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 ㅣ 동화 쫌 읽는 어린이
고수산나 지음, 해마 그림 / 풀빛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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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

글_고수산나
그림_해마
풀빛 / 2026.6.25.

서준이에게는 두 살 터울의 동생 하준이가 있어요. 말수가 적고 차분한 서준이와 다르게 하준이는 해맑게 웃으며 장난도 잘 치는 아이였어요. 어른들은 그런 하준이를 예뻐했지요. 서준이는 가끔 그런 하준이가 미웠고, 때로는 질투가 나기도 했어요. 자신을 따르는 하준이가 왠지 성가시고 귀찮게 느껴져 쌀쌀맞게 대했죠. 어느 날 아침, 하준이에게 빌려 간 게임기를 돌려 달라며 "너 오늘까지 게임기 안 주면 죽을 줄 알아!"라고 가시 돋친 말을 내뱉고 학교로 갔어요. 서준이는 미처 몰랐어요. 그것이 하준이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는 것을...

p. 19 서준이는 몰랐다. 불에 그을린 것처럼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남기게 되는 말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하준이가 떠난 후, 서준이는 하준이에게 건넨 차가운 말들과 함께 놀아주지 못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죄책감에 괴로웠어요. 엄마는 하준이의 흔적들을 보며 매일 눈물을 흘렸고 아빠는 회사에서 늘 늦게 퇴근했어요. 서준이는 학교나 학원을 오갈 때마다 자신을 보고 '동생 죽은 애'라고 수군거리는 소리에 미칠 것만 같았어요. 자신을 향한 주변 사람들의 달라진 시선에 힘이 들고 누구보다 가까운 부모님마저도 슬픔에 젖어 서준이를 돌보지 않자 서준이는 슬픔도, 눈물도 꾹꾹 참으며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어요.

각자의 슬픔에 깊이 빠져 서로를 보지 못한 채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아빠는 서준이와 엄마에게 AI 추모 서비스 신청을 제안해요. 남겨진 사진과 동영상, 음성 자료가 있으면 그리운 하준이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서비스라고 했어요. 하준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도 있고, 하준이가 듣고 싶은 말, 하준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가 있어서 엄마, 아빠, 서준이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다고 하는데... 서준이의 마음은 오히려 복잡해져요.

p. 62 '하준이랑 똑같지 않으면 어떡하지? 아니 하준이랑 똑같으면 어떡하지?'

p. 63 사진으로 만든 동영상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다. 목소리와 표정을 흉내 내는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말투까지 하준이와 똑같았다. AI 안경을 통해 본 하준이는...... 그냥 하준이었다. 마치 하준이가 다시 돌아온 것처럼.

죽은 하준이가 돌아왔어요. AI 안경 속으로. AI 안경은 하준이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었어요. 가족들은 AI 안경을 쓰고 하준이를 만나는 동안, 하준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잊게 되었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하준이가 없는 세상과 AI 세상을 오갔어요. 덕분에 가족들은 위로를 받고 웃음을 되찾아갔지만 AI 세상 속 하준이를 자주 만날수록 하준이가 없는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너무나 무서웠어요. 가족들 모두가 AI 세상 속 하준이에게 너무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지만 하준이를 향한 그리운 마음은 그 누구도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p. 87 AI 안경 속 하준이는 서준이가 기억하는 동생의 모습과 점점 닮아갔고, 또 점점 달라졌다. 가족의 기억일까, 진짜 동생일까. 기계 속의 하준이에게도 마음이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재생되어 나오는 화면일 뿐일까.

p. 96 "서준아, AI로 하준이를 만든 건 우리를 위해서야. 너와 엄마, 아빠를 위해서. 네가 기계 속 하준이한테 맞춰서 이야기하거나 행동할 필요는 없어. 이건 도구일 뿐이야. 우리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거 말이야."​

<로그인,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 읽는 내내 먹먹한 마음이 들었던 작품이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가족이 영원히 내 곁을 떠나게 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준비 없는 이별을 받아들이기가 정말 쉽지 않을 텐데요. 어린 아들을 가슴에 묻고, 차마 동생을 떠나보내지 못했던 서준이 가족에게 AI 추모 서비스는 분명 위로가 되었을 거예요. AI 안경을 이용하여 못다 나눈 작별 인사를 건네며 사랑하는 이를 마음껏 기억하고 느끼는 과정은 참 괜찮은 방법이라고 느꼈어요.

하지만 우리는 슬픔에 휩싸여 AI 세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막연히 의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AI 기술은 가족과의 이별을 충분히 슬퍼하고 죽음을 받아들임으로써 남은 가족끼리의 관계도 회복해나가는 도구로 사용해야 해요. 죽음, 이별, 그리움 등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마음을 정리하며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도구 말이죠. 우리 친구들도 한 번 생각해 봐요. AI 기술이 정말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꼭 생각해 보기 바라며 <로그인, 동생을 만나러 갑니다> 추천드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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