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오는 어떻게 그렇게 똑똑하냐는 올리버의 질문에 교수 아버지를 둔 덕이라 대답하는데, 그 점을 빼더라도 그는 타고나길 자신만의 지성과 감성을 지닌 특출난 아이로 보였다. 두 사람이 만나기 전부터 엘리오는 매년 여름 별장에서 지내는 동안 음악을 다른 작곡가의 스타일로 혹은 자기식대로 편곡하거나, 일기를 남기고 글을 썼다. 올리버가 오고 난후 두 사람이 교류하는 과정에서도 음악과 글은 좋은 매개가 되어준다. 올리버에게 피아노를 연주해주거나 그에게 느끼는 감정 등을 일기로 쓰고 책에 짧은 메시지를 남겨 선물하기도 한다. 일기나 짧은 글의 내용은 본문에도 가끔씩 등장하곤 하는데 단순히 그때의 기록이라는 의미보다 나중에 그 글을 읽을 때의 시기, 상황, 읽을 사람 등을 상상하고 그 소망을 담아 글을 쓰는 방법에 감탄했다. 올리버에게 선물한 <아르망스>에 쓰인 글에서도 그랬고, 글은 물론 가끔은 소리쳐 입 밖으로 내뱉는 것으로 말의 생명을 더해주는 그 방식도 그저 놀라웠다. 이런 엘리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냈기에 별장에서 한 여름을 보낸 17살 소년의 일기와도 같은 이 글이 전혀 지루하거나 시시하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본지 제법 시간이 지났지만 기억을 되살려서) 영화와 책의 다른 점들을 꼽아봤다. 첫 번째로 영화에선 전화를 통해 전달된 이별 통보가 책 속에선 엘리오의 방에서 직접 얼굴을 마주한 채 이루어진다. 영화 속 벽난로 앞에서 울렁이던 눈동자로 그를 보내던 엘리오의 마음은 책에서는 생각보다 더 담담히 그리고 서서히 그 이별을 받아들인다. 또 영화와 달리 책에서는 시간이 흐른 후 두 사람의 재회 장면이 나온다는 것인데,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 난 너무나도 좋았다. 마지막 문장 말고도 책 곳곳에 시선과 마음을 빼앗는 문장들이 있었는데, 의외로 영화에선 보다 직접적이었기에 더 와닿았던 새뮤얼 펄먼의 대사는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조금 아쉬웠다. 물론 그 의미와 진심 어린 조언이 주는 감동은 여전했지만. 개인적으로 많이 좋았던 문장을 하나 첨부하며 리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