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
안티 투오마이넨 지음, 전행선 옮김 / 리프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독버섯에 중독된 버섯 회사 사장님의 이야기라는 심상치 않은 콘셉트에 엉뚱함과 유머러스한 뉘앙스가 담긴 제목(+표지의 일러스트), 나에겐 낯설지만 유럽에서 가장 재미있는 작가라고 평가받는 핀란드 작가 안티 투오마이넨의 소설. 게다가 장르는 코믹 스릴러 범죄소설이라고 하니 이 소설이 도대체 어떤 책인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저 이 책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궁금했고, 막상 어느 쪽으로 흐르든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잔뜩 가지고 책을 폈다.

병원을 찾은 주인공은 자신이 독에 중독되었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기도 전에 아내의 불륜 행각을 목격하게 되고 자신의 회사를 위협하는 새로운 버섯 회사의 견제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자칭 모든 걸 목록으로 만드는 사람인지라 이 모든 일을 '1. 진행 중인 프로젝트' 라는 이름으로 묶어 정리하고, 살아 있기를 '2. 계획된 프로젝트' 에 적은 후 앞으로 자신이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3. 오늘의 과제' 에 써 내려간다. 자신에게 독을 먹인 사람은 누구인지를 추리하고, 아내의 불륜 조사, 회사 내 직원관리, 경쟁사 조사 등등 (시도 때도 없이 통증이 찾아오고 몸은 죽어가고 있는데도)이 남자 해야 할 일이 정말 너무 많다.





이야기의 전개도 기상천외했지만, '시한부 판정을 받고 주요 장기와 뇌까지 손상시킨 지독한 독에 중독된 주인공'만이 내릴 수 있는 수많은 확신과 결정들에 흥미로워하면서 읽었다. 주인공은 자신의 추리에 나름대로 근거를 찾아가며 하나하나 단호하게 확신하곤 하는데, 그 확신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싶었달까. 장르에 코믹이 하나 붙었을 뿐이지만 나는 왠지 사소한 그 확신 하나하나가 주인공의 오해나 뇌 손상에 따른 환상 같은 건 아니었을까 괜한 의심이 들기도 했다. 유머는 글쎄, 나의 코드와 딱 맞는다고는 못하겠으나 마지막에 드러날 진실과 반전은 무엇일지 기대하며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재밌는 소설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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