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토록 푸른 오월에 - 5.18 그 열흘간의 이야기 ㅣ 근현대사 100년 동화
윤자명 지음, 윤봉선 그림 / 풀빛 / 2024년 5월
평점 :
1980년에 사라진 구두가 사십여 년이 지나고 돌아왔습니다. 유난히 푸르렀던 그 해 오월 광주에서, 구두는 왜 사라졌고, 구두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열세 살 소년이 바라본 5.18 민주화 운동 이야기를 만나보았습니다.
이토록 푸른 오월에
5.18 그 열흘간의 이야기
글. 윤자명
그림. 윤봉선
풀빛 / 2024.05.18

"1980년 5월 광주는 봄이 아니라 참혹한 겨울이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시민들은 갑작스레 끔직한 일들을 마주했습니다. 두려움이 앞섰지만, 서로를 돕기 위해 헌혈을 하고, 주먹밥을 나누고, 시신을 수습하고, 총을 든 시민군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던 5.18이었습니다. 이 동화를 통해 그 열흘간의 이야기를 만나 보길 바랍니다."
추천사 - 원순석(5.18기념재단 이사장)

어느 날, 수호네 집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와요. 할머니께서는 덜덜 떨면서 "그게 저, 정말이죠?" 라는 말만 되풀이했어요. 광주에서 걸려 온 전화 한 통으로 집안 분위기가 무거워졌어요. 할머니와 아빠는 광주로 내려가셨고, 꼬박 이틀을 보내고 돌아오셨어요. 수호는 전과 같지 않으신 할머니 모습이 걱정되었어요. 서랍장 속 바랜 갈색 상자 속 구두를 발견했고, 아빠와 할머니께서 겪은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수호의 아빠 정욱은 열세 살이었어요. 정욱이는 담임 선생님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기 위해 광주로 갔어요. 광주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고모, 그리고 누구보다 정욱을 아껴주었던 예비 고모부가 계신 곳이기도 했어요. 선생님 결혼식 전날 광주에 도착한 정욱이는 고모, 예비 고모부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정욱이 오기 전부터 광주는 이미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날마다 시위와 집회, 민주화를 향한 움직임이 계속 있었어요.
이튿날, 정욱과 고모는 담임 선생님 결혼식장으로 향하고, 고모부는 밤사이 비상계엄령이 확대된 이유를 알아본 후 결혼식장으로 오기로 했어요. 하지만 식이 끝날 때 까지 고모부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광주 거리에는 군인들이 배치되어 시위를 진압하고 무고한 시민들을 때리고 잡아갔어요. 광주 시내를 가로지르는 금남로는 순식간에 붉은 피로 물들었죠. 시민들과 학생들은 거리에 나가 민주주의를 외치며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웠어요.

화순으로 돌아가지 못한 정욱은 고모와 함께 민주화 운동에 뛰어듭니다. 어른들은 열세 살 어린 나이의 아이가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정욱은 위험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고모와 함께 고모부를 찾는 한편, 서점에서 만난 준호 형과 함께 회보를 나누어 주고, 어설픈 가위질로 검은 리본도 만들었어요.
시간이 흘러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 고모와 고모부의 결혼식 날이 되었지만 고모부는 여전히 소식이 없었어요. 정욱과 고모는 한산한 뒤쪽 골목길에서 주인 없이 나뒹굴고 있는 구두 한 짝을 발견합니다. 고모가 고모부에게 선물했던 구두였지요. 그렇게 고모부는 생사를 알길이 없었고, 다시 이틀 뒤 많은 사상자를 낳은 5.18 민주화 운동은 계엄군의 진압으로 끝이 났어요.
"열세 살 소년이 보고 듣고 겪은
5.18 민주화 운동 이야기"

제목처럼 '이 푸른 오월'에 일어난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 비극적이고, 우리 가슴이 늘 저려오는 사건 입니다. 아이도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떠올리며 진지하고 차분하게 읽어나갔어요. 실제 사건에 상상력을 더해 만든 창작 동화로 초등학년 친구들이 읽기에 참 좋았습니다. 내용의 무게감을 덜어주려는 듯한 삽화의 그림체도 좋더라구요.
사건을 직접 겪은 고모할머니와 아빠 정욱, 그리고 아무것도 몰랐지만 이야기를 듣고 한층 성장한 수호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5.18 민주화 운동을 어떻게 기억하고 마주해야할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5.18 민주화 운동은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발전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은 변함 없습니다. <이토록 푸른 오월에>를 통해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잘 알고,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길 바랍니다.
<근현대사 100년 동화> 시리즈는 가깝지만 먼 근현대사의 여러 사건을 동화로 담은 시리즈입니다. 잘 몰랐지만 꼭 알아야 할, 알고 난 후에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우리 근현대사의 10가지 사건을 만날 수 있습니다.

1984년 동학 농민 운동 <녹두밭에 앉지 마라>
1907년 헤이그 특사 파견 (출간 예정)
1919년 푸른 눈의 독립운동가 스코필드 박사의 <3.1 운동 일기>
1923년 관동 대지진 조선인 학살 < 괴물들의 거리>
1943년 일제 강제 징용 <지옥의 섬, 군함도>
1948년 제주 4.3,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 <동백꽃, 울다>
1950년 6.25 전쟁 (출간 예정)
1960년 4.19, 아직 끝나지 않은 혁명 <4월의 소년>
1970년 청년 전태일의 꿈 <11월 13일의 불꽃>
1980년 5.18 그 열흘간의 이야기 <이토록 푸른 오월에>
두 권의 출간 예정을 제외하고 하나씩 차근차근 읽고 우리 근현대사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해 보았습니다. 여러분도 <근현대사 100년 동화> 시리즈 도장깨기~ 함께 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