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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살아 있다 ㅣ 온(on) 시리즈 2
도서관여행자 지음 / 마티 / 2022년 11월
평점 :
전직 사서 현 도서관여행자라는 이력을 가진 저자에게 책과 도서관에 대한 나눌 이야깃거리가 참 무궁무진하다는 걸 느꼈다. 장서 폐기의 위기에서 책을 구하는 게릴라 사서 이야기, '이용자가 원하는 책을 보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에 최선을 다하는 사서들의 고군분투 이야기, 도서관이라는 장소가 가진 다양한 의미와 그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사서와 이용자들의 노력, 도서의 구입부터 관리, 폐기까지에 얽힌 이야기들, 수많은 도서관과 수많은 이용자들을 겪으며 쌓아온 시트콤보다 더한 도서관 안에서의 일상을 재미나게 풀어낸다. 유쾌하고 깔끔한 문체가 읽기 좋았다.
저자는 미국에서 사서로 일하며 여러 도서관을 거쳤고, 현재는 사서를 그만두고 사서가 부러워하는 도서관 이용자가 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다 보면 dog's ear(책 귀퉁이를 접은 것), weeding(장서 폐기 = 잡초 뽑기) 등 도서관에서 흔히 쓰이는 몇몇 표현들의 영어 표현을 알게 되는데 책에서 배운 표현을 써먹자면 이 책이야말로 page-turner(책장이 술술 넘어갈 정도로 재미있는 책)였다.

또 저자는 도서관이 어떤 공간이어야 하고, 사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해 배우고 고민하고 실천하고 느낀 것들을 글로 쓰고 있어서 그에 대한 내용도 참 많다. 직접 일해보거나 방문했던 도서관에 대해, 그 도서관에서 느끼고 생각한 바를 담은 글도 있다. 책의 제목을 보고 랑가나단의 도서관학 5법칙의 냄새가 솔솔 났는데(5법칙 중 5번째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다'가 떠올랐다), 뒤표지의 문구도 저자가 직접 방문했던 도서관(캘리포니아 맨해튼 비치 공공도서관)의 계단 벽에 쓰인 문구를 가져다 사용한 것을 보고 저자가 정말 어마어마한 도서관 덕후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뒤표지의 문구가 나오는 부분은 도서관 건축과 '공동체의 소통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국의 도서관은 아직까지 '책 보는 곳! 조용히!'를 기본으로 하는 곳이 많다 보니 춤까지 춰도 되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생각해 보니 댄스 스튜디오나 오디오 녹음실 등을 제공하는 도서관도 있으니 딱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도서관은 본연의 방향성과 의미를 잃지 않는 한 어떤 공간으로든 변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한 매력적인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9월 말부터 <위험한 도서관>이라는 책에서 나온 금서목록을 차례로 읽어가는 중이어서 그런지, 도서관의 검열과 금서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다. 미국도서관협회에서 1892년부터 금서를 소개하고 금서 읽기를 장려하는 '금서 주간'캠페인을 진행한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나처럼 책에서 다음에 읽을 책을 추천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도서관과 책에 대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나 이 책을 추천한다. 중간중간 글에서도 다른 책과 도서관과 사서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친절하게도 책의 마지막에는 '도서관 여행자의 서재'라는 제목으로 (책이나 도서관 관련) 주제별 추천도서와 이 책에 나온 도서 목록을 함께 제공한다. 에필로그 전 책 마지막 이야기 꼭지에 보태진 '당신의 여행 계획에 넣어야 할 도서관' 목록도 대한민국의 도서관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눈이 갔다. 다음 달에 전주에 갈 예정인데 전주 도서관 여행을 코스에 넣어야겠다.
책 이야기만 하면 신나하는 사람, 도서관 여행을 꿈꾸는 사람, 도서관 종사자와 도서관 이용자들을 포함한 책과 도서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정말 풍부한 책이다. 사서가 어떤 직업인지 궁금한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서가 아니라 도서관 이용자로서도 읽고 생각해 볼 거리가 정말 많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여러 도서관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