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같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서로에게 느끼는 호감, 공감, 특별함이라던가, 살면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수많은 가림막 속에 숨겨진 진심을 스스로 알고 아주 오랫동안 간직하는 애틋함, 자신이 선택하지 않아서 그 자리에 두고 온 삶에 결국 다시 돌아가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이끌림 등 뭔가 돌고 돌아 고비를 넘기고 이어지는 느낌은 있지만 결국엔 서로를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라 여기게 된다. 읽으면서 두근거리고 울컥하고,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마지막 책을 덮고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안도감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론 전작의 후속 이야기란 걸 알아서 최대한 이름이 생략된 듯한 각 부의 주인공이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줄거리나 커플링을 더 소개하고 싶기도 한데 더 이상 쓰게 되면 너무 큰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차마 못 쓰겠다. 전작의 커플링을 응원하는 사람이라면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아련함과 이야기의 결말에 얻게되는 울컥함을 잔뜩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만 말해두겠다.
참고로 영화를 모르시는 분들을 염두에 두고 작가에 대해 소개하자면, 이집트 출생이자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안드레 애치먼'은 이 책의 전작 즉 <콜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2007년 람다 문학상 게이 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또한 등장 커플들의 성별을 떠나 애정 신 혹은 스킨십에 있어서 적나라한 표현이 있는 편이라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아서 피해 가라고 미리 말해두고 싶다. 나 같은 경우 영화를 먼저 보고 이 작가와 책들을 알게 되었는데, 리마스터판이 나왔다길래 두 권을 순서대로 연달아 읽고 싶어서 연초에 읽을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두 작품을 연달아 읽었을 때 주인공의 감정이 이어지는 장점이 있고 전작의 제목이 말해주는 그대로 두 사람만의 암호나 사랑의 단서들이 <파운드 미>에서도 그대로 재등장하는 데 그런 부분을 캐치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예를 들어 올리버가 여름 손님이던 시절 엘리오가 그를 위해 연주하던 '카덴차'와 이번 책에서 한 파트의 제목이기도 한 '카덴차'라던가) 본문 곳곳에 들어가 있는 이텔릭체(기울임이 들어간 폰트)나 아마도 이탈리아 원어(혹은 나폴리어? 프랑스어? 등)들이 가끔 등장하는 조금 낯선 본문 구성에도 두 권을 연달아 읽어서인지 어색하거나 거슬리는 부분 없이 특유의 분위기를 받아들여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권 모두 주로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가본적 있는 로마나 영화 속에서 보았던 바닷가 집이 자꾸 떠올라서 정말 좋았다. <콜미 바이 유어 네임>과 <파인드 미>는 두 권을 모두 봐야만 완결된 이야기를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책들이었다. 이왕 이 책과 작가와 주인공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두 권을 꼭 연달아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