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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베르니 모네의 정원 - 수채화로 그린 모네가 사랑한 꽃과 나무
박미나(미나뜨) 지음 / 시원북스 / 2023년 4월
평점 :

모네의 정원이 있는 지베르니에 방문한 저자가 직접 보고 느꼈던 빛과 감성을 담아, 모네의 정원을 수채화로 다시 그려냈다. 그림들과 잘 어우러지는 책에 달린 연두색 가름끈도 이 책의 차밍포인트. 모네의 정원에 있다는 꽃 달력처럼 계절의 순서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그리고 한 계절에 담지 못한 '나무'라는 테마로 목차를 만들어 정원에서 볼 수 있는 꽃과 나무들을 이 책 속에 가득 담았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외에 '지베르니 정원 둘러보기'라는 제목으로 실제 정원에 대한 정보와 저자가 찍어온 사진들도 만나볼 수 있다.
미리 보기 같이 작게 그려진 그림으로 구성된 아름다운 목차만으로도 기대감이 차올랐다. 봄이 시작된 요즘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볼 수 있는 꽃들도 있어 반가웠고, 반대로 낯선 이름의 꽃들도 궁금했다. 가을의 돼지감자꽃이나 사과나무, 라임나무, 올리브나무 등 과실수를 보면서 정원사 모네라면 꽃 외의 수확물도 제대로 챙겨 먹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모네가 돼지감자 캐는 상상을 하면서 혼자 웃참...ㅋㅋ)


본문이 시작되면 왼쪽 페이지에는 꽃의 이름과 한 줄짜리 요약정보, 그리고 모네 혹은 모네의 주변 인물들이 남긴 문장들(한글 + 영문)이 들어있고, 오른쪽 페이지는 온전히 수채화로 그려진 꽃만 자리하고 있다. 꽃이 그려진 페이지에는 어떠한 장식이나 글자(페이지 장수도 생략되어 있다)도 들어가지 않아 온전히 그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깔끔한 구성이다. 본문의 그림들은 색감에 많은 신경을 기울인 티가 나는데 빛을 그리는 작가 모네의 영향일까, 본래 알고 있던 꽃들도 새로운 느낌으로 보게 된다. 전작 <빨강 머리 앤의 정원>과 겹치는 꽃들도 있을 텐데 같은 꽃이어도 전혀 새롭게 보이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책에 수록된 문장들은 개인적으로 주변인의 문장보다 모네의 문장이 더 재미있었다. 정원과 그림에 대한 언급 또는 주변인과 주고받은 편지글도 포함되어 있는데, 화가와 정원사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말이나 어떤 꽃이 지기 전에 방문하라고 지인을 닦달하는 편지글을 보면 모네의 인간미도 느껴지고, 그림만큼이나 정원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가 전해진달까.
세밀하게 꽃을 그리고 수채화로 채색한 그림을 주로 보면 꽃도감 같은 느낌도 들지만, 그 주제가 꽃을 그린 화가 모네와 모네의 정원이다 보니 이야기가 훨씬 풍성해졌다. 이 책에서 던져준 모든 그림과 이야기들에 점점 더 관심과 호기심을 갖게 된다.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은 사계절의 정원 속 꽃들을 수채화 일러스트로 마음껏 감상할 수 있고, 모네와 그의 정원 그리고 예술과 인생에 대해 여러 가지 화두를 던져주는 책이다. 박미나 작가님의 전작 <빨강 머리 앤의 정원>도 정말 좋았는데 이번 신작은 비슷한 구성이면서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한 느낌이라 더욱 좋았다. 곁에 오래 두고 계절마다 열어보며 모네의 삶과 정원을 상상하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