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마중 온 날 ㅣ 책고래마을 67
이은아 지음, 남성훈 그림 / 책고래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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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마중 온 날

글_이은아
그림_남성훈
책고래 / 2026.08.05.

오늘은 공개수업하는 날이야.
엄마, 아빠, 할머니,
온 가족이 수업을 보러 오는 날.

(...)
수업이 끝날 무렵
후두둑 후두둑
비가 내렸어.

다들 엄마 우산 속으로
쏙쏙 들어갔어.

나는 가방을 꼭 움켜쥐고
운동장에 서 있었어.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점점 멀어졌지.

이제 진짜 아무도 없어.
톡톡
차가운 빗방울이 얼굴에 닿았어.

엄지발가락 사이로 빗물이 들어와
양말이 젖었어.
축축해진 옷이 자꾸 몸에 붙었어.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걸었어.

풀 냄새가 났어.
나는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지.
어, 숲이야!

​그냥 비만 오는 날이 아니었어요. 온 가족이 수업을 보러 오는, 공개수업을 하는 날이었어요. 교실 뒤편에 있는 부모님을 의식하며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친구들과 달리 아이는 그저 가만히 앉아 있어요. 수업이 끝날 무렵 비가 내리고 다들 가족들과 함께 우산을 쓰고 집으로 돌아가요.

교실에서도, 운동장에서도 혼자이길 들키고 싶지 않은 아이는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해요. 모두가 돌아가자 아이는 그제야 발걸음을 옮겨요. 아이는 얼굴에 닿는 차가운 빗방울을 피하려 가방을 머리 위로 쓰고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가요. 잔뜩 움츠러든 발걸음으로 빗길을 걸어가는데 그 길의 끝에서 풀 내음 가득한 숲을 만나요.

눈앞에 펼쳐진 초록 초록한 숲에서 아이는 마음껏 위로받아요. 물웅덩이를 첨벙 밟고, 시원하고 깨끗한 흙냄새를 맡으며, 빗방울을 머금은 작은 들꽃들과 눈을 맞춰요. 잔뜩 구름 낀 아이의 마음이 어느새 비온 뒤 맑게 갠 파란 하늘처럼 반짝거려요.

<비 마중 온 날>을 읽으며 어릴 적 내 모습이 생각났어요. 비 오는 날 학교 앞에서 기다리는 엄마들 사이에 '우리 엄마도 있을까?' 기대하며 고개를 좌우로 바삐 움직이고 이내 실망했죠. 하나둘씩 엄마와 우산을 쓰고 돌아가는 친구들을 보며 엄마 마중을 경험하지 못한 저는 쓸쓸하고 외로웠어요. 어떻게 감정을 추슬러야 할지 모른 채 어른이 되어버렸죠.

<비 마중 온 날>은 아이를 숲으로 이끌어요. 요란하게 서두르거나 다그치지 않아요. 시간을 충분히 주어 아이의 감정이 천천히 회복되도록 기다려 줘요. 싱그러운 초록빛에 물든 빗방울은 더 이상 아이를 슬프게 하지 않아요. 표지를 자세히 보면 반짝반짝한 비를 느낄 수 있어요. 아이는 초록 숲을 마주하자마자 이미 말없이 건네는 자연의 위로를 느꼈을 거예요.

어린 내가 <비 마중 온 날>을 만났다면 쓸쓸하고 외로웠던 마음이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상상해 봤어요. 비 내리는 소리, 흙냄새, 예쁜 들꽃을 만나는 상상을 하며 작은 웃음을 지어봅니다. 계절은 벌써 여름을 지나 가을을 향해 가고 있지만 연두와 초록빛이 가득한 숲, 비 온 뒤 맑게 갠 파란 하늘을 만나고 싶다면 <비 마중 온 날> 추천드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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