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드 미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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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비롯해 원작 소설로도 인기를 얻은 <콜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엘리오와 올리버, 그리고 엘리오에게 삶과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쳤던 그의 아버지를 기억한다면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콜미 바이 유어 네임> 그 후의 이야기인 이 책 <파인드 미>는 세 사람의 관점으로 각자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전작을 봤던 사람이라면 더 진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인데, 만약 보지 못한 사람이 읽게 된다면 엘리오와 올리버의 이야기에서 뭔가 생략된 듯한 과거가 궁금해질 것 같다. 하지만 세 이야기에서 모두 '생의 마지막 순간 자신의 눈을 감겨주길 바라는 단 한 사람'을 기적처럼 만나고 그 감정을 기억하고 소중히 여기며 사랑을 이뤄내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해피엔딩을 향해가는 멜로라 마음 편히 흘러가는 대로 읽기 참 좋은 소설이었다.

 

 

"세상에는 누군가에게 상처받아서가 아니라

상처받을 만큼 의미 있는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어서 상심한 사람들도 있거든요." 

-본문 중 69p

 

첫 번째 이야기처럼 운명의 대상이 생의 어느 순간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외롭지만 누군지도 모를 그 사람에 대한 기대를 서서히 포기할 때쯤 아주 갑자기 눈앞에 나타날 수도 있다. 너무 놀랍고 기적 같은 순간이라 서로 머뭇거릴지 몰라도 결국엔 새뮤얼과 미란다처럼 서로를 붙잡게 될 거라 상상하면 삶에서 사랑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다른 두 이야기에서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두 사람이 조금 더 일찍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을 마냥 아쉬워하거나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간 이럴 줄 알았다는 태연한 모습으로 그렇게 하지 못한 시간들 역시 지금의 더 나은 우리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는 성숙한 모습이라 그들의 사랑이 더 우아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첫사랑에 들떠 쌍방향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그 감정에 마음껏 취하고 초조해하고 행복해하며 휘둘리던 엘리오가 타인을,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고 이뤄내는 그 과정이 감동적이다. 올리버의 말처럼 그리고 자신도 인정한 것처럼 엘리오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 "최악의 시나리오 아닌가요?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일어나지 않았고,

가능성을 포기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 말이에요."

-본문 중 31p

 

핑퐁같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서로에게 느끼는 호감, 공감, 특별함이라던가, 살면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수많은 가림막 속에 숨겨진 진심을 스스로 알고 아주 오랫동안 간직하는 애틋함, 자신이 선택하지 않아서 그 자리에 두고 온 삶에 결국 다시 돌아가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이끌림 등 뭔가 돌고 돌아 고비를 넘기고 이어지는 느낌은 있지만 결국엔 서로를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라 여기게 된다. 읽으면서 두근거리고 울컥하고,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마지막 책을 덮고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안도감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론 전작의 후속 이야기란 걸 알아서 최대한 이름이 생략된 듯한 각 부의 주인공이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줄거리나 커플링을 더 소개하고 싶기도 한데 더 이상 쓰게 되면 너무 큰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차마 못 쓰겠다. 전작의 커플링을 응원하는 사람이라면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아련함과 이야기의 결말에 얻게되는 울컥함을 잔뜩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만 말해두겠다. ​​

 

참고로 영화를 모르시는 분들을 염두에 두고 작가에 대해 소개하자면, 이집트 출생이자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안드레 애치먼'은 이 책의 전작 즉 <콜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2007년 람다 문학상 게이 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또한 등장 커플들의 성별을 떠나 애정 신 혹은 스킨십에 있어서 적나라한 표현이 있는 편이라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아서 피해 가라고 미리 말해두고 싶다. 나 같은 경우 영화를 먼저 보고 이 작가와 책들을 알게 되었는데, 리마스터판이 나왔다길래 두 권을 순서대로 연달아 읽고 싶어서 연초에 읽을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두 작품을 연달아 읽었을 때 주인공의 감정이 이어지는 장점이 있고 전작의 제목이 말해주는 그대로 두 사람만의 암호나 사랑의 단서들이 <파운드 미>에서도 그대로 재등장하는 데 그런 부분을 캐치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예를 들어 올리버가 여름 손님이던 시절 엘리오가 그를 위해 연주하던 '카덴차'와 이번 책에서 한 파트의 제목이기도 한 '카덴차'라던가) 본문 곳곳에 들어가 있는 이텔릭체(기울임이 들어간 폰트)나  아마도 이탈리아 원어(혹은 나폴리어? 프랑스어? 등)들이 가끔 등장하는 조금 낯선 본문 구성에도 두 권을 연달아 읽어서인지 어색하거나 거슬리는 부분 없이 특유의 분위기를 받아들여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권 모두 주로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가본적 있는 로마나 영화 속에서 보았던 바닷가 집이 자꾸 떠올라서 정말 좋았다. <콜미 바이 유어 네임>과 <파인드 미>는 두 권을 모두 봐야만 완결된 이야기를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책들이었다. 이왕 이 책과 작가와 주인공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두 권을 꼭 연달아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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