹 빠지면 상대방도 푹 빠진다는 법칙이 어딘가에 있다. Amor ch'a unll'amato amar perdona, 사랑은 사랑받는 사람을 사랑하게 만든다. <지옥> 편에서 프란체스카는 사랑받는 사람이 사랑하게 되는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 그것이 사랑이라고 했다. 희망을 갖고 기다려 보자. 나는 희망을 가졌다. 어쩌면 내가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은 영원히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 본문 중 44p )

엘리오네 가족은 늘 이탈리아 시골마을의 별장에서 여름과 겨울을 보내는데 매년 여름 언어학자인 아버지가 젊은 학자들을 초빙해 손님으로 머물게 했다. 17살의 엘리오는 그렇게 손님으로 찾아온 24살의 올리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서로에게 첫눈에 반해 추파를 보내고 낙심하고 두근거리기를 반복하다 결국 몸과 마음을 통하게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올리버가 엘리오와 함께 머물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만 빼면 완벽했다. 두 사람의 사랑은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불타오르는데, 올리버가 제안한 로마행을 엘리오가 수락하고 그곳에서 평생 잊지 못할, 엘리오의 마음속에서 언제든 올리버를 떠올리게 만드는 한 장소와 장면을 만들게 된다.

나는 곡의 어느 부분이 그를 동요시켰는지 처음으로 정확하게 알았고, 매번 그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곡을 연주했다. 정말로 그에게 헌정하는 곡이었으니까. 내 안에 자리한 아름다운 무언가의 표시였다. 헤아리기 어렵지 않은 그것은 나를 긴 카덴차(끝부분에서 연주자의 기교를 보여 주는 화려한 솔로 파트- 옮긴이)로 내몰았다. 오직 그를 위해서.

"침묵 속에서 당신에게. 1980년대 중반 이탈리아 어딘가에서."

세월이 흘러 그가 여전히 이 책을 가지고 있다면 보고 가슴 아프기를 바랐다. 그보다는 언젠가 그의 책을 살펴보던 누군가가 이 작은 <아르망스>를 발견하고 1980년대 이탈리아 어딘가에서 누가 침묵 속에서 쓴 글인지 물어본다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때 그가 울컥 슬픔을 느끼거나 후회보다는 더 강렬한 감정을 느꼈으면 했다.

( 본문 중 22p , 136-7p )

​​

엘리오는 어떻게 그렇게 똑똑하냐는 올리버의 질문에 교수 아버지를 둔 덕이라 대답하는데, 그 점을 빼더라도 그는 타고나길 자신만의 지성과 감성을 지닌 특출난 아이로 보였다. 두 사람이 만나기 전부터 엘리오는 매년 여름 별장에서 지내는 동안 음악을 다른 작곡가의 스타일로 혹은 자기식대로 편곡하거나, 일기를 남기고 글을 썼다. 올리버가 오고 난후 두 사람이 교류하는 과정에서도 음악과 글은 좋은 매개가 되어준다. 올리버에게 피아노를 연주해주거나 그에게 느끼는 감정 등을 일기로 쓰고 책에 짧은 메시지를 남겨 선물하기도 한다. 일기나 짧은 글의 내용은 본문에도 가끔씩 등장하곤 하는데 단순히 그때의 기록이라는 의미보다 나중에 그 글을 읽을 때의 시기, 상황, 읽을 사람 등을 상상하고 그 소망을 담아 글을 쓰는 방법에 감탄했다. 올리버에게 선물한 <아르망스>에 쓰인 글에서도 그랬고, 글은 물론 가끔은 소리쳐 입 밖으로 내뱉는 것으로 말의 생명을 더해주는 그 방식도 그저 놀라웠다. 이런 엘리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냈기에 별장에서 한 여름을 보낸 17살 소년의 일기와도 같은 이 글이 전혀 지루하거나 시시하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본지 제법 시간이 지났지만 기억을 되살려서) 영화와 책의 다른 점들을 꼽아봤다. 첫 번째로 영화에선 전화를 통해 전달된 이별 통보가 책 속에선 엘리오의 방에서 직접 얼굴을 마주한 채 이루어진다. 영화 속 벽난로 앞에서 울렁이던 눈동자로 그를 보내던 엘리오의 마음은 책에서는 생각보다 더 담담히 그리고 서서히 그 이별을 받아들인다. 또 영화와 달리 책에서는 시간이 흐른 후 두 사람의 재회 장면이 나온다는 것인데,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 난 너무나도 좋았다. 마지막 문장 말고도 책 곳곳에 시선과 마음을 빼앗는 문장들이 있었는데, 의외로 영화에선 보다 직접적이었기에 더 와닿았던 새뮤얼 펄먼의 대사는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조금 아쉬웠다. 물론 그 의미와 진심 어린 조언이 주는 감동은 여전했지만. 개인적으로 많이 좋았던 문장을 하나 첨부하며 리뷰를 마무리한다.

늦은 오후 마팔다는 집 안에 할 일이 없으면 그에게 바구니를 들려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부끄러움에 낯이 붉어진 살구를 따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탈리아어로 농담을 던진 뒤 살구 한 알을 따서 그녀에게 물었다. "부끄러움에 낯이 붉어진 게 맞나요?" 마팔다는 아니라고, 그건 너무 어리다고, 어릴 때는 부끄러움을 모른다고, 성숙하면서 느끼는 거라고 대답했다.

( 본문 중 49-50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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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드 미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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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비롯해 원작 소설로도 인기를 얻은 <콜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엘리오와 올리버, 그리고 엘리오에게 삶과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쳤던 그의 아버지를 기억한다면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콜미 바이 유어 네임> 그 후의 이야기인 이 책 <파인드 미>는 세 사람의 관점으로 각자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전작을 봤던 사람이라면 더 진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인데, 만약 보지 못한 사람이 읽게 된다면 엘리오와 올리버의 이야기에서 뭔가 생략된 듯한 과거가 궁금해질 것 같다. 하지만 세 이야기에서 모두 '생의 마지막 순간 자신의 눈을 감겨주길 바라는 단 한 사람'을 기적처럼 만나고 그 감정을 기억하고 소중히 여기며 사랑을 이뤄내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해피엔딩을 향해가는 멜로라 마음 편히 흘러가는 대로 읽기 참 좋은 소설이었다.

 

 

"세상에는 누군가에게 상처받아서가 아니라

상처받을 만큼 의미 있는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어서 상심한 사람들도 있거든요." 

-본문 중 69p

 

첫 번째 이야기처럼 운명의 대상이 생의 어느 순간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외롭지만 누군지도 모를 그 사람에 대한 기대를 서서히 포기할 때쯤 아주 갑자기 눈앞에 나타날 수도 있다. 너무 놀랍고 기적 같은 순간이라 서로 머뭇거릴지 몰라도 결국엔 새뮤얼과 미란다처럼 서로를 붙잡게 될 거라 상상하면 삶에서 사랑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다른 두 이야기에서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두 사람이 조금 더 일찍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을 마냥 아쉬워하거나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간 이럴 줄 알았다는 태연한 모습으로 그렇게 하지 못한 시간들 역시 지금의 더 나은 우리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는 성숙한 모습이라 그들의 사랑이 더 우아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첫사랑에 들떠 쌍방향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그 감정에 마음껏 취하고 초조해하고 행복해하며 휘둘리던 엘리오가 타인을,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고 이뤄내는 그 과정이 감동적이다. 올리버의 말처럼 그리고 자신도 인정한 것처럼 엘리오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 "최악의 시나리오 아닌가요?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일어나지 않았고,

가능성을 포기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 말이에요."

-본문 중 31p

 

핑퐁같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서로에게 느끼는 호감, 공감, 특별함이라던가, 살면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수많은 가림막 속에 숨겨진 진심을 스스로 알고 아주 오랫동안 간직하는 애틋함, 자신이 선택하지 않아서 그 자리에 두고 온 삶에 결국 다시 돌아가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이끌림 등 뭔가 돌고 돌아 고비를 넘기고 이어지는 느낌은 있지만 결국엔 서로를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라 여기게 된다. 읽으면서 두근거리고 울컥하고,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마지막 책을 덮고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안도감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론 전작의 후속 이야기란 걸 알아서 최대한 이름이 생략된 듯한 각 부의 주인공이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줄거리나 커플링을 더 소개하고 싶기도 한데 더 이상 쓰게 되면 너무 큰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차마 못 쓰겠다. 전작의 커플링을 응원하는 사람이라면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아련함과 이야기의 결말에 얻게되는 울컥함을 잔뜩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만 말해두겠다. ​​

 

참고로 영화를 모르시는 분들을 염두에 두고 작가에 대해 소개하자면, 이집트 출생이자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안드레 애치먼'은 이 책의 전작 즉 <콜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2007년 람다 문학상 게이 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또한 등장 커플들의 성별을 떠나 애정 신 혹은 스킨십에 있어서 적나라한 표현이 있는 편이라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아서 피해 가라고 미리 말해두고 싶다. 나 같은 경우 영화를 먼저 보고 이 작가와 책들을 알게 되었는데, 리마스터판이 나왔다길래 두 권을 순서대로 연달아 읽고 싶어서 연초에 읽을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두 작품을 연달아 읽었을 때 주인공의 감정이 이어지는 장점이 있고 전작의 제목이 말해주는 그대로 두 사람만의 암호나 사랑의 단서들이 <파운드 미>에서도 그대로 재등장하는 데 그런 부분을 캐치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예를 들어 올리버가 여름 손님이던 시절 엘리오가 그를 위해 연주하던 '카덴차'와 이번 책에서 한 파트의 제목이기도 한 '카덴차'라던가) 본문 곳곳에 들어가 있는 이텔릭체(기울임이 들어간 폰트)나  아마도 이탈리아 원어(혹은 나폴리어? 프랑스어? 등)들이 가끔 등장하는 조금 낯선 본문 구성에도 두 권을 연달아 읽어서인지 어색하거나 거슬리는 부분 없이 특유의 분위기를 받아들여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권 모두 주로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가본적 있는 로마나 영화 속에서 보았던 바닷가 집이 자꾸 떠올라서 정말 좋았다. <콜미 바이 유어 네임>과 <파인드 미>는 두 권을 모두 봐야만 완결된 이야기를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책들이었다. 이왕 이 책과 작가와 주인공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두 권을 꼭 연달아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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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출판사 수업 - 좋아하는 일 오랫동안 계속하기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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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출판사를 꿈꾸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 책이다. 제목대로 이 책을 수업에 비유하자면 실무, 실습 편에 앞서 배우게 되는 입문 또는 개론 수업에 해당할 것 같다. 또 딱딱하고 착착 진도가 나가야 할 정규 수업보단, 선배로서 나는 이랬다- 이야기를 풀어내고 편하게 질문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특강에 가까운 느낌이다. 같은 꿈을 꿨던 사람으로서 해줄 수 있는 조언, 자신의 경험담, 1인 출판을 시작하기 전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 소소하지만 분명 도움이 될 만한 습관과 준비하고 배워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의 저자는 여러 권을 펴낸 편집자이자 작가이자 1인 출판사의 사장님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을 썼다. 무작정 출판사를 시작했던 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알게 된 미리 단련했다면 좋았을 일들과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싶은 습관들, 지금의 만족도와 하루 일과 등을 딱딱하지 않은 투로 풀어낸 에세이에 가까운 글이었다. 본문이 짧다 보니 그다지 깊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쉽다. 편집자로서 작가를 자주 접하고 많은 이야기를 한다는 내용은 있지만 출간되기 전까지 작가와 편집자가 만족하고 팔릴만한 책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점을 체크하고 대략 어떤 과정을 거친다는 내용은 없다. 원고 선발, 교정교열, 편집, 출간된 이후 판매나 마케팅 과정 등에 대해 연관된 에피소드나 부분적인 포인트는 이야기하지만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디까지가 1인 출판사에서 하는 일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내용을 다루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전체 업무 과정에 대한 실무가 궁금했기에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책의 본문은 짤막하고 각각 제목에서 하고자 하는 내용이 잘 담겨있는 편인데다, 질문형으로 되어 있는 것도 제법 있는지라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우선 목차를 잘 살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책의 부록으로는 Q&A와 추천도서도 다루고 있는데 추천도서에는 저자에게 도움이 되었던 출판 관련 서적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먼저 해본 사람으로서 이렇게 하면 꼭 성공한다 하는 성공 노하우를 풀어놓는 책은 아니다. 어떻게 해야 성공하고 잘 유지해 나갈 수 있는지는 저자에게도 꼭 알고 싶은 포인트일지 모른다. 다만 같은 일을 꿈꾸고 함께 해나갈지 모르는 후발 주자들에게 최소한의 마음가짐과 꼭 필요한 준비에 대해 미리 알아두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담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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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샵 사전 - 필요할 때 찾아 쓰는 포토샵 사용 설명서
우보명 지음 / 제이펍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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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보았던 포토샵 혹은 컴퓨터 관련 서적들에 비해 작은 사이즈와 예쁜 디자인으로 첫인상이 너무 좋았던 책이다. 물론 사전이라 이름 붙인 만큼 두께와 무게는 제법 있지만 "어떤 기능을 사용할지 몰라 모두 담았습니다."라는 표지 속 소개가 참 적절하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모두 담았다고 할 만큼의 자신감도 있는 문구라고도 생각했고 과연 책을 읽어보니 정말 알차게 열심히 담았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책의 목차를 먼저 보면 <Prologue. 포토샵 사용자라면 이것만은 반드시!>, <Part1. 포토샵 도구의 모든 것>, <Part2. 메뉴바&패널>, <알림/경고 메시지. 여기서 잠깐> 이렇게 크게 4개의 구분이 되어있다. 프롤로그의 내용은 포토샵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버전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등 포토샵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기본 개념들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다. 포토샵을 실질적으로 이용할 때 인쇄와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에 대한 설명이 함께 있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본문을 보면 특히 Part1과 2에서 포토샵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도구와 메뉴의 아이콘을 그대로 가져와 페이지를 구분해둔 게 센스 있었고, 도구와 메뉴바, 패널들을 사진으로 보여줄 때 한글 버전과 영어 버전을 변형 없이 전부 첨부하고 있어 어떤 버전을 사용하든지 실제 화면을 볼 수 있게끔 구성해둔 점이 좋았다. 내용을 설명할 때는 2019버전의 예시를 비교기준으로 설명한 경우가 많았는데(예를 들어 '각 버전마다 최대로 만들 수 있는 레이어의 개수는 다르고 버전이 높을수록 최대 레이어 수는 증가하는데 2019의 경우 최대 8000개의 레이어를 만들 수 있다'라는 식의 설명 - 본문 중 31p, 최대 레이어 수 내용 참고/ 책의 초반에도 포토샵 CC 2019를 기반으로 설명한다는 안내글도 있다.) 책의 마지막엔 표지에서 예고한 대로 가장 최신 버전인 포토샵 CC 2020의 신기능도 소개하고 있다. 알림/경고 메시지의 경우 따로 파트가 나누어져 한데 모아둔 것이 아니라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된 본문 속에 부분부분 들어가 있는데 필요한 경우 목차의 페이지를 보고 찾아볼 수 있다. 목차 외에도 필요한 기능 및 내용을 찾아보기 위한 색인 페이지까지 책의 맨 뒤쪽에 첨부되어 있어 제법 사전 같은 모양새를 잘 갖춘 책이라고 생각했다.

 

 

 

 

 

 

책과 관련된 동영상 강의는 책날개에 첨부해둔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하며, 관련 Q&A를 위한 이메일 주소 역시 책날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독자와의 소통에 적극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 공지를 책 속에 직접 수록한 부분도 재미있었다. 자주 사용하는 도구는 익숙하지만 잘 사용하지 않는 도구들을 이용할 땐 어떻게 쓰는지 낯설기도 한데 그런 도구들을 혼자 익히거나 연습할 때 필요한 부분을 찾아 도움을 얻기에 참 좋은 책인 거 같다. 최근 자격증을 따려고 한창 많이 마주하고 있는 포토샵의 세세한 부분까지 알 수 있어 좋았다. 사전 형식을 하고 있고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기 좋은 책이기도 하지만 사전이란 책들이 대개 그렇듯 한번 마음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면 정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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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용 스트레칭북 (스프링북) - 어디든 세워두고 30초만 따라 하세요!
브레이니 피트니스 랩 지음, 피지컬갤러리 의학 전문가 그룹 감수 / 시간과공간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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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칭이 요가와 많이 닮았다는 걸 최근 들어서야 알았다. 요가는 동네 체육센터에서 한두 달 해본 게 전부인지라 많이 알지 못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스트레칭 동작들이 내가 짧게나마 배웠던 요가 동작들과 겹치는 게 참 많았다.  왠지 친숙한 동작들을 그림부터 훑어보고 난 후 설명 및 본문을 읽어보니 내가 알던 스트레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는 게 신기했다. 이 책은 탁상용 달력처럼 어디에든 세워두고 보며 따라 할 수 있는 제본 형식과 실용성이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자 장점인데,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칭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1부의 글이 인상적이었고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은 것 같다. 

책의 본문이라고 해도 1부에서의 설명글을 빼면 동작을 알려주는 그림 옆에 작은 글씨로 쓰인 동작 설명이 전부다. 1부에서는 스트레칭의 중요성, 시간과 회수, 호흡법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책의 목차를 소개한다. 스트레칭은 근육을 늘려주는 '정적 스트레칭'과 우리가 보통 웜업이라고 칭하는 운동 전에 몸을 데워주는 '동적 스트레칭'으로 나뉘며, 한 가지 동작을 할 때 최소 6초 이상, 가장 적절하게는 20~30초를 유지해주는 게 효과가 좋다고 한다. 이 책을 볼 때마다 이 두 가지 포인트를 계속 생각하며 활용하려고 노력했다. 2부에서는 부위별 스트레칭 60가지, 3부에서는 테마별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데 3부는 2부에서 설명된 동작들을 모아 하나의 프로그램처럼 소개한다. 부록으로 '한눈에 여러 동작 보기' 페이지 역시 2부에서 소개된 스트레칭 동작들을 글 없이 작은 그림으로 전부 모아 보여주고 있다. 각 스트레칭은 이완되거나 사용되는 근육 부위에 진한 핑크색으로 표시되어 있어 그 동작을 따라 할 때 같은 부위가 제대로 당겨지거나 이완되는지 확인하기에 좋았다.

 

 

 

맨 처음 책을 받아 전부 훑어보고 난 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부위별 스트레칭 페이지를 펴 여러 동작을 따라 하곤 했는데 자꾸 그림만 보며 제대로 시간을 지켜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최근엔 책을 두는 장소와 자주 보는 페이지를 바꿨다. 지금 이 책은 우리 집 거실에 있다. 가족들도 출근 전에 한 동작씩 따라 해 보라는 의미로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스트레칭하고 가" 하는 잔소리를 하며 나도 그 김에 한 동작씩 하고 있다. 괜한 욕심은 못 버려서 가장 자주 하는 동작은 부위별 스트레칭 중 딱 하나 있는 전신 스트레칭 '다리 벌려 만세 하기'다.  

책을 보기 전에도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스트레칭을 하려고 의식하긴 했는데, 이 책의 설명대로면 난 제대로 스트레칭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아 스스로 반성했다. 공부하거나 일할 때 짬짬이 하는 스트레칭은 한 동 작당 길어야 3초 정도 까딱까딱 몸을 움직이는 게 전부여서 안 하는 것보단 낫다고 위안해 보지만 실제 근육이 풀릴 정도의 효과는 전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어깨가 항상 뭉쳐있는 거겠지..)  스트레칭은 왠지 운동 전후에 주로 하는 동작 정도로 생각하기 쉬워서 스트레칭 자체가 운동이라는 생각을 별로 못 해본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스트레칭을 쓰여 있는 설명대로 제대로 따라 하다 보면 알게 된다. 스트레칭 역시 운동이었다는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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