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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고 자라서
마리 도를레앙 지음, 이경혜 옮김 / JEI재능교육(재능출판) / 2023년 7월
평점 :
<어떤 약속>으로
2019 랑데르노 문학상 어린이 부문 수상을 한
마리 도를레앙 작가님의
새로운 책을 소개합니다!
저자 소개에
"환상과 모순이 섞여 있는 일상을
작가만의 특별한 시각으로 관찰하고,
창의적이면서도 예리하게
표현하고 있다" 로 되어있는데
저는 이 말에 정말 공감해요.
마리 도를레앙 작가님의
<어떤 약속>을 읽고 딱 그 생각을 했거든요!
그림책을 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잔뜩 흥분해서 쓴 포스팅을 공유해요 :)
https://blog.naver.com/angela13/221589660066
자라고 자라서
글.그림 마리 도를레앙
옮김. 이경혜
재능교육 / 2023.07.24.

꼼꼼 씨네 가족은
정원이 딸린 집에서 삽니다.
그들은 자기네 집이
그 동네의 푸름 숨통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해요.
그들은 자연을 엄청 좋-아-하-죠!
하지만 꼼꼼히 계산해서, 꾹꾹 누르고,
싹둑싹둑 잘라 낸 자연을 좋아합니다.
그 집에선 아무것도 그냥 자라지 못해요.


정원사 꽃돌 씨는
꼼꼼 씨네 정원을 맡아 일했어요.
나뭇잎이 삐쭉 돋아나면
부부가 시키는 대로
금방 싹둑싹둑 잘라 냈죠.
정원은 구석구석
빈틈없는 감시를 받았어요.
그곳에선 모든 게 철저히
정해져 있습니다.
식물의 키도, 식물끼리 간격도,
나뭇가지 기울기도, 나뭇잎 넓이도,
잔디 길이도……


어느 날, 정원사 꽃돌 씨는
앞치마를 후련히 벗어던지고 떠납니다.
"사랑하는 정원아,
난 너희들이
마음대로 자라고, 퍼지고,
꽃도 잔뜩 피게 놔둘 거야.
난 간다!"
마침내 풀려난 풀과 꽃들은
당장 활기를 띠고 자라났어요.
격렬하고, 힘차게,
집의 모든 곳으로
밀고 들어왔어요!


당황하는 꼼꼼 씨 부부,
과연 꼼꼼 씨네 정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정교하게 다듬어진 정원.
반듯하고 정돈되어 보이지만
뭐 하나라도 삐죽 튀어나오면 안 될 것 같이
긴장감이 흐르는 느낌입니다.
진지하고 경직된 모습의 엄마, 아빠,
피곤하고 지친듯한 정원사 꽃돌씨,
하지만 그 사이에서 마음껏 자연을 만끽하는
가장 자연스럽고 자유스러운 아이를
느낄 수 있었어요.


등장인물의 옷도
이들의 분위기를 한껏 드러냅니다.
사각형에 규칙적인 패턴.
질서정연히 가꿔진 정원과
닮은 듯한 모습입니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은
과연 행복할까요?
자유롭게 마음껏 자라나고 싶은데
인간에 의해서 억압되고 잘려나간다면
정말 처참하고 슬플 것 같아요.
자신의 정체성은 무시당하고
그저 꼼꼼 씨네 기준에 맞춰 자라야 하니까요.


정원사 꽃돌씨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앞치마를 벗어던지고 나가는 장면에선
정말 통쾌한 기분이 들었어요.
관리와 통제의 영역을 넘어서
풀과 꽃들이 자유분방하게 자라나
꼼꼼 씨네 집을 뒤덮은 장면에서
그야말로 안구 정화, 마음 정화가
함께 되었어요.
잇츠 힐링 타~~~임!!!
어떻게든 큰 가위를 들고
자연을 통제해 보려하던 꼼꼼 씨 부부.
그러나 처음 당황한 기색은 온데간데 없고
차츰 적응해 가며,
결국엔 '자연' 속에 파묻혀
아주 '자연스럽게' 함께 합니다.
'자연스러운'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한껏 느끼게 됩니다.
정해놓은 틀을 벗어나야
자유롭고 아름답게 자라날 수 있다는 사실!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해주는
정말 좋은 책이었요.
우리 아이들도
꼼꼼 씨네 정원의 식물들처럼
쑥쑥! 힘차게! 마음대로!
자유와 모험 가득한 인생을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어른들의 기준으로 우리 아이들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세로로 긴 판형의 책이
내용과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정형화된 정원의 모습과
풀려난 자연의 활기 찬 모습이
상반되게 그려져
생명력 넘치는 느낌에 감탄했어요.
아이들과 활기 찬 정원 그림책으로
눈도 마음도 힐링하는 시간
꼬옥! 가져보세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