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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만드는 사람들 (한국어판 스페셜 에디션) - 2019 볼로냐 사일런트북 대상 수상작
곽수진 지음, 김지유 옮김 / 언제나북스 / 2021년 7월
평점 :
퇴근 직후에 이 책을 읽어서 일까 솔직한 감상을 먼저 적어보자면, 진심으로 "아이들의 순수한 시각이 필요해!"라고 생각했다. 별을 만드는 로망보다는 익숙한 노동 현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고 해야 할까, 직장인의 기계적이고 단계적인 작업 과정들이 짠하달까. 막판에 가서 이룩한 성과(별이 반짝반짝 떠있는 아름다운 밤하늘)가 보이는 창가에서 퇴근인사를 건네며 뿌듯해하는 얼굴들을 보면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 자신의 로망이 1프로 정도 실현된 걸 보고 좋아하는 어른들의 애수가 보인달까,(아니면 직업의식?) 별 자체가 아름답고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임은 분명한데, 별이 만들어지는 스토리가 더해진 이 책을 아이들이 보면 어떤 상상과 생각을 할지 어떤 점이 특히 좋았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주변에 아이들은 별로 없는 관계로 일단 직장 동료들에게 책을 돌리고 간단한 감상을 받아냈다. 누구는 표지를 보고 별*먹자 과자가 떠오른다 했고, 누군가는 부모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줘야 하는 책이라고 평했고, 아이들 상관없이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별을 칠하는데 드는 페인트의 양이 너무 많아서 신경 쓰인다고 했다. 유일하게 감상을 받은 초등학생 5학년 아이의 한줄평은 '별을 재활용하는 이야기네'였다.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짧은 책을 똑같이 읽고도 이토록 다양한 한줄평이 나오는 게 재미있었고, 그 와중에 뭔가 모범적인(?) 답변이 없는 것 같아 조금 웃었다.

주변의 감상을 듣고 난 후 잃어버린 동심을 애써 불러들이며 다시금 읽어보자 모든 작업을 하는 등장인물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웃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여러 사람들의 노력과 많은 과정을 거쳐 빛나게 된 별들은 더 아름다워 보인다는 것과 비록 까맣게 빛을 잃은 별들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다시 빛날 수 있다는 것 역시. 순수한 시각, 동심 등을 운운했던 건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보며 아름다운 것, 새로운 것, 바른 것, 재미있는 것을 알아채고 상상하는 능력이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에게 더 탁월하게 발휘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그런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의 역할이기도 한 것 같다.
글이 없는 그림책은 그림을 보는 이마다 다양한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 있고, 그림 중에서도 어떤 장면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고 그 장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글이 없는 만큼 독자의 상상력과 감상이 그 자리를 채워주는 것 같다. 글이 없는 그림책을 외국에선 '사일런스 북'이라고 부른다는 건 처음 알았다. 이 책의 소개 글을 보면 '2019 볼로냐 사일런트 북 대상 수상작. 이탈리아 기존 버전에서 리터치하여 전 연령 대상으로 변화한 한국어판'이라고 쓰여있는데, 리터치 이전의 버전은 어떤 차이가 있을지도 궁금하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