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52주 - 2015 다이어리 & 컬러링북 52주 다이어리 & 컬러링북 시리즈
Marica Zotino 지음 / 비타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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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다이어리는 생일선물로 받았는데 운이 좋았는지 새로운 다이어리를 또 받게되었다. 은근히 기대했던 컬러링북 다이어리! 사실 먼저 받은 다이어리는 프리노트식이라 monthly와 daily를 활용하기 좋은 다이어리인데, 이 책은 한페이지에 하나의 그림과 함께 일주일의 일정을 정리하기 좋게끔 weekly위주의 다이어리로 쓰기에 적당했다. 각 줄에 시간이 체크되어있어 핸드폰의 스케줄을 기록할때처럼 적기에도 좋고, 원한다면 시간상관없이 그날그날 할 사소한 일정을 한줄씩 적어 체크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색칠놀이에 한눈팔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공부나 운동스케줄러로 사용하기에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은 다이어리&컬러링북이라는것인데, 컬러링북은 올해 유독 인기를 끌었던 트랜드 중 하나로, 쉽게 말하자면 색칠놀이를 떠올리면된다. 비밀의 정원이라는 책이 베스트 셀러에 오르며 컬러링북이라는 키워드가 출판업계와 독자를 한꺼번에 사로잡은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 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워낙에 사소한 그림을 그리거나 색칠하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새삼 유행하는 컬러링북이라는 키워드는 참 반가웠다.

 

 

 

 

 

 

 

 

 

 

『나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52주』에서는 제목처럼 날개를 가진 다양한 생물들이 그려진 그림을 만나 볼수 있다. 표지와 함께 2015년 첫주의 그림에도 등장하는 (다양한 종류의)새를 포함해서, 잠자리, 나비, 꿀벌, 무당벌레까지 다양한 생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자연(식물)의 모습이 조화롭게 나타나서 그저 그림을 구경하는데도 참 즐거웠다. 기본적인 그림에 마치 모자이크처럼 무늬를 새길수 있도록 자잘한 세부경계가 참 많은 그림이라 색칠하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만큼 다 칠하고 나니 뿌듯하기도하다. 매주 하나씩 그림을 채워나가기엔 색칠놀이에 욕심이 조금 앞설지도 모르지만, 색연필 싸인펜 등등을 총동원해서 색칠놀이 겸 힐링이 기대되는 다이어리다.


 

 

 

조심스럽지만 새해 첫주 행운을 가져다주는 파랑새를 상상하며 색연필로만 완성한 첫 그림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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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거인 철학하는 아이 3
마이클 포먼 글.그림, 민유리 옮김, 이상희 해설 / 이마주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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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름다운 세계에 오로지 단 둘뿐인 거인, 보리스와 샘이 살고있다. 둘은 서로 친하게 지냈고 아무런 문제없이 함께 숲을 거닐고 바다를 보며 살았다. 어느 날 두 거인의 눈을 사로잡은 아름다운 분홍색 조가비 하나를 이유로 둘 사이에 처음으로 다툼이 생기고, 나중엔 다투게 된 이유도 잊어버린 채 각각의 섬에 갇혀 서로에게 돌을 던지며 지내게 된다.





두 거인의 사이가 좋거나 나쁠 때 자연환경이 그를 대변하는데, 이는 흔한 방식이지만 이 책에서는 단순히 분위기 조성의 역할 뿐 아니라 둘의 헤어짐과 화해의 실마리를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큰 역할을 한다.(다툼이 시작될 때 그 둘을 헤어지게 한 홍수는 두 거인이 서둘러 양말을 신게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인상깊었던 건 둘의 다툼이 시작되자 홍수에 이어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이 찾아온 것이다. 눈을 좋아하는 두 거인에게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이란 즐거울 것 하나 없는 혹독한 계절이 되어버린다. 홍수로 불어난 물때문에 각자의 섬에 갖힌 두 거인은 서로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점차 분노와 상대에 대한 미움을 키워간다.





다툼의 유일한 장점은 화해할 수 있다는 것. 서로에게 던진 돌들이 다리가 되어 본래의 의도가 어찌됐든 두 거인은 아주 오랜만에 서로 마주하게 되었고, 멀리서는 볼수 없었던 서로의 양말을 보게된다. 싸울 때와 마찬가지로 아주 사소한 것을 계기로, 둘은 서로 친구로 잘 지냈던 시기를 기억해내고 함께 웃으며 춤을 춘다.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있을때 늘 좋을 수만은 없다. 아무리 친하고 아무리 소중한 사람이어도, 친구 애인 가족 그 누구더라도 사소한 이유로 싸우거나 다투게되기도 한다. 싸우는건 그리 쉽고 순식간인데 화해는 어찌나 어려운지. 사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서로 가까이 마주보고 좋았던 때 다투기전의 모습을 떠올리는것 만으로 다 풀어질수 있는 문제일지도 모르는데. 굽히기 싫은 자존심, 더 악화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상대는 자기처럼 전의 좋았던 때로의 회복을 바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망설임으로 우리는 화해와 소통에 늘 자신없어한다. 소통해서 상처입는것과 고립되어 답답함을 견디는것 중 후자를 더 두려워해야하는게 아닐까라는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다.



작게는 다툼과 화해, 크게는 전쟁과 평화까지 아우르는 이야기는 그림과 함께 천천히 읽어보면 기승전결도 확실하고, 어린아이가 읽기에도 지루함은 없을 것 같다. 평화로운 시절을 다채롭게 묘사하고, 싸움이 고조될수록 그림과 글에도 긴장감이 흐른다. 문제가 해결된 후에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샘과 보리스만의 일종의 사전방지책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똑똑한 행보까지 있기에 아이들이 보고 배울점이 많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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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공경희 옮김 / 책만드는집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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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알무스타파는 자신을 데리고 갈 배만을 기다리며 오르팔레세 성읍에서 살아간다. 12년째 되는날 드디어 자신을 고향 섬으로 데려다줄 배가 오는 것을 알고 기쁨과 동시에 이곳을 떠나야하는 슬픔의 순간을 맞는다. 그동안 그를 존경하고 사랑하던 주민들이 그를 붙잡으려 하지만 섬의 예언녀(알미트라)는 그가 떠나는 것을 잡지 못할 것임을 알고 떠나기전 그를 '신의 예언자'라고 칭하며 여러가지 배움을 청한다. 알미트라가 사랑과 결혼에 대해 말해주길 청하는 것을 시작으로, 부자는 베풂에 대해, 농부는 일에 대해, 여관주인이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해, 재판관이 죄와 벌에 대해, 청년이 우정에 대해... 각자 직업이나 특징에 따라 저마다의 질문을 던진다. 이에 알무스타파은 그 질문을 포함하는 삶의 제언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준다.

 

 

여기서 하나의 질문이 곧 하나의 시가 되어 묶인 이 작품은 소설같은 앞뒤스토리를 가진 연작시이다. 연작시라는 형식은 낯선데 비해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명확하고 간단한 메시지를 각각의 시가 표현하고 있어 책 자체는 소설처럼 쉽게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형식이 비교적 간단하다고해서 내용이 한번에 이해되고 흡수될만큼 간단한 건 아니었다. 얼핏 모두 공감되는 이야기라 이해하며 끄덕일 수 있지만 중간중간 (그야말로 시적인)아름다운 비유에 반하고 그 속에 담긴 뜻을 헤아리려 애쓰다보니 같은 구절을 몇번이나 다시 읽게되곤 했다. 지난 한세기동안이나 꾸준히 여러 사람에게 읽히고 칭송받아온 작품인만큼 교훈적이고 마음에 쏙 드는 내용들이 많았던것 같다. 이렇게 내용과 표현 모두 사람의 마음을 끄는 책은 오래도록 읽힐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훈적이고 긍정적인 답변에 치우친 내용은 종교서같은 느낌도 주지만,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는 이유는 모든 질문과 답변이 인간삶에 대한 궁금증을 담고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과 결혼, 자녀, 우정, 선과 악,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총 26가지의 주제는 하나도 쉽게 단정짓거나 가벼이 생각할수 없는 문제지만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 고민하는 문제들이다. 내가 이 책을 100% 다 이해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곁에 두고 생각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여러번 읽어보고, 몇년 후에든 다시 읽게되었을 때 지금보다 많은 걸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고향섬으로 떠나는 알무스타파는 작별의 말 중 이러한 말을 남긴다.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몇번이고 이 책을 다시 펼쳐보려 한다.

 

 

 

 

"이 말들이 모호할지라도 명확하게 하려 애쓰지 말기를.
모호함과 흐릿함은 모든것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니,

그대들이 나를 시작으로 기억해주기를." (본문 중 10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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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기담 사계절 1318 문고 95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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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청소년소설의 대가 이금이작가를 알게된 것은 독일작가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읽고난 후였다. 성장소설, 청소년소설이 재미있다고 느끼고 찾아볼 무렵 내가 읽은 책들을 점검해보니 죄다 외국작가의 작품 뿐이었다. 국내소설로는 청소년소설로 완전히 분류되지 않기도 하지만 성장소설의 일종으로 평가받는 박상률의 작품들이 다였다. <모모>라는 책을 읽고 우리나라에도 이 계열의 작품으로 인정받는 작가가 있으리라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찾아낸 작가가 이금이였다. <너도 하늘 말라리아야>와 <유진과 유진>을 읽으면서 한국작가가 쓸수 있는 한국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바로 이런 것이란걸 느꼈고, 쉽지만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작가의 필체도 마음에 쏙 들었다. <청춘기담>은 이처럼 작가에 대한 기대를 한껏 품고 펼치게 된 책이었다.

 

 

사실 난 맨처음 이책의 제목을 '청춘기' 담으로 읽었다. 청춘기의 이야기라는 담백한 제목으로 해석한 것이다. 한자로 쓰여있진 않지만 청춘들의 기이한 이야기라는 뜻이 책 뒷면의 글을 보면 원래 작가의 의도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결국 '청춘기의 이야기= 청춘들의 기이한 이야기'라는 걸 느낄수 있었다. 작가노트에 말처럼 요즘은 '청춘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기이하고 괴상한 일이 되어버린 시대'인 것이다. 작가는 책의 이야기들이 기담이라는 제목이 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것을 걱정했지만 나는 한편한편 읽을때마다 매번 가슴이 덜컹이고 울컥했다. 전체적으론 무겁지 않고 순간순간 유쾌하기도 하지만 말미마다 한가지씩 반전 혹은 무거운 감정덩어리를 터뜨리고 가는 이야기들이었다. 각각의 단편이 너무 다르면서도 좋았기에 각 편마다 짧게 리뷰를 남긴다.

 

 

<셔틀보이>
핸드폰을 바꾸고 그 번호의 전주인에게 보내진 문자가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준다면? 비슷한 상상을 해본적이 있었다. 실제로 부재하고 있는 존재(엄마)에게 이런 문자를 받는다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제대로 가르쳐주는 이 없이 엇나가는 주인공이 마지막에 보내는 답장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검은 거울>
이 역시 비슷한 상상을 한적 있었다. 일본 드라마중에 아빠와 딸의 몸이 바뀌고 서로의 고충을 알아가며 화해하는 내용의 드라마도 생각났다. 이 소설은 그 드라마처럼 훈훈하지 않다는 게 반전. 엄마와 딸의 몸이 바뀌지만 각자 바뀐것을 말하지 않고 서로인척 일상을 이어간다. 딸의 시점으로 이어지던 소설 말미의 엄마의 외침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1705호>
요즘 세상에는 사소한 행동하나로 남의 평가를 받는게 무서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한 가족이 모두 목격한, 한번 이상 스쳐 지난 그 소년에게 단 한사람이라도 인사를 건냈다면 어땠을까. 귀신보다 산 사람이 무서운 세상이라도 결국 사람끼리 모여 살고 있으면서, 이웃을 포함해서 우연이이라도 몇번이고 마주친 주변의 불안한 존재에게 너무 무관심하게 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게 되었다.

 

<나이에 관한 고찰>
'마음나이'라는 개념이 굉장히 와닿았다.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의 마음나이는 몇살이나 될까.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는 열망'(본문 중126p)은 분명 아주 어려서부터 우리에게 있던 것일텐데, 어른이 되기도 전에 그 마음을 잃어버리고 혹은 그에 대한 생각을 할 여유조차 잃어버리고 사는 아이들의 삶은 얼마나 팍팍할까.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두더지와 대화하고 비둘기부부의 대화를 알아들을만큼의 순수한 감수성을 지닌 아이로 난 자라왔을까, 내 아이가 생긴다면 그런 아이로 키울수 있을까. 단순한 서울과 시골이라는 공간때문이 아니라 주변의 어른들과 사회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아이들의 마음나이를 갈아먹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을 잔뜩 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천국의 아이들>
아이들은 굉장히 여리지만 또 굉장히 강하다는 걸 느꼈다. 오히려 이시대의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연약하고 어리석은지도 모른다. 본인들이 그렇기에 아이들을 더 강하게 키우고 싶어 속박하고 힘겹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모범생에 속하는 주인공이 컨닝사건을 계기로 집을 나가 찾은 곳이 소문이 무성한 '파라다이스'다. 소문만 듣고 겁없이 찾아간 그곳에서 파랑머리 소녀와 블루라는 고양이를 만나게 되고, 결국 그 소녀를 핑계로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각각의 방으로 흩어져 저마다의 이유로 울고 있는 세 가족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즐거운 유니하우스>
드라마에서는 흔히 볼수 있는 출생의 비밀, 그 이야기가 그다지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그보다 그저 부모와 아이간의 소통, 화해에 관해 두 가족의 이야기가 묘하게 겹쳐 만들어내는 감동이 크기 때문인것 같다. 기이하지만 괴기스럽지 않은, 오히려 사랑스럽고 애틋한 이야기였다. 쉽지 않겠지만 갈등하고 있는 가족이 있다면 타인보다 먼저 그 가족과 진심을 터놓고 말해봐야하지 않을까. 아이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범위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느끼고 있으며, 어른은 아이가 생각하는것보다 약하고 겁이 많다는 걸 서로 미리 알아두면 좋을텐데.

 

 


앞서 밝힌것처럼 기대를 잔뜩하고 읽었는데도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책이었다. 이금이 작가의 소설은 참 청소년소설스럽다. 청소년들이 읽어도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고, 청소년에 관심이 있는 부모나 모든 성인들이 읽어도 재미와 공감, 교훈 등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바쁜 요즘 짬내어 읽기 좋았던 단편소설집이라는 장점도 있다. 나보다 어린 학생들에게 책을 추천할때가 참 어려웠었는데 이제 주저없이 추천해줄수 있는 책을 하나 알게된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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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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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한 색으로 칠해진 표지에 고양이가 빼꼼히 얼굴을 반쯤 내밀고 있다. 그런데 표지를 열자마자 있는 화려한 색상의 그림은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책을 읽다보면야 알로하의 셔츠에나 있을 법한 그림이군-하고 납득하게 될테지만, 조금더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생과사가 이런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얌전한 척 살았지만 그 안에는 얼마나 열정적이고 다채로운 선택의 여지가 있었던가, 혹은 그런 선택들과의 갈등을 겪었는가. 만화같기도 하고 꿈같기도 한 소설책이다. 일인칭으로 서술되는 이야기는 하나하나에 솔직하고 엉성함이 묻어나서 이거 소설인데 이렇게까지 쓰여있어도 되는거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책을 읽다가 초반에 느꼈던 희한한 점이 하나 있다. 번역과 각주에 대한 것인데, 이렇게 발랄하고 어찌보면 가벼운 분위기의 소설에서 굳이 순 우리말을 넣어야한걸까하는 의문이다. 순우리말을 쓰는거야 당연히 좋은일이지만 순우리말이면서도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들이 있을텐데 굳이 이야기 중간중간에 주석을 따라 시선을 돌려야할 정도의 설명이 필요한 단어를 써야 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일본어가 한자로 쓰여진 언어이다보니 우리말로 고치기에 적당한 순우리말을 찾으려 더 애쓰다 그렇게 된걸까 궁금해진다.

 

 

 

 

 

세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상상해본다. 그것이 얼마나 불행한 일일까?

인간인 이상.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치사율 100퍼센트다.

그렇게 보면, 죽음=불행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 죽음이 행복이냐 불행이냐는 어떻게 살아왔느냐라는 문제와 연관되는 것이다. (본문 중 193p)


 

책의 목차만 봐도 책의 줄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악마가 찾아왔고, 세상에서 전화와 영화와 시계와 고양이가 차례로 (아마도)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인 '나' 역시 사라질지도 모른다. 주인공은 시한부판정을 받는다.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실감하기도 전에 악마가 찾아온다. 사실 결과론적으로만 보면 악마란 존재는 주인공이 죽기 전에 여러가지 의미를 찾게끔 만들어주는 중개인 혹은 선각자적 역할을 한다. 하지만 어쩌면 방해자역할을 하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악마에 의해 하루하루 생을 연장해가지만 진정으로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은 차례의 맨 마지막이니까말이다.

 

도처에 널려있고 일반적인 중요도가 그리 높지 않은 물건이라도 개인의 인생에서 영향을 미친 정도나 친숙도가 높은 물건이 사라지는건 그 개인에겐 엄청난 영향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모자를 만들고 연구하는데 일생을 바친 사람이 있다고 하자. 물론 그는 모자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 너의 생을 늘려줄테니 이 세상에서 모자를 없애겠다고 하면 그는 예스라고 답할수 있을까. 사람은 지금가지의 자신 즉 과거에 휘둘리는 존재라는 걸 새삼 실감했다.

 

주인공이 자신에게 추억이된 여러 영화가 없어진다면 지금의 나는 과연 나라고 할수 있는걸까 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특히. 앞으로의 생이 길다면 자신의 의미를 미래에서 찾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고작 몇일의 생을 연장하면서 그를 위해 내 삶의 의미(그 일부라고 해도)를 없애버린다면 과연 그 몇일동안의 생의연장은 과연 의미가 있는걸까. 생에 대한 집착 및 욕구는 그렇게도 강한 본능인걸까. 악마 알로하가 하는 "그러면 무엇이라면 없앨건데요?" 라는 질문에 주인공이 고민하는 내용 중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람은 물과 음식과 잠자리가 있으면 죽지는 않는다' 라는 말. 맞는 말이기에 무서운 말이다. 인간이기에 그 이상을 바라고 꿈꾸며 그에 대한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믿고 행한다. 삶의 질이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을 듣고 난 후 악마의 혼잣말이 의미심장하다.

 "또...... 하느님에게 지고말았군. 정말이지 인간이란 존재는......"


사실 이 이야기는 줄거리상 죽음과 삶에 대한 사색 및 고찰이 담겨있지만, 동시에 가족간 혹은 소중한 사람들 간의 소통과 화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사실 그러한 것이 삶인지도 모른다. 한 개인으로 태어나서 끊임없이 누군가와 소통하고 불화하고 화해하는것.

 

<전차남>, <늑대아이> 등 유명 영화제작자인 저자의 데뷔소설인 이 작품은 정통소설처럼 빽빽하지 않다. 중간중간 마음마저 느슨하게 만드는 일러스트가 등장하기도 한다. 처음 이 책을 골랐던 이유처럼, 무겁지 않고 순식간에 읽어내릴수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분명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읽다보면 누구나 공감하고 가벼운 와중에도 눈물을 쏙 빼게 만들기도 한다. 내 앞에 악마가 나타난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동시에 마지막 역자의 질문이 떠오른다. 내 삶의 '고양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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