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네에서 만난 새
이치니치 잇슈 지음, 전선영 옮김, 박진영 감수 / 가지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탐조, 찾을 탐(探) 에 새 조(鳥). 뭔가 낯선 단어인데 뜻은 직관적으로 알겠고, 말로 뱉어보니 입에도 착 붙는다. 어릴 때부터 새소리가 들리거나 어딘가 앉아있는 새를 발견하면 가던 발을 멈춰 가만히 바라보곤 하는 나는 나도 모르게 탐조라는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참새, 까치, 까마귀 정도의 구분은 가능하지만 주변에서 보는 새들의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했다. 참새 혹은 까치의 크기를 가졌지만 생김새와 털빛이 전혀 다른 새들, 가끔은 굉장히 눈에 띄는 새파란 색이나 민트색의 깃털을 가진 새들도 본 적이 있다. 듣기에 매우 좋거나 반대로 듣기 싫은 새소리를 들을 때도 그 새들의 정체가 늘 궁금했다.
<동네에서 만난 새>는 일상 탐조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와 함께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새들의 정보를 알려준다. 제목처럼 정말 동네에서 만나기 쉬운 새들을 골라 관련 정보를 주 내용으로 삼았다. 본문 구성은 탐조의 기본사항(발견 포인트와 기본 매너 등) 이후로 먹이활동, 구애 활동, 둥지 짓기와 육아, 소리와 몸짓을 주제로 각 파트가 나뉘고 그 외에 새들의 생태에 관한 파트도 있다. 권말에 부록으로 실린 만화도 재미있었다. 본문은 내용과 관련된 그림이나 간단한 만화를 함께 실었는데 일단 새들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글과 만화 둘 다 매력적인 책. 만화는 물론 글도 읽기 쉽고 장난스러운 해설이 꽤 있어 읽는 동안 계속 피식피식 웃게 된다.

새들의 먹이활동에서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뒤적이기, 파문이나 루어 낚시 등)으로 낚시하는 것과 유사해서 신기했다. 이 밖에도 새들의 생김새, 습성, 행동들을 사람에 빗대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쓴 본문의 표현력이 좋았다. 새들의 구애 활동에 대한 부분에서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새 중의 하나인 비둘기의 내용이 있는데, 수컷 비둘기의 끈질긴 구애 활동에 대해 '사람이었다면 경찰 부를' 정도라고 표현해서 확 와닿았던ㅋㅋ 새들의 소리는 글로 표현하기가 가장 난감한 부분인데다 원작이 일본어이기도 하고 의성어만으론 알듯 말듯 한 부분이 꽤 있었다. 그럼에도 최대한 쉽고 자세히 설명하려 애쓴 게 보여서 재미있게 읽었다.
둥지 짓기에 대한 내용에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에나 집을 짓는 새들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교각이나 전봇대, 철로의 전선 등에 둥지가 생기면 사고를 유발하기도 해서 본문의 표현처럼 시설관리자 입장에선 골치 아픈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특히 어떤 새들은 나뭇가지와 함께 철제 옷걸이나 쇳조각 등 전기가 통하는 것들을 둥지의 재료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새나 사람 모두에게 매우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새들이 인간이 찾기 쉬운 곳에 있다는 건 탐조인들에겐 좋은 일일지도 모르지만, 사람이 새들의 본래 집이 있을 곳(주로 숲과 나무)을 빼앗아 대체품을 찾아 도시에 터를 잡고 적응한 것이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탐조란 산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동네의 야생동물(=조류=새)을 관찰하는 행위이다. 영어로는 버드 워칭이라고 하며 전 세계적으로 나름의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취미생활이기도 하다. 얼마 전 출근하면서 까치, 참새, 박새를 봤다. 사실 박새는 지금껏 여러 번 보면서도 그 새의 종류를 알지 못 했던 터라 박새를 알아본 것이 스스로 대견했다. 도시의 새들은 시끄러운 도시에 적응해서인지 꽤 가까이 가도 쉽게 날아가지 않았다. 박새의 넥타이 무늬를 보며 그 새의 인기도를 가늠해 보는 게 재미있었고(본문 중 72p 참고) 까치나 참새의 소리를 더 자세히 들어보려 애썼다.
직접 행해본 탐조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하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뭔가 건강한 취미라는 걸 깨달았다. 아는 게 많을수록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탐조 초보자에게 탐조하기 좋은 계절은 바로 지금과 같은 겨울이라고 한다. 잎이나 꽃 등이 나무에 앉은 새를 가리지 않아 비교적 관찰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산책길이나 그저 동네에서 집 밖을 오가는 일이 생길 때 나무 위를 한 번씩 바라보며 탐조해 보는 건 어떨까?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