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CAL 장수, 고창, 군산, 임실 - 맛을 찾아가는 여행
안은금주 지음 / 무블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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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고창, 군산, 임실 이렇게 네 지역이 각각 품고 있는 멋과 맛을 알려주는 책. 사진을 위주로 각 도시의 특색 있는 멋과 유명한 음식이나 식재료 등의 사진을 아주 근사하게 보여주어서 책을 읽는 내내 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 든다. 부제에 '맛을 찾아가는 여행'이 있기에 식도락 여행과 같은 여행길을 예상했는데, 저자가 알려주는 '미식여행'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오는 것이 다가 아니다. 그 도시의 문화와 역사를 바탕으로 그 지방이 가진 전통, 관습, 식문화나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이해하고자 하며, 미식이라는 테마가 아니어도 여행을 가면 함께 돌아볼만한 곳들도 함께 소개한다.




본문은 흰 바탕에 사진이 주를 이루며 간략한 글밥이 더해져 여행잡지를 보는 인상도 살짝 들었다. 본문 뒤에는 'TRAVEL NOTE', 'INFOMATION', 'ROUTE'라는 제목으로 사진으로 못다 한 지역에 대한 소개 및 자랑글과 그 지역에 가면 찾아가 볼 만한 장소들, 이틀짜리 추천 여행 코스를 각각 담고 있다.

본문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사진이 아닐까 싶은데 저자는 지난 10여 년간 각 지역의 식문화를 탐방, 연구하며 찍은 사진만 지역마다 1만 컷이 넘는다고 에필로그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 수많은 사진 중 고르고 골라낸 A컷들이 이 책에 담겼으니 오죽할까. 장수의 논개활공장, 고창의 청보리밭, 군산의 비응항, 임실의 산양 방목지 사진 등을 보면, 각 지방의 특색을 담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냥 사진 자체로도 참 멋있고 잘 찍은 사진들이라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다.

큼직한 판형과 멋진 사진, 글이 들어가는 페이지에는 지역마다 각기 다른 색지를 사용해서 읽는 내내 시선을 빼앗는 매력이 넘치는 책이었다. 그리고 최근 해외여행이 쉽지 않은 만큼 국내 지방 곳곳을 여행하는 것도 꽤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 아닐까. 앞으로도 계속 출간되어 제목처럼 국내 여러 지역을 알리는 좋은 시리즈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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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 하늘의 신비를 찾아서 - 사진과 함께 즐기는 경이로운 천체의 향연
헬가 판 루어.호버트 실링 지음, 이성한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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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학자와 아마추어 천문학자가 알려주는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백과사전 같은 책. 눈으로는 알고 있고 아마도 몇 번을 목격했을 테지만 이름은 알지 못했던 다양한 구름들과 현상들의 정식 명칭을 알려주고 특징이나 생성 이유 등을 설명해 준다. 학문적인 이름부터 전설이 더해진 별칭들까지 두루 다루고 있어 이야기가 재미있고, 굉장히 멋진 실물 사진들을 하나 이상 더해 알려주기 때문에 눈도 즐겁다. 본문의 글은 전문적이지만 딱딱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예를 들어 무지개가 생겨나는 과학적 이유를 설명해 주고 '무지개 끝의 금빛 항아리는 발견된 적이 없다'는 등 동심 파괴적인(?) 문장을, 구름의 종류에 따라 예상할 수 있는 날씨를 알려주는 칸에서 '예상 날씨 없음. 매우 아름답기만 하다' 는 감상평을 툭툭 던지는 식이랄까.







파트가 구분되어 있지는 않지만 구름과 별과 달은 특히나 본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구름의 이름에 대한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가끔 특이한 구름을 발견한 학자의 이름이 붙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모양에 따라 이름이 붙는데 이 이름들은 라틴어에서 따온 경우가 많다. 그래서 권말 부록에는 '부록 ① 라틴어 구름 이름 총정리'라는 파트가 따로 있다. (부록은 총 4가지인데 그중 두 가지가 구름과 관련되어 있다. 나머지 하나는 '부록 ② 구름 알아맞히기'라는 제목으로 질문에 예/아니오를 선택지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구름의 종류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게임 같은 코너다.) 운하 구름처럼 구름이 없어진 자리에도 구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것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별에 대한 부분은, 사진은 반짝반짝 가장 화려한데 개인적으로는 글에서 알려주는 별자리 등을 사진에서 찾아내는 게 힘들어 의외로 글과 사진을 매치하기가 가장 어려웠던 파트였다. ​달은 슈퍼문에 대한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슈퍼문'은 정식 명칭이 아니며 일종의 마케팅처럼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이름인데, 결론적으로 사람들이 달에 관심을 갖게 만드니 나쁘지만은 않다는 복잡 미묘한 마음을 담은 해설이 인상적이었다.

해와 달, 별, 구름, 안개, 무지개, 은하수, 오로라 등등 하늘에서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건 정말 다양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대부분의 것(벼락이나 토네이도 등은 좋아하기 힘들 테니)을 좋아한다. 눈으로 관측할 수 있고 굉장히 아름답고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다. 이 책은 그 매력적인 것들을 '하늘의 신비'라는 이름으로 묶어 사진과 함께 관련 정보들을 간략히 담았다. 하늘에 대한 기본 정보들을 담았으니 백과사전 같기도 한데, 설명과 함께하는 사진들이 모두 멋진 풍경을 담고 있어서 사진집 같은 인상도 있다. 책 사이즈가 큰 편인데 페이지 가득 담긴 사진들이 정말 볼만하다. 천문학이나 기상학에 대한 깊은 지식 탐구보다는, 소소하지만 폭넓은 과학적 상식을 쌓고 멋진 사진들을 즐기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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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부장의 슬기로운 이중생활
서성현 지음 / 바이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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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이야기하는 이중생활의 의미를 잘 알고 읽어야 더 와닿는 책. 스토리가 가미된 재테크나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하는 책을 예상했는데, 그보다는 실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중생활'의 계획과 실천과정을 다양한 조언들과 함께 모아놓은 책이었다. 직장은 돈을 벌기 위해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회사에는 출근과 퇴근이 있는 법. 저자는 퇴근 후, 멀게는 은퇴 후 자신의 삶에도 주목하자고 이야기한다. 포인트는 한 가지를 완전히 포기하고 다른 하나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병행하는 것. 회사 안과 밖을 구분하여 철저하고 성실한 이중생활을 권하는 책이었다.


나는 좀 더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즐기며 살기 위해 이중생활을 시작했다. ( ... ) 내가 말하는 이중생활이란 일과 개인적인 삶의 목표를 밸런스 있게 추구해 나가는 생활을 의미한다. 나 스스로 물었던 행복한 삶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나의 이중생활이 가진 진정한 의미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동시에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작은 성취를 말하는 것이다

본문 중 25p



이전 세대의, 특히 남성 직장인들(그러니까 현재 부장급 이상의 아버지들을 떠올려보면)을 보면 하나의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삼는 경우도 많았고 일에 올인하여 돈을 벌고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믿으며 살아온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분들이 은퇴 후의 가족들과의 거리감을 줄이지 못하고 자신의 취미나 개인적인 삶 또한 즐기지 못하는 것 역시 흔히 보아온 모습일 것이다. 이야기 속 서 부장, 그러니까 저자도 마찬가지로 회사의 일에 몸과 마음을 바쳐 살아온 모범사원이자 성실 사원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회사 외의 자신의 '개인적인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회사에서 습득한 미래전략 수립 등의 업무능력을 한껏 발휘해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하나하나 실천해나가기 시작했다.



이중생활의 시작은 회사 생활과 개인 삶의 목표를 따로 세우는 것에서 시작한다. 충분히 자신의 이상적인 목표를 고민해 보고 일과 개인 삶의 밸런스를 고려해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실천에 앞서 점검해야 할 것들도 알려준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고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가족의 지지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부분이었다. 사실 저자의 실제 목표들을 표로 정리한 페이지를 처음 봤을 때 간략하게 쓴 탓도 있겠지만 가족의 이야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 게 좀 의아했다.


미혼의 직장인 입장에서 이러한 이중생활은 정말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한 삶의 모습으로 그려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우자와 아이들이 있는 경우 직장과 분리된 개인의 삶 안에는 가족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이상적일 수 있겠으나 적어도 가족의 지지를 받는 목표 설정과 실천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목표 설정에 있어서는 가족과의 삶을 제외할 정도로 본인이 하고픈 것에만 집중하지는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 같다.





그 이후의 내용은 저자가 개인 삶의 목표로 세운 취미생활, 재테크, 아지트 만들기(집 짓기), 책 쓰기의 실천과정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이중생활을 계획하고 실천할 때 그 목표나 수행해야 할 일들은 당연히 다를 수 있다. 이중생활을 위해 꼭 집을 짓거나 책을 쓸 필요는 없다. 그런데 이 책은 각 단계나 과정에서 누구나 적용할 수 있는 세부적인 팁보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꽤 자세하게 알려준다. 저자 자신의 이중생활을 성공적인 한 예시로 보여주고, 본인이 느낀 점들을 알려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이 책을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입장에 대입해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팁을 얻는다기 보다 누군가의 성공담을 읽는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 좋은 책이다. 참고로 목표로 세운 분야가 다양하다 보니 재테크 팁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읽는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중생활을 위한 재테크 팁에 대한 분량이 꽤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다. 재테크 책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담고 있는 자기 계발서, 혹은 성공담 에세이로 분류해야 할 것 같은 책이었다.



워라밸을 시작으로 일과 개인의 삶을 분리하고자 노력하고 나 자신의 행복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이제 사람들에게 꽤 익숙한 삶의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배운 점은 첫째로 직장과 개인 삶을 분리할 때, 직장 외의 개인 삶에만 집중하는게 아니라 직장에서의 목표 역시 함께 세워 양쪽 목표의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점을 새삼 인식하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계획에 머무르지 말고 당장 실천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미래를 더 가까이 끌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실제로 자신의 목표였던 책 쓰기의 결과물로 이 책을 출간했다. 본문의 글로, 책의 존재로 자신의 실천을 몸소 보여주는 책이니 읽는 독자의 실천의지도 자극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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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아파트먼트 - 팬데믹을 추억하며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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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살이 된 마티아는 엄마와 누나와 함께 밀라노에 있는 5층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빠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아이들을 만나러 오는데 하필 그 시기 밀라노에 록다운이 시작되고 엄마는 물론 마티아에게도 불편하기만 한 아빠와의 공동생활이 시작되었다. 이후의 생활 변화들은 이미 우리가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현실과 너무나도 똑같아서 재밌기도 하고 한편으론 슬프기도 했다. 바이러스의 공포에 휩싸이는 사람이 늘고, 외출금지나 거리 두기 등을 강력하게 적용하여 벌금 고지서를 받아오는 장면도 여러 번 나온다. 아이의 시선에서 보아도 가족들이 모여앉아 일주일의 일정이나 있었던 경험들을 이야기하는 일요일이 아니라, 모든 일정이 중지되고 더 이상 이야기할 것도 없는 연속되는 일요일을 맞이하고 있다는 식의 표현에 너무나도 공감이 갔다.



"오늘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 내일 더 힘껏 포옹할 수 있습니다."

"그럼 내일 우리가 포옹할 수 있어?"

누나에게 물었다.

"마티아, 저건 일반적인 내일을 말해. 일주일 후일 수도 있고, 한 달, 일 년 뒤 일 수도 있어."


"마티아, 우리 아가. 제발 부탁이니 엄마 말 잘 들으렴. 요즘 부쩍 잘 안 먹는다고 하던데, 진짜야?"

  나는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생각과는 반대로 모두 발코니에 나와 있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발코니에 서서 다른 발코니 사람들과 잡담을 하는 광경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이전 세상에서는 엘리베이터에서 겨우 인사나 하는 게 전부였다.


 - 본문 중 49p, 92p



경험상, 그리고 이야기 안에서도 집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저마다 소통과 연결을 바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 책 속 이태리 아파트에서는 발코니가 그 연결의 창구가 되어준다. 3층에 사는 마티아가 발코니로 나가 바로 위층에 살고 있는 젬마 할머니와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주인공은 문득 발코니를 통한 소통이 자신만이 쓰는 방법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평소에는 인사를 할까 말까 하는 이웃들이 발코니에서 서로 잡담을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불안과 외로움을 달래고 있던 것이다.(가끔은 노래와 연주로도.) 이렇게 조금은 소소하지만 특별한 변화와 장면들이 이야기 내내 등장하곤 한다.



자신을 영웅으로 생각하는 꼬마 마티아가 겪어낸 어떤 시기의 일종의 모험담은 재미있지만 현실과 너무 닮은 그 세계가 마냥 가볍게 읽히지 않는 면도 있다. 현실을 반영한 한 시기를 배경으로 가족 간 혹은 아파트 내의 사람들 간의 사건과 변화들을 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낸 소설이었다.


2080년, 손자를 가진 할아버지가 된 주인공 마티아가 60년 전을 떠올려보며 쓴 자신의 이야기라는 콘셉트로 이 책은 시작한다. 그것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히 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고 밝힌다. 재미있는 설정이라는 가벼운 감상을 후에 책을 전부 읽었다. 그런데 전부 읽고 난 뒤에 이러한 설정을 다시 보면 대부분의 독자는 한 가지 소망이나 기대를 하게 된다. 언젠가 우리도 지금의 유별난 상황을 후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서 떠올리게 될 거라는, 지금의 상황이 언젠가 종결되고 우리는 무사히 그 시간을 넘길 거라는 기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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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만난 새
이치니치 잇슈 지음, 전선영 옮김, 박진영 감수 / 가지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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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 찾을 탐(探) 에 새 조(鳥). 뭔가 낯선 단어인데 뜻은 직관적으로 알겠고, 말로 뱉어보니 입에도 착 붙는다. 어릴 때부터 새소리가 들리거나 어딘가 앉아있는 새를 발견하면 가던 발을 멈춰 가만히 바라보곤 하는 나는 나도 모르게 탐조라는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참새, 까치, 까마귀 정도의 구분은 가능하지만 주변에서 보는 새들의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했다. 참새 혹은 까치의 크기를 가졌지만 생김새와 털빛이 전혀 다른 새들, 가끔은 굉장히 눈에 띄는 새파란 색이나 민트색의 깃털을 가진 새들도 본 적이 있다. 듣기에 매우 좋거나 반대로 듣기 싫은 새소리를 들을 때도 그 새들의 정체가 늘 궁금했다.



<동네에서 만난 새>는 일상 탐조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와 함께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새들의 정보를 알려준다. 제목처럼 정말 동네에서 만나기 쉬운 새들을 골라 관련 정보를 주 내용으로 삼았다. 본문 구성은 탐조의 기본사항(발견 포인트와 기본 매너 등) 이후로 먹이활동, 구애 활동, 둥지 짓기와 육아, 소리와 몸짓을 주제로 각 파트가 나뉘고 그 외에 새들의 생태에 관한 파트도 있다. 권말에 부록으로 실린 만화도 재미있었다. 본문은 내용과 관련된 그림이나 간단한 만화를 함께 실었는데 일단 새들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글과 만화 둘 다 매력적인 책. 만화는 물론 글도 읽기 쉽고 장난스러운 해설이 꽤 있어 읽는 동안 계속 피식피식 웃게 된다.





새들의 먹이활동에서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뒤적이기, 파문이나 루어 낚시 등)으로 낚시하는 것과 유사해서 신기했다. 이 밖에도 새들의 생김새, 습성, 행동들을 사람에 빗대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쓴 본문의 표현력이 좋았다. 새들의 구애 활동에 대한 부분에서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새 중의 하나인 비둘기의 내용이 있는데, 수컷 비둘기의 끈질긴 구애 활동에 대해 '사람이었다면 경찰 부를' 정도라고 표현해서 확 와닿았던ㅋㅋ 새들의 소리는 글로 표현하기가 가장 난감한 부분인데다 원작이 일본어이기도 하고 의성어만으론 알듯 말듯 한 부분이 꽤 있었다. 그럼에도 최대한 쉽고 자세히 설명하려 애쓴 게 보여서 재미있게 읽었다.


둥지 짓기에 대한 내용에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에나 집을 짓는 새들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교각이나 전봇대, 철로의 전선 등에 둥지가 생기면 사고를 유발하기도 해서 본문의 표현처럼 시설관리자 입장에선 골치 아픈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특히 어떤 새들은 나뭇가지와 함께 철제 옷걸이나 쇳조각 등 전기가 통하는 것들을 둥지의 재료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새나 사람 모두에게 매우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새들이 인간이 찾기 쉬운 곳에 있다는 건 탐조인들에겐 좋은 일일지도 모르지만, 사람이 새들의 본래 집이 있을 곳(주로 숲과 나무)을 빼앗아 대체품을 찾아 도시에 터를 잡고 적응한 것이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탐조란 산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동네의 야생동물(=조류=새)을 관찰하는 행위이다. 영어로는 버드 워칭이라고 하며 전 세계적으로 나름의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취미생활이기도 하다. 얼마 전 출근하면서 까치, 참새, 박새를 봤다. 사실 박새는 지금껏 여러 번 보면서도 그 새의 종류를 알지 못 했던 터라 박새를 알아본 것이 스스로 대견했다. 도시의 새들은 시끄러운 도시에 적응해서인지 꽤 가까이 가도 쉽게 날아가지 않았다. 박새의 넥타이 무늬를 보며 그 새의 인기도를 가늠해 보는 게 재미있었고(본문 중 72p 참고) 까치나 참새의 소리를 더 자세히 들어보려 애썼다.


직접 행해본 탐조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하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뭔가 건강한 취미라는 걸 깨달았다. 아는 게 많을수록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탐조 초보자에게 탐조하기 좋은 계절은 바로 지금과 같은 겨울이라고 한다. 잎이나 꽃 등이 나무에 앉은 새를 가리지 않아 비교적 관찰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산책길이나 그저 동네에서 집 밖을 오가는 일이 생길 때 나무 위를 한 번씩 바라보며 탐조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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