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꽃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94
에브 파트노드 지음, 제님 옮김 / 책과콩나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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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꽃

글.그림_에브 파트노드
번역_제님
책과콩나무 / 2026.08.10.

내 이름은 테아다.
하지만 나는 테아가 아니다.

진짜 테아는 저택 서쪽 별관에 있는 자기 방에 누워 있다. 병으로 이 년째 침대에 누워 있다.

나에게 입력된 정보에 따르면, 십 대 소녀에게는 이런 삶이 일반적이지 않다. 나는 테아가 그 시기를 잘 건너가도록 설계되었다.

나는 기억을 담는 자동인형이다.
테아와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똑같이 창백한 얼굴빛,
똑같이 어깨에 닿는 머리카락,
똑같이 우아하고 가냘픈 몸.
나 역시 차분하고 약간 쉰 듯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테아와 달리
나는 일어서고, 걷고, 달릴 수 있다.
나의 기계 몸은 병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나는 테아를 대신해 살아갈 수 있다.

희귀한 병으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보내는 소녀 테아, 그리고 자신의 빈 시간을 대신 살아주는 자동인형, 테아가 있다. 매일 아침 테아는 침대에서 눈을 뜨고, 몸은 지쳐있고 아프다. 오늘도 그냥 침대에 누워서 쉬어야겠다는 테아에게 부모는 약을 먹인다. 자동인형 테아는 잠든 테아를 대신하여 낮 동안 동물원, 박물관, 놀이공원과 숲을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저장한다. 그렇게 모은 기억을 밤마다 테아에게 전송한다. 그렇게 테아는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삶을 자동인형 테아가 전송하는 기억으로 간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점점 기억이 쌓여갈수록 자동인형 테아는 자신과 테아의 경계가 흐려진다. 자신이 누구인지, 정체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하며 자신의 기억과 테아의 기억을 구분하지 못한다. 어느 날인가 테아는 깊은 잠에 들지 못한다. 자동인형 테아는 기억 전송을 실패하고, 테아는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테아는 자동인형 테아의 기억으로 채워진 삶 보다 자신의 진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자동인형 테아는 처음으로 테아의 바람을 받아들여 그녀를 정원으로 데리고 나가고, 서로 다른 존재임을 깨닫는다.

처음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는 '도대체 무슨 내용이지?'라는 느낌을 받았다. 제목 <유리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참을 생각했다. 한 장 한 장 천천히 다시 읽으면서 조금은 깨달았다. 자동인형 테아는 테아를 대신해서 살아가지만 결코 테아가 될 수는 없다. 기술의 발달로 정교하게 기억과 경험을 전송할 수 있더라도 그것이 완벽하게 한 사람의 삶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유리꽃이 실제 꽃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졌지만 진짜 꽃, 식물이 아니듯이. 미래 기술은 인간의 삶을 도울 수는 있지만 삶 자체가 될 수 없다는 깊은 울림을 남기는 <유리꽃>을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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