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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발사
정네모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10월
평점 :
나는 나무 이발사예요.
매일 아침 찾아오는 참새에게 예약 손님을 확인하고 작업 도구를 챙겨 이발소를 나서지요.
저기, 첫 손님이 보이네요!
나는 오늘 하루 어떤 손님들을 만나게 될까요?
나무 이발사
정네모 그림책
창비교육 / 2025.10.15.
쓱싹 쓱싹~ 싹둑 싹둑~ 샤샤샤샥~ 뽀글뽀글~ 찰랑 찰랑~ 윤기가 자르르르르~! 숲속나무 친구들이 나무 이발사에게 차례대로 케어 받고 있어요. 모두들 솜씨 좋은 나무 이발사에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주문했지요. 어린이 나무는 연둣빛 앞머리를 단정하게 자르고요. 할머니 나무는 역시 뽀글뽀글 파마지요. 샛노란 색으로 염색을 원하는 나무도 있고, 부드럽고 매끈매끈하게 영양 관리를 부탁하는 친구도 있어요. 나무 친구들의 요청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나무 이발사! 오늘도 고객 만족도는 최고군요~!
부지런히 손을 놀려 나무 친구들을 변신시키다 보면 드디어 마지막 손님 차례예요. 싹싹싹싹싹~ 뚝뚝뚝뚝뚝~ !
"다 됐습니다. 손님."
하지만 숲속을 가득 채운 울음소리~ 으아아아앙~!!! 대체 무슨 일일까요?
초록 초록한~ 초록 표지 위로 특별한 옷을 입은 <나무 이발사>를 만났어요. 초판 한정 샛노란 가을 커버는 따사로운 가을 햇살처럼 주위를 환하게 비춰줍니다.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그림체에 나무 향기처럼 스며드는 색감은 정말 딱 제 취향이네요. 아기자기한 그림책에 한껏 빠져있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낮은 목소리, "엄마, 무슨 책이야?"
덥수룩한 머리통을 들이대며 참견하는 우주 최강 질풍노도의 청소년이 등장합니다! "나무 이발사? 나무우~이발 사아~?" 호로록 책장을 넘기는데, 정작 나무 이발사보다는 함께 하는 냥이에게 눈을 떼지 못하네요. 그림책에 등장하는 냥이가 너무 귀엽다며 냥이만 한참을 골라보더니 '으아아아앙~!' 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마지막 손님 장면에서 저를 갑자기 휙 돌아보네요.
얘를 보라며, 얘 지금 울고 있는 거 보라며~! 무슨 얘기인가 했더니 두어 달 전 단골 미용실에 이발을 하러 갔다가 본인 동의 없이 앞머리를 댕강 잘라버린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 거였어요. 원장님은 분명 아이한테 괜찮냐고 여러 번 물어보았다며 어쩔 줄 몰라 하시고, 아이는 눈썹 위로 한없이 짧아진 머리를 연신 쓰다듬으며 온갖 짜증과 분노를 온몸으로 표출했었지요. 그리곤 화분에 물을 주듯 자신의 머리를 밤낮으로 쓰다듬으며 다니길 여러 날, 눈치 없는 어미의 눈에는 여전히 같은 길이로 보였지만, "엄마, 이제 좀 괜찮은 거 같아."라며 또 '하하 호호' 하는 아이에게 "그래~ 괜찮아, 괜찮아, 정말 괜찮아!"라고 격하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어요.
뾱!
뾱뾱!
뾱뾱뾱!
아직 눈물이 그렁그렁 한 나무 친구의 이파리가 자라나는 귀여운 소리예요! 그렇게 대성통곡을 하고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뾱! 하고 자라났네요. 뾱! 하는 그 순간에 우리의 마음도 뾱! 하고 자라나요. 지금 당장은 한껏 짧아져 마음에 들지 않지만, 시간은 흐르고 이파리는 자라며 뾰족뾰족했던 아이 마음도 어느새 동글동글해져 가요. 우리는 매일매일 자라니까요! 그렇게 자라나는 친구들은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매일매일 자랄 거예요!
+ 귀여운 냥이를 실컷 보다가 이제는 장면마다 등장하는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를 맞춰보는 귀여운 청소년과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네요 :)
제이그림책포럼으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