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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붙게 해 주세요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5
이로아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2월
평점 :
귀신 붙게 해 주세요
이로아 장편소설
미래인 / 2026.2.25.
이로아 작가님의 신작! 🕯<귀신 붙게 해 주세요> 가제본이 도착했다. 작가님의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를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에 신작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제목이 귀신 붙게 해 주세요?! 호러물인가? 내 취향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끌리는데?!
물질적인 커닝이 무리라면 영적인 커닝으로 가자. - p. 53
갑자기 학교에 야자가 부활했다. 헤어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윤나는 미용 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다음 주 모의고사에서 올 1등급을 받지 못하면 꼼짝없이 야자를 해야 한다. 윤나는 문제집 대신 강령술 책에서 시키는 대로 일주일간 수련에 정진했다.
"전교 1등님. 죄송한데 후배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저 진짜 급해요." - p. 58
그리고 드디어 처음 보는 여자의 얼굴을 마주하는데, 윤나가 불러낸 귀신은 무려 20년 전에 죽은 기순고 전교 1등 '순지'였다. '순지'의 도움으로 윤나는 모의고사 전 과목 1등급을 받아 목적 달성에 성공한다. 윤나는 이제 '순지'의 도움은 필요 없는데, '순지'는 생각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윤나야, 너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부를 때는 마음대로 불렀지만, 갈 때는 마음대로 못 보내. (...) 이제 좀 실감이 나? 너 완전 귀신 붙은 거야." - p. 70
윤나가 기순고에 입학한 건 중학교 내내 단짝이었던 재이와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재이는 기순고는 자유로운 분위기에 야자도 없고, 복장 검사도 안 한다며 윤나를 설득했다. 어차피 윤나는 재이와 다른 고등학교에 갈 생각은 없었다. 주변에서 어떤 반응을 보여도 흔들리지 않았던 윤나와 재이. 그러나 기순고에 입학하자마자 재이는 변해갔다. 공부에 목숨이라도 건 사람처럼 문제집만 붙들고 살았다. 설상가상으로 재이는 새로 사귄 현서와 더 친하게 지내게 되고, 윤나와는 점점 멀어져만 갔다.
한 번쯤은 편안해지고 싶었다. 재이도. 듣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하지 않고 솔직하게 모든 걸 쏟아 내고 싶었다. (...) 윤나가 선뜻 재이를 따라 기순고를 1지망으로 썼을 때는 감동 이상의 무언가를 느꼈다. (...) 뚜껑을 열어 보니 실상은 달랐다. (...) 그러니까 둘은 전혀 다른 세계를 보고 있었다고, 같이 서 있지만 같은 세상을 보는 건 아니었다고, 재이는 깨달았다. - p. 43-44
재이는 윤나를 사랑했지만 윤나를 잃고 눈이 빠지도록 울었다. 현서를 사귀며 세상의 시선이 무서웠던 재이는 머뭇거렸고, 그런 재이가 못마땅한 현서는 이별을 통보했다. 이것이 올해 초 새로 부임한 교장이 기순고를 치유하겠다고 선언한, '학교 정상화'의 결과인가. 순지는 그것이 바로 20년 전의 소독과 같은 뜻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학교 때문에 현서 같은 친구를 잃고 싶지 않은 순지. 20년 전과 지금의 기순고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20년 전에, 내가 기순고를 다니고 있었을 때...... 나한테는 현서 같은 친구가 많이 있었어. 그런데 다 잃었어. 학교 때문에. (...) 다시는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아." - p. 85-86
<귀신 붙게 해 주세요>는 등장인물의 시점이 순차적으로 바뀌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구성이다. 기순고에 재학 중인 윤나, 재이, 현서 그리고 20년 전 죽은 순지까지. 각 챕터의 제목을 인물의 이름으로 제시하였는데 윤나, 재이, 현서는 굵은 글씨체였지만 순지는 글씨체 자체가 흐릿하게 되어 있어 그 부분만으로도 살짝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귀신 붙게 해 주세요>는 오싹한 호러물이 아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와 스토리로 독자를 단숨에 사로잡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면서도 여전히 획일화된 학교와 사회를 그대로 묘사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우리는 언제쯤 진실한 모습으로 학생들을 보호해 줄 수 있을 것인가. '보호'라는 명목 아래 우리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더욱 내몰고 있는 건 아닌지 두고두고 생각해 볼 일이다.
"순지 언니가 죽고 나서야...... 바뀌는 척이라도 한다니...... 정상화 같은 소리를 운운하면서...... 결국 다시 돌아갈 거라면. 이 세상은 주기적으로 누군가가 죽어야만 정신을 차리는 걸까." - p.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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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